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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 바꾼 소비 습관

잘 쓰는 법을 배워야 돈이 모인다

by 인천사람

연애 2년, 결혼 3년 차.

아내와 하루하루 지내는 게 재밌고

돈 모으고 쓰는 데 계획을 붙이니 재밌습니다.

목표 달성하면 괜히 큰걸 이룬 기분도 들고요.


돌아보니 결혼하고 제일 많이 바뀐 건

물건을 고르는 기준소비 습관입니다.

애시당초 둘 다 습관성 소비를 안 해왔지만

지금은 싱글일 때보다 더 깐깐해졌습니다.

앞으로 이 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몇 가지 남겨 봅니다.




1. 작아 보이는 소비도 규칙을 정하자


겨울에 붕어빵 어떻게 지나치나요.

저도 아내랑 종종 퇴근길 겹칠 때 사갑니다.


다만 습관으로 가지 않도록 해요.

일주일에 한 번, 이주에 한 번처럼 규칙을 정합니다.


통장 쪼개는 게 첫 번째고

서로 용돈 귀한 줄 알아야 쉽게 안 쓰거든요.



2. 한 번 사서 터질 때까지 쓸 것만 사자


결혼 후에 20족 넘는 신발을 다 팔았습니다.

그렇게 러닝화 포함 열두 개 정도만 남았네요.

이것도 많지요.


어차피 몸에 걸치는 것 하나고

용도별로 하나씩만 있어도 족합니다.

한 족으로 다용도 커버되면 제일 좋죠.


뉴발란스 기준 MADE in USA/UK를 모두 정리하고

정말 잘 신을 알짜배기 몇 개만 남겼습니다.

그리고 그걸 찢어지고 터질 때까지 신어요.

터져도 터진대로 신습니다. 그게 신발의 운명이니.


아껴 신는다고 여러 개 사서 돌려도 신고

새 신발처럼 관리하기도 했지만

결국 내 생활에 잘 맞는 것 한두 개를 오래 신는 게

가장 경제적입니다.



3. 만남에도 집중을 하자


친구들끼리 시간 보내는 것 중요합니다.

결혼한 친구들끼리 보는 건 정말 힘듭니다.

시간 맞추기가 어렵거든요.


제가 술을 못하니 술 안 마시는 사람끼리 보는데,

다들 맛있는 것 먹고 맥도날드 아이스크림 때리고

후다닥 집에 돌아가는 걸 선호합니다.


괜히 2,3차 길게 끌면서

했던 얘기 또 하며 자리만 오래 갖는 게

관계의 깊이를 유지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걸

이제는 다들 압니다.


오히려 만났을 때 핸드폰 안 보고

얘기할 때 잘 들어주고, 고민도 들어주고

내 얘기하다 보면 시간이 더 잘 가요.


결정적으로 술값이 아이스크림 한두 개 가격으로 굳으니 서로 좋아합니다. 돈 아까운 게 아니라 그렇게 쓸 돈 아껴서 다음에 또 봅니다. 재밌어요.



4. 앉을 곳만 있으면 된다


아내랑 부산여행 갔던 날.

부산역 앞 만두 맛집 웨이팅 줄이 길어서

포장하고 역사에 앉아 먹었습니다.


아내에게 괜찮냐 물었더니

이미 평생 그런 스타일로 여행하며 지내 왔기에 아내는 되려 저를 걱정하더라고요.


머리 뉘일 데만 있으면 자고,

앉을 데만 있으면 맛집을 만들어주는 아내가 있어서

감사하고 여러모로 행복합니다.



5. 내 것을 아껴서 소중함에 보답하자


내가 괜히 쓰는 돈, 안 써도 될 법한 돈을 아껴서

주변 감사한 분들을 위해 쓰는 것.

사람 사는 데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입니다.


받은 것보다 더 줄 줄도 알아야 하고

감사함에 보답할 줄도 알아야

나이에 맞게 잘 익어가는 것 같아요.


너무 계산할 필요는 없지만

받아온 호의에 답하면서 지낼 줄은 알아야겠죠.



6. 필요해 ‘보이는’ 것 말고 필요한 걸 사자


결혼 2년 만에 쿠션을 샀습니다. 무지에서.


결혼 전에 혼수로 이것저것 살 때가 돈 제일 많이 써요. 돈 나가는 게 줄줄 새니 삼사만 원 하는 건 우스워 보이기도 합니다. 이때 제일 조심해야 돼요.


그래서 아내랑 약속했습니다. ‘살면서 필요해 보이는 것들’ 말고 ‘살아 보니 필요한 것’을 나중에 사자.


그렇게 2년 만에 쿠션 보러 가서 집에 맞는 사이즈, 소파에 잘 어울리는 크기, 원단, 촉감 꼼꼼하게 보고 사 왔습니다. 저희 집은 그렇게 채워지는 게 있어요.



7. 장바구니는 사는 게 아니라 들고 다니는 거다


이건 대학생 때부터 고수하던 원칙.

아내랑 연애시절에도 잘 지키던 습관입니다.


100원에 파는 봉투값 무시했다가

엄청나게 큰 일 나는 건 아닙니다.

근데 이게 돈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보여줍니다.


쉽게 쓰면 쉽게 쓰는 게 습관이 되고

모으다 보면 모으는 게 습관이 됩니다.


아껴서 차라리 아이스크림 하나 사 드세요.



8. 러닝화 살 돈으로 러닝 자세부터 교정하자


신발 몇 십만 원, 러닝복 십 몇만 원 잘 쓰면서

그걸 걸치는 몸은 왜 그리 안 살필까요.


저는 올해 7년째 뛰고 있고

자세 교정이 필요한지 확인하기 위해 남정형외과를 가보고 싶었어요. 감사하게도 아내가 비는 날 예약을 잡아줘서 연차 쓰고 다녀왔습니다.


평소 혼자 뛰다 보니 자세를 자세히 알기 어려웠는데 다행히 선생님께 ‘자세 좋다’라는 얘기를 듣고 나니 마음이 놓이더라고요.


미드풋이 어쩌고 페이스가 어쩌고 하기 전에

내 몸부터 이해하는 게 제일 먼저입니다.

자세도 안 잡힌 사람이 무슨 가이드를 하나요.



9. 음식은 웬만하면 직접 해 먹자


음식값 무시 못합니다.

주말에 웬만하면 한 끼는 꼭 집에서 해 먹고 나갑니다.

아니면 집에 돌아와서 해 먹거나.


음식 못 한다 해도

유튜브 보고 하나씩 하다 보면 늘어요. 일단 해 보세요.



10. 간식도 챙겨 다니자


편의점 간식도 꽤 비쌉니다.

그래서 쿠팡에서 구운 계란을 삽니다. 아니면 고구마 사서 굽고 찝니다.


사 먹을 때보다 훨씬 경제적이에요.


(470km 돌파)


11. 러닝화는 한 놈만 팬다


러닝화 팔았던 입장에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선수급을 제외한 일반인은 사실

3-400km마다 러닝화를 굳이 바꿔야 하나 싶습니다.


신발의 형태가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저는 한 족으로 열심히 굴리는 것도 중요한 경험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디다스 이보 에스엘을 1000킬로미터 챌린지로 열심히 신고 있어요.



12. 러닝복은 아우터 하나에 대회 티셔츠 이너로 여러 개 돌리자


솔직히 티셔츠는 대회 티셔츠가 짱입니다.

어차피 러닝복은 한 번 입고 빨아야 돼요.


한여름엔 기능 차이가 많이 느껴지지만

이너로 입는 때에는 사실 그놈이 그놈 같습니다.


대신 아우터에 공을 들이세요.

폴라텍 후리스에 경량 바람막이 하나 맞춰 두고 이너만 갈아입으면 아주 든든합니다.


있는 거 입고 낭비하지 마세요.



13. 리미티드에 연연하지 말자


팝업의 시대라 여기저기 행사가 많아요.

코리아 익클, 서울 익클 정말 많습니다.


여기에 현혹되지 말고 정말 꼭 필요했던 물건인지 생각해 봅시다. 그리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


오늘 당신이 입은 것도 처음 구매할 때는 설레지 않았나요? 이게 끝판왕이라 말하지는 않았나요?


이 관점에서 저는 사실 유니클로를 제일 많이 산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긴 해요 사실.



14. 설레지 않으면 고쳐 입어라


곤도 마리에 선생님은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하셨지만 저는 고쳐 입는 걸 택했습니다.


파라슈트 팬츠를 반바지로 잘랐어요. 재봉틀 없이 손으로 박았고 세탁 10번 넘게 해도 멀쩡합니다.


‘재봉틀 없으니까’, ‘손재주가 안 좋으니까’

라고 핑계 대지 말고 그냥 일단 하십쇼. 다 됩니다.



15. 운동 제대로 배우고 병원비를 아낀다


운동하다 어딘가 잘못돼서 병원 가는 게 제일 위험합니다. 생각보다 오래 다닐 수도 있어요.


차라리 한 번 제대로 배우고 부상을 안 당하는 게 낫습니다. 배움에 대한 비용을 아까워 말고 병원비 아낀다 생각하십쇼.



16. 평생 써도 안 이상할 기본 아이템을 갖추자


유행하는 아이템 말고, 차라리 재미없다 소리를 듣더라도 유행 안 타는 기본 품목을 제대로 갖추는 게 낫습니다.


패션은 바지핏의 유행에 따라 신발 트렌드도 바뀌니, 정말 어디에나 어울리는 것 하나만 갖춰 두면 갈라지고 터질 때까지 씁니다.


유행 좇지 말고 평타만 치세요. 반 이상은 갑니다.



17. 경조사 착장은 고정해 두자


벌써 4년 넘게 입는 러프사이드 클럽 셋업.

면접부터 상견례, 결혼식까지 모두 커버합니다.


여러 벌 고민 안 하고 셔츠와 양말만 갈아입으면 여름 빼고 일 년 내내 입습니다.


똑똑한 하나를 사서 잘 굴리면 됩니다.


18. 여행을 잘 이용하자


6번에 말했듯이 결혼하고 몇 년이 지나니 필요한 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섣부르게 혼수로 안 했던 것들이라 큰 고민 안 하고 구매 결정까지는 가요.


저희는 무지를 좋아하고 잘 써서,

일본 출장이나 여행 갈 일이 있으면 그때 주로 삽니다. 이번엔 무지위크랑 겹쳐서 조금 더 할인이 들어갔고 한국에서 20만 원 넘는 금액을 11만 원에 퉁 쳤어요.


한국에서 사지 말라는 건 아니고

기왕이면 이런 기회를 잘 쓰자는 겁니다.



19. 동료들에게 가끔 쓰는 시간과 비용을 아까워하지 말자


직장인으로서 일 잘하는 동료만큼 좋은 자산은 없습니다.


아낄 때 아끼고, 사람들을 위해 쓸 때는 씁시다. 결국 다 잘 되자고 하는 거고 과소비하는 것도 아니고 매일 고가의 커피를 마시는 것도 아니니 가끔 나갈 때는 씁시다.


아낄 때 아낀다고 너무 궁상맞아지지는 맙시다.



20. 목표를 정확하게 세팅하자


한 달에 얼마.

일 년에 얼마.


목표가 있고 없고 차이는 큽니다.

배우자와 돈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해 보고 계산한 뒤에 서로 쪼갤 건 쪼개면서 준비하면 내가 왜 이 돈을 모아야 되는지. 그러려면 지금 뭘 해야 하는지. 새는 돈은 얼마인지. 추적해 보게 되더라고요.


목표 달성하면 어쩌다 한 번 식사든, 쇼핑이든 보상은 꼭 하세요.


쓰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똑같은 시간 동안 목표 지점에 가려면 뭐부터 해야 될지 알아보자는 거예요. 누구는 월급에서 차감하며 소비하지만, 그만큼을 잘 굴리면 추가수익에서 나가는 것이니 결국 공짜로 들이는 것과 같아집니다.


올해 목표는 달성했고 내년이 올 것에 설레네요.

다시 파이팅 해야죠. 아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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