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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갤러리 산책가는 날.32

신은영의 개인전

by 강화석

신은영의 개인전, “A Collection of Shin Eun Young Paintings”/인사아트센터 4층(부산갤러리)


인사아트센터 4층(부산 갤러리)에서 2024년 12/18(수)부터 12/23(월)까지 열린 추상화가 신은영의 스무 번째 개인전은 “Collection”전 이다. 전시의 주제를 정하지 않고 “A Collection of Shin Eun Young Paintings” 라고 한 것을 보니, 그동안 그린 작품들을 한데 모아 종합적으로 정리해 보려는 의도인가? 라는 생각을 해본다. 필자는 작가를 잘 알지 못하고, 그의 작품 역시 처음 대하는 것이니 특정한 인상보다는 전체적으로 살펴 보려하지만 추상작품들을 그저 살핀다는 것은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에는 난감할 뿐이다.

그의 작품들은 시각적 표현에 있어 일정한 패턴이 있어 보이고, 분위기는 대체로 밝고 반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또한 은근하게 힘이 느껴지며, 다양한 형태와 채색의 느낌을 조형적으로 두드러지도록 고려한 측면이 있다. 특히 원, 사각형, 직선과 곡선을 그려 한편으론 기호학적 추상의 느낌을 전해 주기도 하는데, 붓질하는 방식이나 채색하는 과정에서 번짐 등을 통하여 의도적으로 시각적 메시지를 강조하려고 한다. 아무튼 그의 작품들에는 모두 제목이 있으니 이를 단서로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와 작품과 관련된 모티브와 주제의식을 읽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본다.

KakaoTalk_20241226_042345946_14.jpg <바람의 흔적> <은빛 파도> <창조의 원류>

전시장 입구에 게시된 작품들(<창조의 원류>외 2편)은 아마 전시회의 표제작으로 내세운 듯하다. 작품명을 <창조의 원류>라 하였으니, 필시 작가의 예술적 창작의 시점(始點)과 연관이 있을 터이며, 이를 개념적 바탕으로 하여 자신의 내면에 내재된 예술적 정신이나 에너지를 표상하려 하였을 것으로 추측해 본다. ‘원류(源流)’라 함은 세상에 원인 없이 시작된 것이 없듯, 모든 일의 처음, 창조의 시초에 대한 탐구의 뜻이 담겨있으리라 생각해 본다면 자신의 예술과 더불어 삶에 대한 근원을 찾아보고자 한 작가의 의도를 담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작품 <창조의 원류>를 통해 이번 전시는 작가 자신과 자기의 예술에 대한 원천적인 탐색의 결과를 한 곳에 모은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한다.

특히 작품 <창조의 원류>는 단순한 시각적 표현이 두드러지지만 매우 강렬한 힘과 과감한 집중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작품의 중심부에서부터 솟구치듯 에너지가 매우 강하게 전달되고 있다. 또한 한 번의 붓질을 통해 그린 듯한 원형(圓形)의 추상적 표현은 강력한 기운이 시공을 초월하여 어느 곳으로든 뻗어나갈 것만 같다. 그런데 덧칠한 청색 바탕위에 그려진 거칠지만 근원적인 역동성의 중심이미지에 빨강, 초록, 황색의 도형을 그려 넣음으로써 전체적 느낌에 불균형적 조합을 시도한다. 따라서 부분적인 요소로 처리된 기호적 표현들이 주는 영향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즉 일정한 파동으로 퍼져가는 듯 표현된 원형(原形)의 요소에 정형화한 형태의 부조화적 결합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생명의 원류(源流)와 질서를 통해 전해지는 기운(또는 에너지)에 대한 표상을 드러내고자 하면서도 자신의 존재성을 관련시키려는 뜻을 전하려 하는 듯싶다.

한편 신은영 작가는 자신의 작가노트에서 “이번 전시는 다양한 물성과 기법 조화를 통해 자연의 흐름과 심연의 신비를 탐구하는 작품들을 보여주려 한다.” 고 하였다. 이때 “심연(深淵)”은 ‘뛰어 넘을 수 없는 깊은 간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뜻이며, ‘종교나 도덕 등 인간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힘’ 즉 “절대적 가치” 이기도 한데, 이를 통해 신 작가는 다소 무겁고 진지하게 인간의 근원에 대한 탐구를 시도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필자는 신 작가의 이번 전시는 곧 자신의 예술을 정리하거나 진단하는 계기로 삼고자 과감하게 원초적이며 근원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성급하게 해 보았다.

1.jpg <자연의 리듬>

신은영 작가가 자연의 깊은 심연으로부터 찾고자 한 원류를 자신의 감각으로 체득하고 확인한 것은 <자연의 리듬>이다. “리듬Rhythm”은 “잠시도 머물지 않는 순간”을 의미하며, “순간”은 “결”을 의미하고, 또한 “결”은 “무늬”이기도 하다. 따라서 <자연의 리듬>은 자연의 다양한 “순간”들, 곧 “결”이나 “무늬”인 것이다. 작가는 이를 <가을 결>, <햇살의 결>, <바람의 물결>, <태양의 숨결>, <바다의 숨결>, <황금 물결> 등으로 재해석하여 시각적으로 표상(表象)해 내고 있다. 이처럼 신은영 작가가 그려낸 대자연의 모습, 깊은 심연으로부터 “파동”으로 전해져온, 겉으로 드러난 “무늬”인 이런 “결”들을 읽어낸 작가의 깊은 통찰이 놀랍고 이를 시각적으로 표상한 그의 예술적 재능과 심적 노력은 칭찬 받아 마땅하다. 또한 그가 느낀 깊은 떨림이나 경이로운 깨달음을 편안하고 다정하게, 안온하고 따뜻하게, 소박하고 친근하게 표현해 내는 자기 정화와 절제는 그를 “자기답게” 하기 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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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숨결>

작품 중 <가을 결>은 가을이 살아온 모습이다. 이것의 원류는 그간 세상의 사물들에 생명의 기운을 전해온 파동이며 살게 한 에너지인 것이다. 따라서 <가을 결>은 이것의 결실인 가을이 남기는 모든 것, “가을의 무늬”를 표상한 것이다. 계절은, 즉 자연의 순환(또는 움직임)은 생명력으로 숱한 역경을 견뎌낸 끝에 결실을 맺었으며, 그 결실을 남기고 떠나갈 것에 대한 그리움까지 담아 반응하는 안식의 포옹(抱擁) 같은 바람까지도 <가을 결>에 담고자 하였다. 그 바람은 때론 <바람의 물결>처럼 물에 투영되어 언어적 표현이나 시각적 표상으로 재해석될 수 있고, 또는 <자연의 리듬>이나 <숲의 파도>처럼 은유적 표현으로 드러낼 수도 있다. 또한 이것은 기운의 상징으로서 <태양의 숨결>이나 <바다의 숨결>처럼 가시성(可視性)을 전제로 한 에너지의 파동을 의미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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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숨결>

신은영 작가는 자연의 거대하고 깊이 있는 생명력에 대한 통찰을 “숨결”이라 하였고, 이를 작품 <태양의 숨결>, <바다의 숨결>을 통해 시각적 표상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그가 주목하고 탐구한 창조의 원류인 ‘심연’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태양의 숨결>이 강렬하고 역동적인 리듬을 가진 “파동”이라면, <바다의 숨결>은 부드럽고 은근하며 잔잔한 리듬의 “파동”으로 시각화한다. “숨결”은 생명력의 상징이며 원류인데, 모든 일의 근원처럼, 그 원류는 지금의 우리들에게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작가는 그 원류를 찾아 나섬으로써 작가 자신을 포함하여 우리의 삶에 대한 깊은 탐구를 시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마음의 풍경>은 다양한 장면을 이루며 쌓여있는 기억 속의 심상을 드러내고자 한 시도의 연작들인데, 매우 풍요롭게 형성되어 있는 그의 <기억의 층>에는 삶의 순간순간에 대한 기억과 흔적들이 차곡하다. 이것들은 한편으론 <심연의 구조>처럼 아득하면서도 안온하다. 깊으면서도 안정화되어 있으니 지금의 나(작가)는 그저 평온한 마음 상태로 그 대상들을 마주하며 바라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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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층>

더불어 작가는 현실의 삶 속에서 자신이 지각한 다양한 대상에 대한 인식의 체험과 기억에 대해서도, 관련된 의식적 무의식적 내면의 소리를 표현하고자 한다. 그의 삶의 순간마다 바라본 대상들에 대한 인상에서도 그는 자연의 움직임과 생명력을 학인 한다. 바다와 태양(해)을 바라보면서, 또 숲을 달을 바라보면서, 빛을 바람을 속삭임을, 그리고 희망을 느낀다. 그가 선택한, 또는 선택되어진 삶의 길에서 자신의 시선을 통하여 황금빛, 금빛 여정을 경험하려는 염원을 담아보기도 한다.

신은영 작가는 이번 “Collection”전에서 “원류(源流)에 대한 탐구”, 즉 “심연(深淵) 속 숨겨진 세계”에 대한 깊은 사유의 과정을 통하여 자연의 생명력과 움직임을 탐구하면서 그 구조 속에서 “자기의 삶”을 성찰해 보려는 뜻을 담고 있는 듯하였다. 따라서 이 작품들은 이런 사유의 과정에 따라 그간에 함께 해온 대상들과의 교감을 시도하며 써 낸 담론(談論)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심연 속 숨겨진 세계’에서 찾고자 한 자신의 예술과 삶에 대한 핵심적 주제는 “자연, 생명, 삶의 순간”에 대한 것으로 압축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신은영은 자연과 생명에 대한 탐구를 통하여 자신 몫의 삶의 순간들을 시각적으로 표상하면서 창조의 원류와 자연의 순환을 통해 경험하는 생명력과 회복으로 자신의 존재성과 역동성을 유지하고 확인하려 하였고, 결국 ‘심연 속 숨겨진 세계’로부터 찾아내고 재해석한 자연과 생명의 모습을 추상적 이미지로 그려낸 내면의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세상에 들려주려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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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카펫>

신은영 작가는 이처럼 작품마다에서 자신이 총체적으로 탐구한 자연과 생명, 그 속에서의 자신의 삶의 순간들을 언어적 개념과 시각적 표상을 구조화하면서 자연이 가진 생명의 심연을 파헤쳐 보고자 하였다. 신은영은 경외롭고 경건한 자연의 흐름을 이렇게 자신의 미학적 감성으로 표상해내고 있는데, 마음의 심상을 드러내는 것이 예술가의 역할이며 소명이라면 그의 행위와 태도는 아름답고도 구도적(求道的)인 것이라 하겠다.

필자는 신은영의 작품들을 살펴보면서 이번 전시는 결국은 깊은 심연의 세계를 탐구하는 과정을 통해 겪어낸 자신을 위한, 자신을 향한 사유의 과정을 엮어 드라마와 같은 담론으로 풀어 쓴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가 그간 해왔던 작업의 형태나 주제의식, 그리고 이를 전개하기 위한 모티브motive나 오브제objet, 나아가 마티에르matiere에 상관없이 이번 전시는 그가 내면에 담아둔 자신을 향한 무수한 의식의 부분들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놓듯 둘러보면서 자신과의 교감을 시도하며 깊고 오랜 사유를 경험하였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온 후에 다듬고 정리한 자신과의 사유 담론을 마무리하려 한 듯하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곧 “자아를 향한 사유와 담론”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또한 이렇게 자연으로부터 시작하여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넘나들며 느끼고 경험한 다양한 반응을 해석하고 정리하여 한 곳에 모아 두게 되었으니, 이번 전시회는 앞으로 그의 향방에 전환점이거나 도약을 위한 변혁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확신을 가져본다.(강화석)



http://www.munhak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77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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