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담배 맛의 고향, 말보로 컨트리로 오라."
「말보로」, 남성들의 “마초(Macho)”기질과 “노스탈지아(nostalgia)”를 위무하는 광고
“Come to where the flavor is. Come to Marlboro Country.”
미국의 광고전문지 “애드 에이지”가 20세기 최고의 광고와 아이콘Icons으로 선정한 『말보로(Marlboro)』담배광고는 여전히 광고사에 특별한 광고캠페인이자 광고캐릭터로 기억되고 있지만, 대중들에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추억의 광고”가 된 지 오래다.
2000년 이후 여러 나라에서 더 이상 담배는 대중 미디어를 통해 광고할 수 없는 환경으로 변했기 때문에 애연가나, 담배연기에 얼굴을 찌푸리곤 했던 비흡연가이지만 광고만큼은 미워할 수 없었던 그 전설적인 『말보로 광고』를 대중미디어를 통해선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련한 추억이거나 기억속의 전설처럼, 초원을 누비면서 소떼를 몰고 다니며 야성적인 남성의 이미지를 맘껏 드러내곤 하였던 그 광고의 정신적 유산만큼은 쉽게 잊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담배만큼 크리티컬(critical)한 기호품도 없을 것이다. 호불호(好不好)가 명확하면서도 그에 따른 애증(愛憎)조차 거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금하고 있지만, 담배는 영화뿐 아니라 안방의 TV에서 때론 비장하면서 멋지고, 고독하면서도 아련한 낭만에 어울릴 소품으로 흔히 등장하던 친숙한 기호품(Favorite)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이들에게 악(惡)의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고, 이미 제품의 분류조차 “악(vice)의 제품”이거나 사회적 수용성이 매우 부정적인 제품으로 낙인(烙印)이 찍혀있다. 또한 대중미디어로부터 제품이나 광고가 사라지게 됨으로써 마음으로부터도 멀어질 가능성이 높아질 터, 국가가 운영하는 수익사업의 대표품목이거나 제법 규모가 있는 사기업의 돈벌이 효자상품이던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다.
아무튼 말보로 광고는 남성들에게 남성다움의 기질과 남성들의 내면에 내재한 향수nostalgia를 일깨우며, 자극하고 달래주는 동반자와도 같은 역할을 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광고에 의한 이런 대리학습(modeling)효과를 통해 소비자를 설득하고 실제의 삶에 영향을 미치며 행동변화를 유발하는 것이 수월한 일은 아닌 것이다. 누군가는 광고에 노벨상이 있다면 우선해서 “말보로” 광고를 꼽기도 하였으나 이제는 “추억의 광고”로 묻혀 가는 중이다. 그러나 이 광고 캠페인은 쉽게 잊혀 지기에는 어려울 만치 광고사에 강한 족적을 남긴 것은 분명하다고 할 것이다. 광고와 마케팅이 때론 인간의 삶과 환경에 두루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으면서도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이유는 그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다 보니 반대급부로 발생하는 폐해를 불가피하게 인정해야 한다는 것인데, 담배의 경우가 그러할 테지만, 그러나 그저 순수하게(?) 광고의 입장에서 바라보고자 할 뿐이다. 오랫동안 ‘말보로 맨’으로 활약한 광고모델(“웨인 맥라렌 Wayne McLaren”)이 결국 51세의 나이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간곡한 당부(“나는 흡연이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을 죽어가면서 증명하고 있다.”)가 기억나기도 하지만, 아! 어쩌랴!!!
1954년은 “필립 모리스(Philip Morris Int‘l inc.)”사에게는 역사적인 기점이 되는 해일 것이다. 이미 오랫동안 여성이미지를 간직하면서 지지부진한 매출에도 불구하고 틈틈이 도약의 기회를 바라보던 중에 결국은 변함없는 매출부진에서 벗어나고자한 필립 모리스는 말보로의 브랜드 이미지 변신을 결단하게 되는 것이다.
담배 “말보로”는 가장 세계적이면서, 가장 미국적인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코카콜라, 맥도날드, 리바이스와 더불어 미국을 대표하는 브랜드이며, 말보로 이미지의 상징인 “말보로 맨”이나 “말보로 컨츄리”는 남성미와 남자들의 마음 속 고향으로 미국인들의 가슴속에 내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미국적인 인물을 대신하면서, 또 미국인의 야성적인 개척정신을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말보로의 출신 태생은 미국이 아닌 영국이다. 1847년 영국사람 필립 모리스(Philip Morris) 경이 영국 런던의 본드가에 담배 가게를 개점하면서 말보로가 탄생하였는데, 처음엔 여성을 위한 기호품(Ladies’ favorite)이었다. 그리고 여성들의 립스틱자국을 커버cover하기 위해 남성용 담배에는 없는 필터를 부착한, 철저히 여성흡연자를 겨냥한 제품이었다. 시간이 흐르자 미국에 수출을 시작하였고, 1922년에는 마침내 미국 뉴욕에 “필립 모리스”사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여성용 담배인 말보로는 “5월처럼 순한(Mild as May)”이라는 광고 concept로 광고를 하면서 여성에 초점을 맞춰 제품개선 등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여성소비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하였으나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마침내 1954년에 이르러 필립 모리스사는 “레오버넷(Leo Burnett)”이 이끄는, 시카고에 본사가 있는 광고회사 “레오버넷(Leo Burnett Worldwide, Inc.)”과 손잡고 대 변신을 시도하게 된다. 레오버넷이 말보로를 대중적 제품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남성을 소비자로 바꾸고 “가장 남성적인 모습”을 가진 브랜드 이미지를 광고를 통해 부각하자고 제안하였기 때문이었다. 즉 여성에서 남성으로의 성전환(性轉換)이라는 파격적인 브랜드 정체성의 변화를 시도하려 한 것이다. 대 혁신전략이었다. Brand의 Positioning을 변경하는 것인데, 이른바 Brand의 “Repositioning”전략을 시도하려는 것이었다.
미국에서는 이미 1950년대부터 흡연은 해롭다는 과학적 데이터가 제시되기 시작하였기에, 담배회사들은 필터 기술을 통해 담배의 유해성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 하였으나, “레오버넷”은 필터담배의 원조 격인 말보로를 경쟁자들과는 다르게 “남성사용자 이미지”를 가진 브랜드 이미지로 Positioning하기 위해 광고를 통해 “남성다움”을 심으려고 작정하였다. 레오버넷도 오길비처럼 매우 유능한 광고인이었고, 브랜드의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를 위해 레오버넷은 과거에 ‘라이프(LIFE)’에 실린 카우보이에 관한 기사에서 본 카우보이 “클레런스 헤일리 롱(Clarence Hailey Long)”의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아 “카우보이”를 광고의 첫 번째 캐릭터로 삼기로 하였으며, 최초의 말보로맨은 배우 “로버트 바비 노리스(Robert Bobby Norris)”가 선택되었는데, 레오버넷의 광고 담당자가 영화배우 존 웨인과 함께 사진을 찍은 노리스를 보고 발탁한 것이었다. 노리스는 실제로 1953년부터 목장을 운영하고 있었으나 흡연자는 아니었다. 이로써 노리스는 역사적인 말보로 맨 광고의 첫 번째 모델이 되어 14년간 활동하였으며, 결국 노리스의 카우보이 이미지는 말보로맨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되었다. 또한 말보로맨을 경찰관, 군인, 선장, 역도선수, 종군기자, 건설노동자 등 다양한 직업을 통해 이미지를 전개 하려했던 계획을 변경하여 “카우보이”로만 지속하게 되었다.
시간이 조금 소요되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최초의 브랜드 런칭도 어려운 법이지만, 기존 이미지를 정반대로 변화시키려는 Repositioning은 더욱 어려운 법이다. 소비자의 기존 인식을 변경하려는 일은 매우 난이도가 높은 과업인 것이다. 그러나 광고회사 레오버넷과 광고주 필립 모리스는 이 어려운 일을 해 냈다. 레오버넷은 “남자다움”을 보여주기 위하여 속물스럽지 않으며 고급스런 이미지가 느껴지는 남성으로부터의 “그것”을 찾고자 하였다. 결국 광고 속에서 “강한 남자의 상징”으로 “카우보이”를 말보로 맨Marlboro Man으로 선정하게 됨으로써, “카우보이”를 통하여 힘과 낭만을 보여줄 뿐 아니라 자기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강한 남성의 모습과 자유와 향수(鄕愁)를 느낄 수 있는 말로로 컨추리Marlboro Country를 이상향으로 그려내기 시작하였다.
이런 일련의 광고concept를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가면서 서서히 말보로 맨Marlboro man의 이미지 정체성이 형성되어가고, 이들이 살아가고 활동하는 말보로 컨추리Marlboro country는 미국인의 노스탈지아nostalgia를 떠올리는 이상향으로 자리 잡아 가면서 많은 미국남성들에게는 “야성회귀본능(野性回歸本能)”을, 여성들에게는 “섹스어필sex-appeal의 감성”을 자극하는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이런 광고와 더불어 제품에도 약간의 변경이 있었다. 여성의 립스틱 자국을 커버하려 한 필터의 기능을 보완 개선하고, 담배패키지package를 뚜껑식 box형(Filp-Top Box)으로 변화를 주어, 뉘어 두던 케이스Case를 세워두는 케이스 형태로, 또한 패키지 칼라를 강렬한 붉은 색을 강조하여 열정적인 남성적 이미지를 강화시키는 효과를 유발하고자 하였다. 특히 붉은 색 뚜껑(Red Roof)은 말보로의 상징으로 자리매김 되었을 뿐 아니라, 붉은 색은 정력과 흥분의 색이면서, 주의를 끌기 위해 사용되는 공격적이고 열정적인 정면(正面)의 색으로서, 흔히 소매상품의 색으로 인식되고 있다(상반된 칼라인 청색은 후퇴의 색으로서 침착하고 방어적인 이미지가 느껴지므로 안정성을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회사색상으로 인식된다).
1954년 말보로 맨 광고를 시작하기 전, 말보로의 M/S는 0.25%에 불과했지만, 1960년대 초에 말보로의 M/S는 5%로 상승되었으며, 점차 말보로 브랜드는 남성적이고 개성이 강한 브랜드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러나 1971년 미국 내에서 담배의 TV광고를 금지하는 조치가 내려진다. 그러나 인쇄광고만을 하게 되는 것은 오히려 말보로에게는 유리한 것이었다. 인쇄광고는 말보로 맨의 광고컨셉트를 전달하는 데 더 적합하였기 때문이었다. 1975년 드디어 말보로는 당시 시장내 1위 브랜드였던 “윈스톤Winston”을 제치고 1위 브랜드로 등극하게 되었는데, Repositioning전략을 시작한 지 20여년만의 일이었다.
말보로 맨 광고는 크게 3종류의 제품, 즉 정통 말보로인 “Red Roof”, 맨솔과 Light제품(저 타르의 말보로 라이트), 라이트보다 맛이 진한 신제품(말보로 미디엄)등을 중심으로 광고유형을 달리하여 집행하였는데(제품유형별 단독광고, 제품혼합광고, 시즌광고, 행사후원광고, 그리고 제품이 등장하지 않는 말보로 컨츄리 이미지광고 등), 다만 “맛의 세계는 말보로 컨츄리”라는 전체 광고의 헤드라인은 공통으로 사용하고, visual identity는 가능하면 유지하면서 일관된 브랜드 정체성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려고 하였다. 또한 광고의 visual(시각 이미지)은 자연 그대로의 Reality를 철저히 지키도록 하였다. 따라서 광고에서 보여주는 모든 소품들은 실제 현장에서 카우보이들이 사용하는 것들을 철저히 검증하도록 하였으며, 카우보이들의 일체의 복장과 연장, 도구, 말과 안장, 등불, 벌판에서 사용하는 불쏘시게, 또한 지포 라이터까지 모두 실제 사용하는 것들을 그대로 visual에 담아 광고의 현실감을 살려내고자 하였다.
말보로의 Repositioning전략이 성공하고 결국 말보로만의 브랜드 이미지Brand Image와 personality(브랜드 개성)가 정착될 수 있었던 것은 말보로 맨과 말보로 컨추리의 이미지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흐트러짐 없이 지속적으로 말보로 관련 연상(Association)요소들을 전달하려한 전략적 관리노력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핵심 전략은 변화없이 고정하면서도 visual의 신선함을 위한 창의적인 소재를 지속적으로 발견하려 하면서도 표현 identity와 copy의 일관성을 한결 같이 유지한 은근과 끈기의 지속성 덕분이라 할 것이다.
담배는 기호품으로서 대표적인 감성제품이다. 따라서 이성적 소구가 아닌 감성적 소구가 적절한 표현방식이라 할 수 있는데, 미국 소비자들은 이성적 소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감성적 소구로 만들어진 말보로 광고가 특히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광고유형이 되었다는 것은 이 광고 캠페인이 특별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며, 또한 미국인들의 가슴에 자리한 마음의 고향이나 그들의 향수를 자극하면서, 강한 남자, 야성적인 마초들의 심금(心琴)을 울리고 가슴 깊이 받아들이게 한 감성적 메시지가 이성과 감성 모두에 진실하게 어필appeal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냉철하고 명확한 광고 concept인 야성적인 남성의 이미지를 철저한 reality에 입각하여 흔들림 없이 지속적으로 전달하고자한 메시지의 일관성 덕이기도 하면서, 감성적 어필appeal이지만 방식은 이성적으로 철저한 관리에 따른 상호 시너지효과synergy effect의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담배는 “건강”과 관련하여 숱한 도전과 수난(?)을 겪어왔다. 인류역사의 오랜 시간동안 인간을 위로하고 동반자와도 같은 역할도 많았다지만, 결국은 이런 운명에 처하게 된 것이다. 사회적 여론이나 평판이 담배에 대해 점점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소비자를 자극하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광고는 직격탄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광고 안에 제품을 노출시켜서는 안 된다는 조치가 내려진다. 이제 인쇄광고에서 조차 마음껏 전략적으로 광고효과를 제고할 단서들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담배와 같은 감성적인 기호품의 경우, 광고를 통해 제품의 특장점이나 혜택(benefit)을 전달하고 소비자의 마음을 자극하여 유리한 행동을 유발하려는 제품 중심적 커뮤니케이션이 주된 전략적 방식이 아니더라도, 광고표현이라는 주변단서와 더불어 제품을 연관하면서 소비자를 자극하고 설득하려는 것이므로, 광고에서 제품의 노출이 없다면 그 효과는 반감되기 마련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이미 마음 깊이 말보로 맨과 말보로 컨추리에 대한 이미지가 강하게 자리하고 있었고, 그것과 제품 말보로가 연결되는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형성한 상황이므로, 따라서 제품이 없다고 해도 말보로맨과 말보로컨추리는 제품 말보로와 긴밀하게 연결된 하나의 스키마 상태이었기 때문에, 비록 제품이 눈에 띄지 않아도 말보로 맨과 말보로 컨추리가 연결되어 있는 인식 구조를 지속적으로 소비자의 눈에 노출하도록 한다면 소비자의 인지능력을 자극하는 데에는 큰 부족함은 없게 되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에게는 브랜드에 대한 누적된 지식이 내재해 있고, 수시로 회상Recall과 재인Recognition을 통해 구매를 결정하는 단계에서 활용하게 되는 셈이니, 다행히 안심할 만한 것이다. 이것은 1954년부터 거의 50년 가까이 인내의 벽과 터널을 넘고 지나온 결과인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소비자들을 직접 설득하거나 자극하는 것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지라도, 기존 소비자들이나 그 중에서 충성 소비자들을 적절히 대응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고객관계 유지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마케팅에서는 세상이 바뀌는 것(환경변화)을 늘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고 보면 이미 예상했던 흐름에 해당한다. 따라서 생존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마케팅의 근본 체질을 생각해 본다면, 이미 이런 예상을 거쳐 충분히 살길을 마련해 놓았어야 하는 것이므로, 말보로를 만드는 모 기업이야 그 대안이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다만 화려하고 신이 났던 광고의 전성기가 이제 사라지고 만 것에 대해서는 다소 쓸쓸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 역시 비흡연가로서 예전엔 간혹 구수하기도 했던 그 냄새에 이제는 거부감마저 들고 있는데, 이것도 세월 탓이려니와 추억조차도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때가 온 것인가 싶다.(강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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