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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면 Jul 18. 2021

어느 오후

당신이 뒤에서 안아줄 때에

어느 오후 당신이 뒤에서 안아  때에

세상의 모든 것들이 갑자기 무서워졌다.


"모두  잃으면 어떻게 하지?

당신이 갑자기 사라지면 어떻게 하지?"

당신은 아무 말하지 않고 나를 꼭 안아줬다.


따뜻했다.


빛이 들지 않는  마음 한편엔

여전히 차갑고 쓸쓸하며 곰팡이 냄새가 났지만

그런 나여도 괜찮다고 했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당신은 그런 나여도 괜찮다고 했다.


당신이 꼭 안아 줄 때에 내가 해야만 했던 건

불안해서 초조한 내 마음에 잠깐 동안의 안정을 주는 것과

다 잘될 거라는 믿음을 갖는 일이었다.


마음에 매일매일 얼음처럼

차가운 무언가를 담아내려 했으나

그 얼음이 항상 녹을까 봐 걱정하며 살고 싶진 않았다.


 녹여내어도 후회는 하지 않겠다. 그렇게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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