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과 화물운송 부문에 13개 항공사들이 경쟁하고 있는 국내 민간항공시장이 수요에 비해 공급 과잉이 된 이유는 B737이나 A320 같은 소형 여객기 1대도 제 돈 주고 못사는 자본과 고속버스회사조차 운영할 능력도 없는 이들에게 항공기운송사업면허를 남발한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의 무능한 정책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우후죽순 생겨난 저비용항공사들이 20년 가까이 항공운송사업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중국, 일본, 동남아 여객 수요가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누구도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늘어나는 빚더미 속에 추락 위기에 처했다.
생존을 위해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처럼 중형 여객기와 화물기를 도입해 국제선 중장거리노선과 화물운송사업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코로나19 재유행, 환율 및 물가 상승이라는 변수에 발목을 잡히며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 갇혀버렸다.
산업은행이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방어까지 해결 해주면서 강행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해외 기업결합심사 필수 신고 국가인 미국, 유럽연합, 일본, 중국 중에 중국이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경영권과 상관없이 자생력이 있는 대한항공과 빚더미 아시아나항공 합병 무용론도 일각에서는 대두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여부와 상관없이 9개 저비용항공사에 대한 구조조정은 시간 문제로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항공사 별 항공기 보유 현황과 이슈를 살펴 보고자 한다.
참고로 항공사들이 운용하는 여객기와 화물기는 직접 구매 또는 리스 임차 형태로 도입하는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전 기종에 걸쳐 신조 기체를 도입하는 반면에 저비용항공사는 대부분 10년 내외의 중고기체를 도입하는 비중이 높다.
대한항공
130대의 여객기와 23대의 화물기를 운용 중인 대한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기종은 국내선과 단거리 국제선용 B737 시리즈 23대, 장거리 국제선용 B787-9 10대, 여객과 화물 전 노선 만능 기체인 B777 시리즈 53대, 국제선 장거리노선 여객과 화물 전용 기체 B747 20대, 국내선 및 저수요 국제선 단거리용 A220 10대, 전 노선에 투입 가능한 만능선수 A330 패밀리 30대, 도입 기종 중에 실패작인 A380 10대 외에 B787-8 등과 같은 비즈니스 전용기까지 165대에 이른다.
아시아나항공이 먼저 도입한 A321 neo도 올해 들어올 예정이며, 가장 최근에 도입한 기종은 B737 MAX 시리즈 중에 B737-8이다.
보유 항공기의 평균 기체 연령은 12년 내외로 누적 운항시간이 많아도 인천, 김포, 김해에 위치한 정비기지에서 철저한 정비로 유지되고 있고 지난달 KE9956편 엔진결함과 같은 유사 시에도 신속한 엔진교체 같은 중정비가 가능하다.
아시아나항공
1988년 설립 이래, 대한항공과 경쟁하면서 보다 높은 서비스로 많은 국민들에게 ‘색동날개와 아름다운 사람들’로 기억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난 여파로 오늘날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태극날개인 대한항공과 더불어 색동날개로 불리며 국적항공사로서 자부심과 열정으로 오랜 위기 상황에서도 묵묵히 버텨온 직원들이 지쳐 일부는 떠나고 있다는 것과 사심 가득한 운항 및 인사 부문 특정 임원의 횡포가 극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 중인 기체는 총 80대, 기종 별로 살펴보면 1999년 도입 이래 지금도 현역에서 뛰고 있는 HL7428 B747-400 여객기와 1991년 도입된 HL7413 B747-400F 화물기 포함 B747-400 11대, B767 6대, PW4077 엔진 문제가 해결된 B777-200ER 9대, A320 및 A321 neo 20대, 국내선과 중장거리 국제선용 A330 15대, 국제선 장거리노선을 도맡아 뛰고 있는 A350-900 13대, 장기간 정비 미비로 2024년까지 2대만 정상운항이 가능한 A380 6대이다.
코로나19 이전보다 2배 이상 인상된 항공권 가격에도 불구하고 늘어난 미주노선 여객 수요에도 투입할 여객기가 부족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와 화물기의 평균 기체 연령은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12년 전후이며, 이중에 A321 neo는 25대, A350-900은 21대가 주문되어 있으나, 합병 결과에 따라 도입 여부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
2005년 설립되어 현재 51개 도시 87개 노선을 가진 제주항공은 저비용항공사 중에 여객기 보유대수가 가장 많아서인지 얼마 전까지 크고 작은 안전 사고가 잦았지만, 지금은 철저한 운항승무원 관리를 통해 안전운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보유 기종은 B737-800 여객기와 화물기 39대이며, 가장 최근에 도입한 기종은 B737-800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한 B737-800BCF로 24톤의 화물을 탑재하고 최대 3,695Km 운항이 가능한 소형 화물기이다
평균 기체 연령은 13년 내외로 신조 기체는 보잉에서 직접 구매한 HL8316, HL8317, HL8318 3대 이며, 나머지는 중고 기체로서 아일랜드 라이언에어에서 운용하던 기체가 많은 편이다.
현재 운용중인 B737-800 대체 기종으로 코로나19 이전에 B737 MAX 8 50대(옵션 10대 포함) 도입 계약을 체결해 놓은 상태이다.
중형 여객기 A330-300을 도입해 국제선 여객사업에 승부수를 던진 티웨이항공과 달리 화물사업 확대로 방향을 잡은 선택이 B777F 같은 대형 기종 없이 국제선 단거리 화물운송만으로 항공화물사업 안착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B747과 B777 대형화물기를 주력 기종으로 글로벌 항공화물운송 상위 10위 안에 들어가는 대한항공과 20위인 아시아나항공이 지배하고 있는 국내 항공화물시장에서 두 항공사 눈치를 안보고 화물을 실어줄
항공물류회사는 많지 않기 떄문이다
티웨이항공
중형 여객기 A330-300 도입으로 싱가포르, 시드니 등의 국제선 중장거리노선 취항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티웨이항공이 도입 운용 중인 기종은 B737-800과 A330-300으로 각각 27대와 3대로 평균 기체 연령은 13년 내외이다.
취항 중인 싱가포르와 울란바토르 노선 외에 호주와 유럽노선에도 투입되는 A330-300은 도입 단계에서 운항본부장을 포함해 몇몇 운항승무원의 시뮬레이터 테스트 탈락과 티웨이항공 이전에 에어아시아에서 운용할 당시에 대한항공 A330-300보다 많은 소티로 정비에서 손볼 곳이 많아 애를 먹었다고 한다.
25년 수명 주기를 가진 여객기는 소티와 누적 비행거리가 많아도 주기적인 정비만 제때 이루어진다면 문제없기에, 향후 유럽과 호주 등의 장거리노선 취항 시에 안전하고 정상적인 운항을 위해 철저한 사전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지난 3월 정홍근 대표는 오는 2027년까지 중형 여객기 20대를 도입해 총 50대의 기체로 매출 3조원을 목표로 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달성해 저비용항공사 중에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으면서 묵묵히 근무 중인 2,300명 직원들의 노력에 결실이 맺기를 기대한다.
진에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이루어지면 에어부산, 에어서울과 통합될 예정인 진에어는 대한항공이 100% 출자해 만든 한진그룹 계열 저비용항공사이다.
B737-800 20대, B737-900 2대, B737 MAX 8 1대, B777-200ER 4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에HL8012~8017까지 6대는 신조 기체이며, 나머지는 대한항공에서 운용하던 기체로 27대의 평균 기체 연령은 12년 내외이다.
국내 민간항공역사상 희대의 갑질 사건인 조현아 땅콩 회항 사건에 버금가는 물컵 갑질의 주인공인 조현민(에밀리 조)이 외국인 등기이사로 재직하며 면허 취소 위기까지 겪었던 진에어가 다른 저비용항공사보다 유리한 점은 보유 기체부터 정비, 지상조업서비스, 노선까지 모회사인 대항항공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에어부산
인천, 김포, 제주에 이어 여객수요가 많은 김해국제공항을 허브로 하는 에어부산은 부산 시민들의 애정을 받고 있는 저비용항공사이다 경쟁사인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이 사건 사고로 뉴스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에 비해 큰 이슈는 없으며, 대주주인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여부에 따라 브랜드 존속 여부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보유 기종은 모두 에어버스 여객기로 A320-200 8대, A321-200 11대, A321 neo 6대로 가장 최근에 도입한 기체는 최신 기종인 A321 neo이며, 평균 기체 연령은 12년 내외이다.
에어서울
아시아나항공이 100% 출자한 에어서울은 에어부산처럼 보유 중인 여객기 모두 에어버스 기종으로 A321-200 6대를 운용 중이다. 이중에 3대는 아시아나항공, 2대는 에어부산에서 넘겨 받은 중고 기체이며, 신조 기체인 HL7212 포함해 평균 기체 연령은 12년 내외이다.
플라이강원
강원도 영동지역에 위치한 양양공항을 허브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플라이강원 보유 기종은 B737-800으로 지난 7월에 도입한 1대를 포함해 3대를 운용 중이며, 2027년까지 A330-200 여객기와 화물기 7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오는 9월 중령 여객기 A330-200 1호기를 도입하는 플라이강원이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강원도 영동지역 여객 수요만으로 2023년 매출 1조원 목표 달성과 항공운송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 항공업계 모두가 궁금하는 대목이다.
에어프리미아 .
2017년 설립된 하이브리드 항공사 에어프레미아의 주력 기종은 B787-9으로 2020년 제작되어 지난해 들어온 신조 기체 HL8387 1호기와 이미 제작되어 있는 2대에 이번에 에어고 캐피탈과 계약한 중고 기체 2대까지 올해 안에 4대가 도입되면 총 5대를 보유하게 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유무를 떠나 B787-9으로 미주와 유럽노선 취항한다면 국제선 중장거리노선 확대를 추진 중인 다른 저비용항공사보다 유리한 위치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천~싱가포르노선에 주4회 운항 중이며, 오는 10월 인천~로스앤젤레스노선 취항 준비 중으로 주 7회 운항이 가능하다면 미주노선 여행객에게 제3의 항공사로 주목 받을 것이다.
이스타항공
2020년 운항 중단 이후, 지난해 새 주인을 맞이하고 재취항 준비 중에 항공운수사업 면허업무 방해 의혹에 발목이 잡힌 이스타항공의 여객기 평균 기체 연령은 12년이며, B737-800 3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2016년 설립 이래 청주~제주노선에 취항 중인 에어로케이가 기체 연령 15년 된 A320-200 1대, 울릉도공항 개항만을 기다리고 있는 소형항공사업자 하이에어가 평균 기체 연령 13년 내외인 ATR 72-500 3대를 보유 중이며, 13개 국내 항공사 중에 유일하게 항공화물부문만 운송사업 중인 에어인천의 보유 기종은 B737-800 화물기로 4대 평균 기체 연령은 22년 내외이다.
위에서 알 수 있듯이 2022년 상반기 기준 국내 13개 항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여객기와 화물기는 모두 386대로 거의 모두 글로벌 항공기 제작사인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 항공기이며, 기종 별로 보면 보잉사의 B737, B767, B777, B787, B747이 237대, 에어버스의 A220, A320, A321, A330, A350, A380이 139대로 보잉 기종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