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천사람 Dec 08. 2023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를 떠났습니다.

내가 사랑한 뉴발란스.


이번 주 월요일,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인 뉴발란스에서

퇴사했습니다.


중학생 때부터 목표로 했고,

긴 기다림과 노력 끝에

뉴발란스 마케터의 꿈을 이뤘었죠.


다만 '내가 정말 마케터로서 잘 한 사람인가'에 대한의문은 퇴사 후인 지금까지도 갖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항상 부족하다 생각하는데,

부족하다는 얘기를 실제로도 많이 들었거든요.


그래도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었던 건

저를 믿어주고 응원해 주신 분들 덕이었습니다.

마케팅부와 협력부서 팀원 분들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다 내려두고 포기했을 거예요.


빠른 포기도 용기가 필요하니까요.




뉴발란스에 오기까지의 과정이

절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결국 관심과 집요함이 기회를 만들어 주더라고요.


브랜드의 FGI에 직접 신청하여 참여해 보고,

행사나 팝업이 있을 때에는 빠짐없이 꼭 다녔습니다.

좋아하는 브랜드의 행보를 지켜보고 기록하면서

담당자분들도 한두 분씩 알게 됐죠.


(뉴발에 진심인 가족)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다 보니

가족들도 자연스레 좋아하게 됐습니다.

온 가족이 좋아하는 브랜드는

저희 집에서 뉴발란스가 유일했어요.


이 모든 과정을 항상 기록하고 노출하니

담당자분들께 먼저 연락도 받아보고,

새로운 기회들이 항상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992 발매 때 커뮤니티 이벤트 1등을 했고,

300명 중 최후 1인으로 선정되어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뉴발란스의 전반적인 흐름이

992 발매 때부터라고 생각하는데,

타이밍 좋게 눈에 들 수 있었죠.


그렇게 입사 절차까지 다다르게 됩니다.




힘들었어요. 안 힘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뽑는 사람도, 뽑히는 사람도 결국 다 사람인데.


뉴발란스에 대한 간절함과 믿음으로

차곡차곡 쌓아간 기록들을 풀어내는 시간이었고,

약 3개월 정도 소요된 듯해요.


여러 차례의 면접과 과제, 직무적성검사까지

다시 한번 신입 사원의 마인드를 가져보게 하는

미션들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래도 계속해서 힘을 낼 수 있었던 건

여자친구, 지금의 아내 덕분이었습니다.

제가 나아가는 모든 과정을 지켜봐 줬거든요.


연애기간 중에 서로 만나기도 바쁜데,

계속되는 준비과정에서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항상 이런 일은 지켜보는 사람도 힘들잖아요.


그 모든 과정을 묵묵히 바라봐주고,

힘이 들 때 이런저런 조언도 해주고,

제 꿈을 계속해서 응원해 줬기에

이 모든 과정을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시 한번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렇게 뉴발란스 마케팅부에 합류합니다.

더울 때 입사해서 그런지 반팔 사진이 많네요.


사람 없는 엘리베이터에서

문 열리기 전에 후다닥 셀피 찍던 때를 생각하니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재밌게 다녔던 것 같습니다.



이 명함을 받기 위해서

얼마나 오랜 시간을 달려왔는가.

중학생 때부터이니 15년은 걸렸네요.


이 좋은 기분을 표출하고 다니지는 않았지만,

내심 정말 좋았어요. 꿈을 이뤘거든요.

모든 게 다 잘될 줄만 알았죠.

'내가 목표로 한 건, 시간이 걸려도 이룰 수 있구나'

이 자신감이 많이 차오르던 때였어요.



그렇게 참교육을 당합니다.

(작년 추석 연휴 때네요. 데이트하던 날..입니다.)


이런저런 얘기들은 차치하고,

스스로가 우물 안 개구리로 느껴지는 순간들이 정말많았습니다. 마케터라는 직업에 대한 의문도 많이 갖게 됐죠.


'나는 정말 이 일을 잘하는 사람인가'

'내 강점이 우리 팀에 도움이 되나'

'내가 이 조직에 꼭 필요한 사람인가'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계속해서 이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더라고요.

그만큼 많이 위축이 되기도 했습니다.


제우 대리님, 세희 주임님, 정무 담당님. 아프지 말고 행복하시기를!


그래도 달렸죠. 계속 달렸어요.

처음 마라톤 나갔을 때처럼.


처음에는 완주만 했다가

빠르게 달리기도 해 보고,

오버 페이스가 되면 숨 고르며 재정비도 했죠.


그러다 보니 힘든 레이스도 끝은 보이더라고요.



혼자였다면 절대 못해냈을 일들도 해보고,

많은 사람들을 얻었습니다.


모두가 숨 가쁘게 일하기 바쁜 조직에서

경력자로서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게 어려운데,

마지막까지 많은 축하를 받았네요.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그래도 자타공인 인간 뉴발란스라,

여기저기서 대여나 재밌는 요청을 받으면

내심 뿌듯하기도 합니다.



마지막 근무일.

모든 걸 반납하고, 모든 이름을 지우는 날.

'이렇게 잊혀지겠지' 싶었지만,

다른 부서에서도 많은 축하를 전해주셔서

많은 분들께 기억되고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그래도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되고,

쓰임이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에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새로 이사 간 집 신발장. 뉴발만 이만큼.. 미안해 와이프..)


여전히 뉴발란스는 제 페이버릿 브랜드로 남아있습니다.

꿈을 심어주고, 성취감을 느끼게 해 준 곳이거든요.


가장 사랑하는 대상도

어느 정도의 텀을 둘 때 더 깊은 관계가 되듯이,

이제는 조금 '더' 내려두려 해요.

지나고 보니, 내려두었을 때 더 몰입이 잘 되고

목표로 한 것들을 더 많이 이루더라고요.



D-3.

이제는 새 목표를 이루러 갑니다.


익숙하고 잘 아는 것을 떠나서

미지의 영역에 저를 떨어뜨렸을 때,

제 분야의 일을 얼마나 잘하는 사람인지 궁금합니다.


근 2년 동안 속으로 삭혀 왔던 이 물음에 대해

스스로 부딪쳐보고 답을 찾아보려 해요.

이 선택을 지지하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

특히 가장 가까이서 가장 큰 믿음을 준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과감해지거나, 순응하거나.

둘 중 과감함을 선택한 것이

더 큰 믿음이 되어 돌아오기를 바라요.


NB 식구 분들, 그동안 참 많이 감사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언어 온도 감지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