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설명할 수 없다면 입을 닫아라.
소비재, 특히 패션 시장에서 근무 중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도‘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 봤을 겁니다.
“걔는 감도가 좋아.”
“걔는 감도가 좀 별로야.”
“이번에 000 나온 거 봤어? 감도 좋더라.”
“감도 좋은 이미지만 만들면 돼요.”
10년을 향해 달려가는 근속연수 내내 듣고 있습니다.
아주 흔하고 익숙한 대화지만,
글쎄요. 저는 이런 대화 방식이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괜한 오해 생길까 봐 이미지는 엮지 않을게요.)
우리는 본능적으로 압니다.
어떤 게 멋있고 어떤 게 상대적으로 미적 요소가 덜한지.
좋은 이미지는 상품 구매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아무리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도 팔리지 않는 제품도 있습니다. 이게 바로 고민할 지점입니다.
감도가 높다고 다 잘 팔리고
감도가 낮으면 팔리지 않는 걸까요?
그 감도의 높고 낮음은 누가 정하는 걸까요?
“전국 0대 짬뽕”을 볼 때마다 ‘저 0대는 도대체 누가 정하는 건가’ 싶은데,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감도는 타고나는 경우도 있고
오랜 기간 학습을 통해 단련되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분야에 속한 전 세계 여러 브랜드가 보여주는 다양한 이미지, 영상, 그 밖의 시각적 결과물을 계속해서 익히다 보면 어느 정도 공식이라는 것도 보이고 독창적인 것도 분류가 됩니다.
중요한 건 ‘감도’라는 말로 다른 피드백 요소를 덮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잘 됐으면 ’왜 잘 됐을까?‘
안 됐으면 ‘왜 안 됐을까?’
생각하는 연습을 멈추면 안 됩니다.
이 과정이 어려워도 부딪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잘 된 곳 대비 우리는 이러이러한 게 미흡했으니(잘 됐으니) 보완해서 다음에 더 잘해보겠다.” 까지는 나와줘야 해요. 어쩌면 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감도는 탈출구이자 복잡한 과정을 벗어나기 위한 핑계가 될 수 있겠다 싶습니다.
“적은 예산 들여서 고감도 작업물을 만들자!”
수많은 사람들의 희망사항이지만 그런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요리사들이 좋은 맛을 내려할 때 왜 굳이 비싼 재료를 공수해 올까요. 원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려면 그만큼 재료가 좋아야 하고,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겁니다. 수년간 같은 과정을 반복하면서 알게 됐겠죠.
소위 말하는 ‘허리급’이 되니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일이 되게 하는 과정이 있고 최소한의 투입이라는 것도 계산이 됩니다. 끝없는 설득의 과정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영역으로 인해 개인의 가능성이 저평가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조직 규모가 큰 곳에서 작은 곳으로 온 지 3년째.
같은 코스를 밟고 있는 동료들에게 가끔 연락이 옵니다. “이런 상황인데 너는 어떻게 했어” 물으면 간단한 설명과 함께 응원을 보냅니다.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이 직종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감도가 좋아.” 보다 ”이건 이래서 좋아. “라고 명확하게 얘기할 줄 알아야 하고 근거를 함께 풀어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고객이든 팀원이든 모두를 설득할 힘이 생길 겁니다.
감도라는 쉬운 단어로 평가받지 말고
우리도 타인을 그 가벼운 단어로 평가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언어로 풀어낼 수 있게 꾸준히 공부하고 단어를 수집해야겠습니다.
고감도 지향 디렉터병 걸리지 않게 조심하고
책이든 뉴스든 다 좋으니 소양부터 기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