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보고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두 번째 꿈에 가까워진 날

by 인천사람


“서른다섯 살엔 책 낼 거예요.”

근 3년 안에 저랑 깊은 얘길 나눴던 분들께서는

제가 이 말을 입 밖으로 꺼낸 걸 알고 계실 겁니다.


꿈은 표현해야 가까워지고

그 표현이 저한테는 입 밖으로 꺼내는 거였거든요.

저질러 둔 게 있으니 어떻게든 움직이게 됩니다.


그렇게 책을 쓰겠다는 목표로 하나씩 쌓아 두니

메일이 한 통 왔습니다.


출간.

‘올해 준비해서 내년에 꼭 해야지’ 마음먹은 찰나에

책을 써 보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브런치 공식 계정으로 왔다길래

처음에는 스팸인 줄 알았습니다.

그만큼 아직 제게는 믿기지 않는 일이었거든요.

브런치 구독자 100명도 안 되는 제가 책이라니요.


몇 통의 메일을 주고받으며 미팅을 잡았고

그렇게 어제 담당자님을 만났습니다.

어둑한 저녁, 퇴근길에 사람 쏟아지는 성수역 3번 출구, 그걸 바라보는 스타벅스에서.




자리 먼저 잡으려고 헤매고 있었는데

뒤에서 어깨를 두드리시던 담당 차장님.


제가 남긴 기록과 계정의 사진들을

빠짐없이 보시며 저인 줄 바로 아셨다는데

미팅 참석을 위해 상대방에 대해 알아보고

많은 공부를 하신 듯한 표현에 솔직히 감동했습니다.

한 편으로는 ‘나는 출판사에 대해 너무 공부를 안 했나 ‘ 생각이 들기도 해서 민망했네요.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출판 쪽은 처음이기에 질문을 꽤 많이 준비했는데

노트를 꺼내고 하나씩 여쭤 보려 하니 차장님께서 ‘좋아요’ 하시며 질문보다 더 밀도 있는 답변을 하나씩 주셨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두 시간 정도 얘길 나눴습니다.

저를 찾아오신 계기, 연락하기까지의 과정부터

업계 현황과 책을 내는 ‘일’에 대한 이야기까지.

편집을 전문으로 하셨기에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은 어른을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설 연휴 간 목차를 짜 보고

연휴 이후 목차에 대해 피드백하며 계약 얘기를 꺼내 보기로 했습니다. 뵙고 돌아가는 길에 괜히 마음이 꽉 채워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스스로 부담 아닌 부담을 느끼고 있을 찰나

차장님께서 던져 주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옷에 관심 있는 사람 중에 책을 읽는 사람은 더 적어요.


그런데 누군가는. 이 대한민국에 누군가 한 명쯤은 현모님이 풀어주는 옷 얘기가 필요한 사람이 있을 거예요.


그 한 명한테 현모님이 어떤 얘기를 들려줄 건지 집중해 봐요.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경험들을 하면서 어떤 걸 좋아하게 됐고 그중에서 좋은 건 뭐였는지. 큰 목표도 좋은데 얘길 들어줄 한 명만 생각해서 편하게 얘기해 봐요. 글은 그 얘기를 기록하는 수단이니까. “


오랜만에 대화가 되는 분을 만난 것 같습니다.

타겟을 좁혀서 적중률을 높이자고 얘기하는 사람. 제가 일 해왔던 배경에서는 그런 사람이 꼭 필요했거든요.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브런치에 남기려 합니다.

이 작은 기록이 기회로, 그것도 1년이나 단축하면서 다가왔으니까요.


준비는 기회가 있는지 보고 하는 게 아니라

준비된 사람에게 기회가 온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낍니다.


어쩌면 2026년, 서른네 살이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 해가 될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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