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제가 다 했어요”

그런 건 없습니다.

by 인천사람

일 하면서 같은 직군의 사람들,

새로운 동료들을 만날 기회가 많습니다.


서로 면대면으로 얘기를 나누다 보면

이전 회사에서 했던 업무들도 자연스레 알게 되고

이런저런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기도 하죠.


그럴 때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본인이 기획했음에도 겸손하게 표현하는 사람과

“본인이 다했다”라고 표현하는 사람.


일반화는 아니지만 제가 만났던 배경에서는

주로 고연차에 훌륭한 경력을 가진 분들은 전자,

저연차 혹은 의욕이 앞서는 분들은 후자가 많았던 것 같아요.




7년 차.

흔히들 말하는 ‘허리급’이 되고

저를 지도해 주셨던 선배님들의 위치까지 달하고 나니

이제 사람 보는 눈도 조금은 트이면서

일의 흐름과 맥락, 배경도 보이는 듯합니다.


마케팅이라는 업무 특성상 회사 내의 모든 부서와 긴밀히 소통해야 하죠. 이 소통은 단순히 메일이나 업무톡을 주고받는 게 아니라 부서 간의 이해관계와 업무 현황, 일의 맥락을 읽어서 이슈를 방지하는 일체의 과정을 의미합니다.


혼자서 다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적어도 회사생활에서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말로 혼자 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기획부터 실행 일체를 도맡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작은 브랜드일수록 더할 거고요.


제가 말하고 싶은 부분은

가시적인 실체가 있거나 성과가 남은 업무를 “본인이 다 했다”라고 표현하는 걸 경계해야 된다는 겁니다. 친한 친구들, 가족이나 연인에게는 얘기할 수 있어도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알거든요. 혼자 다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걸.


평소 좋은 이미지로 기억하던 사람에게서 이런 표현을 들으면 혼란스럽습니다. 알맹이가 비어 보이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 그간에 그 사람이 말해왔던 경력에 대해 제가 표현한 리스펙이 무의미해지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고 연차가 높아질수록

겸손한 태도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높이지 않아도, 같이 지낸 사람들은 기획자의 노고를 기억합니다. 그러면 내가 모르는 사이에 주변 사람들이 나를 띄우기도 하죠. 이 흐름은 사회생활 중 자연스럽게 레퍼런스 체크로까지 이어집니다.


스스로를 높이려 할수록 잃는 게 많아지고 낮아진다는 것. 묵묵하게 하루를 견디고 팀에 민폐를 끼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


30대 중반에 가까워지며 다시 한번 배웁니다.

오늘 하루도 겸손하게 보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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