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뒤에서 안아줄 때에
어느 오후 당신이 뒤에서 안아 줄 때에
세상의 모든 것들이 갑자기 무서워졌다.
"모두 다 잃으면 어떻게 하지?
당신이 갑자기 사라지면 어떻게 하지?"
당신은 아무 말하지 않고 나를 꼭 안아줬다.
따뜻했다.
빛이 들지 않는 내 마음 한편엔
여전히 차갑고 쓸쓸하며 곰팡이 냄새가 났지만
그런 나여도 괜찮다고 했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당신은 그런 나여도 괜찮다고 했다.
당신이 꼭 안아 줄 때에 내가 해야만 했던 건
불안해서 초조한 내 마음에 잠깐 동안의 안정을 주는 것과
다 잘될 거라는 믿음을 갖는 일이었다.
마음에 매일매일 얼음처럼
차가운 무언가를 담아내려 했으나
그 얼음이 항상 녹을까 봐 걱정하며 살고 싶진 않았다.
다 녹여내어도 후회는 하지 않겠다. 그렇게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