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세상엿보기11.

영화 <포레스트 검프> , 리얼리즘과 허구의 콜라보레이션

by 강화석

“달려! 포레스트, 달리라구!”(Run! Forrest, Run!) - 미국 현대사 속 "포레스트 검프의 인생스토리"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5년 5월, 조선일보사가 주최하는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 참석한 ‘알리바바그룹’의 창업자 “마윈”회장이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롤모델role model은 “포레스트 검프”라고 말했던 기사내용이 생각난다. 당시 세계 최대 인터넷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부상한 “알리바바”의 기업가치는 한화로 242조원에 달했고, 마윈 회장의 개인 재산은 39조원으로 세계부호 순위 15위에 위치해 있었다. 마윈 회장은, “포레스트 검프”가 IQ 75에 불과한 저능아(?)에 속하는 영화의 주인공이지만, 영화를 통해 보여준 캐릭터인 “단순하면서 신념이 있고,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자기의 롤모델로 삼았노라고 진지하게 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1994년에 개봉한 영화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는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작가 “윈스턴 그룸”의 동명소설을 기반으로 제작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 해당하는 영화지만, 장애인을 다루면서 한편으론 사회풍자를 곁들인 블랙 코미디 영화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저능아(?)라 할 “포레스트 검프”의 인간 승리를 그린 영화인데, 대개의 장애인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처음에는 자신의 신체적 핸디캡handicap으로 인하여 고난과 좌절을 겪다가 나중에는 상황이 역전되어 불리함을 극복하고 행복을 찾는다는 해피엔딩 스토리happy ending story를 다루지만, 이 영화는 시작부터 장애를 인정하고 정공법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장애 자체를 부각하려는 것이 아닌, 오히려 정상인이라면 상황을 어렵고 복잡하게 대응함으로서 바른 해법을 찾기가 어렵겠지만, 다소 어리숙한 저능아이기에 문제에 대해 꾀를 부리지 않고 우둔하지만 단순하게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신념에 찬 사고방식으로 일관되고 정직하게 행동하며 결국은 성공에 이른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1.png 영화 <포레스트 검프> 한 장면(영화화면 캡처)

한편 이 영화는 1945년생인 “포레스트”와 “제니”의 성장영화라고 할 수 있다. 비교적 짧지 않은 기간 동안(거의 30년)의 생애를 영화 속에서 실제의 역사 에피소드와 화자(話者)인 포레스트의 스토리를 뒤섞어 들려주는 방식으로 전개가 되는데, 이는 로드 시네마Road Cinema의 형식을 띠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던 해에 태어난 미국판 베이비부머baby-boomer이면서 전후세대인 셈인데, 사회문화적인 환경변화에 영향을 받은 세대들의 특성이나 관련성을 어느 정도는 의도적으로 담아내려 하고 있다. 따라서 영화에서는 미국의 사회적 전환기에 속하는 1960년대를 꽤 많이 영화 속에서 보여주고자 하며, 이런 간접적인 배경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중심적인 스토리구조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즉 존 F.케네디 대통령을 등장시키거나, 본격적인 월남전 참전 분위기에 돌입한 미국사회에서 히피hippie 문화의 등장과 함께 반전(反戰) 시위가 활발했고, 또한 1960년대 중반(1963년) 영화에서는 등장하지 않지만 마틴루터 킹Jr. 목사의 워싱턴광장에서의 연설과 대행진, 비틀즈의 인기와 존 레논의 등장, 이후엔 중공과의 핑퐁pingpong외교, 워터게이트 사건과 닉슨대통령의 사임 등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대형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현상들과 “포레스트 검프”의 생애가 서로 맞물리면서 실제를 연상시키는 역사적 배경과 흐름 속에 가상의 스토리를 언지면서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로 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표현상의 묘미는 실제의 기록영상과 촬영된 영상을 결합하는 컴퓨터 생성이미지(CGI,Computer_Generated Imagery)의 효과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시대의 환경이나 실제 인물들과 영화 속 등장인물들과의 이미지 합성은 오늘날에는 비교적 수월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세계최초로 시도했음 직하게 어려운 작업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제작시간이 상당히 소요되었을 것이며, 그러나 절묘하게 작업을 해냄으로써 대단한 시각적 효과를 낼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워싱턴 광장에서의 반전 데모Demo와 “제니”와 “포레스트”가 만나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라 할 수 있었는데, 이것 역시 일부 엑스트라(약1,500명 정도)를 동원하여 장면마다 카메라와 광장의 구역을 나누어 순차적으로 찍은 뒤 CGI작업으로 수십 만명 이상의 군중이 모인 장면으로 탄생시킬 수 있었다. 이 영화가 받은 6개의 아카데미상에는 “시각효과상”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런 노력을 인정받은 결과라 할 것이다.

“포레스트 검프”는 IQ가 75정도인 저능아이면서 걸음마저 제대로 걸을 수가 없어서 보행보조기구를 착용해야 하는, 일반아이들과는 “다른”아이로 설정하고 있다. 그리고 연민의 대상이 될 만한 “포레스트”를 괴롭히거나 따돌림하는 무리들을 등장시킨다. 따라서 일반학생과는 다르다는 학교교장의 <편견>과 더불어 어린 꼬마들의 <집단 따돌림>이나 <집단 괴롭힘(Izime)>이라는 두 가지의 사회악적인 요소와 “어머니”와 “제니”를 등장시켜 포레스트에 우호적이면서 돕는 역할을 맡기면서 균형을 이룬 듯하지만, 영화는 이 둘의 대립이 아닌 그 사이에서 포레스트 스스로 자기를 지키고 살아남는 방법을 찾아내게 하려는 은근한 구도를 설정하고 있다.

어머니의 덕으로 일반학교에 진학하게 되고 첫 등교하는 날, 학교버스에 탔지만 버스에 타고 있는 친구들 누구도 포레스트를 반기지 않았다. 오직 “제니”만이 자기 옆 자리를 앉게 하였는데, 이때부터 제니는 포레스트가 평생 사랑하는 유일한 여자가 된다. 그 이후로 제니는 포레스트가 친구들의 집단 괴롭힘을 당할 때 마다 포레스트를 편들었다. 어느날 친구들이 포레스트를 괴롭히려 하자, 제니는 “포레스트 달려! 달리라구!” 외치면서 포레스트에게 곤경에서 벗어나도록 하였는데, 이때 포레스트는 친구들을 피해 달아나면서 보행보조장치도 필요없게 되었을 뿐더러, 자기에게 달리기의 재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니가 포레스트에게 외쳤던 “Run! Forrest Run!”은 위기에서 벗어나거나 자기의 인생을 제대로 살아가게 하는 동력이요 힘의 원천이 된 셈이었다. 그리고 이 메시지는 영화의 중심을 떠받치는 기둥이 되고 있으며, 우직하고 요령없는 사고와 행동은 어떤 고난이나 도전에도 스스로 견디고 극복해 낼 수 있는 중심단서로서 스스로를 지켜낼 무기와 다름 아니라 할 수 있다. 결국 포레스트는 그가 잘 할 수 있는 달리기를 통하여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고, 그 대학의 미식축구선수가 되었으며, 미국대학의 최우수선수로 뽑혀 백악관에 초대되어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기까지 하게 된다. 이처럼 지능도 부족하고 따돌림을 당하는 처지에 있지만 스스로 자기를 구제하거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만 있다면, 그리고 그 일을 꾸준히 해낼 수만 있다면 결국 전화위복이 되어 그 이상의 특별한 일들이 행운처럼 주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이렇게 보행보조장치를 달고 겨우 걸을 수 있었던 포레스트가 달릴 수 있게 되고, 또한 보조장치까지 필요없게 되었을 뿐 아니라 달리기에 재능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됨으로써 그는 전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게 된 셈이었다.

포레스트는 달리기를 함으로써 보조 장치로부터의 해방뿐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고 보호할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즉 어려움으로부터, 부정적인 것으로부터, 장애와 무기력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며, 또한 자기의 힘과 의지로 자기의 길을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후부터는 열심히 달리면 된다. 더 이상 보조 장치 없이 걷고 달릴 수 있으며, 자기를 도와주었던 엄마나 제니가 없어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 되었으며, 이것은 압박이나 도움으로부터의 해방이고 자유인 것이다. 또한 어떤 억압이나 문제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인데 포레스트에게는 달림으로써 가능한 것이며, 자기의 가능성은 더욱 커지면서 제대로의 인생을 찾고 그 인생에서 사랑도 행복도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8.png 영화 <포레스트 검프> 한 장면(영화화면 캡처)

이 영화의 스토리 전개 구조는 버스정류장의 벤치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서로 모르는 사이인 옆 손님에게 포레스트가 자기의 이야기를 전하는 식으로 전개가 되고 있다. 첫 번째 상대는 비교적 젊은 흑인여성인데, 포레스트의 이야기에 무관심한 태도로 멀뚱한 반응을 보인다. 여기서는 자기의 어린 시절과 제니와의 만남 등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두 번째에서는 나이가 들어 보이는 장년의 백인 남성에게 이야기를 전해주는데, 군대에 입대하여 훈련 받고 이후 베트남전에 참전한, 그리고 전투중 부상병을 구한 이야기, 후송병원에 이송되어 입원 중에 탁구를 배우고 탁구국가대표가 되었고, 군에서 제대한 이후에는 새우잡이로 성공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나 그 중년 남자는 포레스트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 주는 듯했으나 포레스트가 결국 새우잡이로 성공하여 수산물가공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백만장자라는 사실에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며 떠나간다. 그러나 세 번째의 나이든 할머니는 매우 호응하면서 포레스트의 이야기를 들어줄 뿐 아니라 제니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는 눈물까지 보이는 등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결국 자기의 이야기를 마친 포레스트는 제니의 편지를 받고 그녀를 찾아가는 중이라는 말을 건네자, 제니의 집은 버스정류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알려주기까지 한다. 그러는 사이 이야기 중간 중간에 하늘을 날아다니던 새의 깃털이 떨어져 그의 발밑에 내려앉자 그것을 주워 책갈피에 끼워두는 데, 이것은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포레스트가 제니의 무덤 앞에서 자기가 겪고 있는 인생의 모습이 운명적인 것인지, 또는 바람을 따라 떠다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독백한 것에 대한 복선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미국의 20세기 중반인 1950년대부터 시작하여 1980대 초까지의 시대적 배경에서 전후세대에 속하는 “포레스트”와 “제니”를 중심으로 월남전 참전 중에 죽은 전우 “버바”와 소대장 “댄 중위”, 그리고 “어머니”가 주된 등장인물로서 스토리를 구성하고 있다. 비록 핸디캡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그래서 내면에서는 스스로 모자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속에 고통이 없지는 않았지만, 어머니의 보살핌과 가르침을, 또 사랑하는 제니의 말을 신념으로 삼아 우직하고 충실하게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함으로써 결국은 남들이 이루는 것 이상의 것을 달성할 수 있었다. 큰 버팀목이던 어머니가 돌아가시지만, 그래서 몹시 슬프고 염려가 되지만, 어머니가 전해준 교훈이면서 유언과도 같은 말, “인생이란 초콜릿 상자와 같은 것이다. 상자 안에 있는 어떤 초콜릿을 고를지 모르기 때문”이며, “인생은 아무도 알 수 없으며 자기 인생은 스스로 알아내야 하는 것”이라고 한 말을 골똘히 생각하며 새기게 된다. 그리고 영원한 첫사랑인 제니가 해준 말을 잊지 않고 실천에 옮기게 되니 위험한 전쟁터에서 자기 목숨뿐 아니라 여러 명의 전우들을 구하고, 댄 소대장도 구해낼 수 있었다.

댄 중위와는 결국 운명적인 관계를 유지하게 될 뿐더러 포레스트가 경제적 부를 이루는 결정적인 도움을 주기도 하는데, 처음에는 명예롭게 전장에서 죽지 못하고 불구가 되어 살아남은 것을 원망하였지만 고맙다는 말까지 하게 된다. 이 모든 것들은 정상인들의 사리판단에 의한 것이라면 이렇게 흘러갈 수 있었을 까 싶은 일들이었다. 이 모든 일들은 자기를 사랑하고 돕는 사람들을 결코 의심하지 않고 우직하게 믿고 따르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그대로 하게 되니 결국 어머니에게는 자랑스런 아들이 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제니와의 사랑도 이루어지고 아들도 낳았으며, 전우인 버바와의 의리를 지켰을 뿐 아니라 그 가족들을 행복하게 하였고, 또한 수많은 이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선한 사람으로 살아남게 된 것이다.

12.png 영화 <포레스트 검프> 한 장면(영화화면 캡처)

포레스트는 제니가 자기의 청혼을 거절하고 떠난 이후에 달리기를 시작한다. 이때 포레스트는 제니가 선물로 사온 “나이키 런닝화”를 신고 달리게 되는데, “왜 달리는가?”에 대한 이유와 설명은 없었지만 포레스트는 자기의 내면에서 시키는 대로 달리고자 한 것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무려 3년여 동안 무조건 달리기를 하게 된다. “인생은 스스로 찾는 것이라는데, 나의 인생은 무엇인가? 왜 사랑하는 제니와는 함께 살지 못하는가?” 등 온갖 의문거리가 머릿속에 가득했겠지만 답을 낼 수 없으니, 그저 달렸던 것인가? 그러나 결국 포레스트의 달리기는 미국 내에서 화제가 되었고, 이것을 뉴스를 통해 본 제니로부터 방문해 달라는 편지를 받게 된 것이니 어쩌면 “구하라 그러면 주어질 것”이라는 말에 화답을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속(俗)됨은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 끝없이 욕구를 달성하려는 것이 인간 사회를 발전시키는 동인이 되기도 한다고 하고, 인간의 지혜나 또는 꾀(잔머리)는 복잡하고 다양한 이해관계 속의 세상을 살아가게 할 쓸모있는 조건이 되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나 한편 비현실의 스토리텔링일지라도 이런 바보(?, 똑똑한 체 하는 인간들이 자기의 잔재주만 믿고 우쭐하는 꼴과 그로 인해 드러내는 옹졸한 심보에 의한 평가일 것이다)의 단순하지만 우직하며, 스스로 믿고 따르는 신념과 언행일치(言行一致)에 의한 행동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주는 아름답고 눈물겨운 모습을 우리는 “141분” 동안 볼 수 있었다.

1994년에 헐리우드Hollywood에서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을까? 불과(?) 5,500만 달러를 들여 제작했지만, 무려 6억7700만 달러의 돈을 벌어들인 이 영화. 진짜와 가짜를 융합하여 하이브리드Hybrid 방식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를 자처하는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그런대로 의미 있었고, 당시 수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켰던 것은 숫자가 증명하는 바일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해인 1995년 제67회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13개 부문에 후보로 지명nominated되었고,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6개 부문에서 수상하였으며, 남우주연상을 받은 포레스트 검프 역의 “톰 행크스”는 전년도인 1994년 아카데미상에서도 “필라델피아”라는 영화로 남우주연상을 받았기에 2년 연속 이 상을 받은 역사상 2번째 영화배우가 되었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상 이외에도 골든 글러브상, 새턴 어워즈, 미국감독조합상 등 여러 상을 휩쓸 만치 놀라운 반응을 일으켰는데, 흥행실적으로도 역사상 4번째로 높은 수익을 창출하였다.(강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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