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기아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쉐보레, 쌍용자동차, 현대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가 내수시장에서 판매한 자동차는 총 154만 여대, 이중에 소형 SUV가 15만 여대로 10% 정도를 차지하며 14만 여대가 판매된 준중형 세단보다 더 많이 판매됐다.
이는 중형 세단 가격 상승으로 같은 값이면 큰 차체와 공간을 가진 중형 SUV 구매가 가능해지면서 실용성을 우선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SUV로 눈을 돌린 것과 비슷하다. 아반테, SM3, 엑센트 등으로 한정된 모델뿐인 준중형 세단보다 선택의 폭이 넓은 모델 라인업에 여유 있는 실내 공간과 넓은 시야 확보로 편안한 운전 등이 세단보다 높은 만족도를 주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국산 소형 SUV 부문은 티볼리, QM3, 코나, 스토닉, 니로, 트랙스 등이 경쟁 중이며, 수입 소형 SUV 시장에서는 디젤게이트 영향은 1도 없어 보이는 폭스바겐 티구안, 상품성 대비 판매는 상대적으로 낮은 푸조 소형 SUV, 출시하는 모델마다 바로 할인 판매에 들어가는 지프 브랜드의 레니게이드와 컴패스, 국내 수입차 시장의 앙숙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소형 X 시리즈와 GLA 및 GLC, 말 그대로 없어서 못 팔고 있다는 볼보 XC-40, 길거리에서 간간히 보이는 토요타 RAV4, 존재감이 작아진 혼다 CR-V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국내 자동차시장 수입차 부문 소형 SUV 모델 중에 혼다 CR-V는 판매량 등락이 가장 큰 모델 중에 하나이다.
기아자동차가 1991년 도쿄 모터쇼에서 선보인 스포티지의 영향을 받아 1995년 도심형 SUV로 선보인 전형적인 컴팩트 크로스오버 모델인 CR-V를 소개한 모든 기사와 관련 자료에는 1995년 선보인 이래 구매 가격, 유지보수비용 등을 포함한 높은 상품성으로 전 세계 160여 개국에서 700만대 이상 팔린 베스트 셀링 SUV이라고 나와 있다.
1995년 첫 선을 보인 1세대 CR-V는 인테그라의 1.8L엔진을 개량해 최고출력 126마력, 최대토크 18.4 Kg.m의 성능을 가진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다. 이후 1,500Kg이라는 차체 무게 대비 낮은 엔진 출력은 2년 뒤 147마력을 내는 신형엔진으로 교체됐다.
7세대 시빅을 베이스로 완전히 재설계한 2세대 CR-V는 차체 강성 향상과 2.0L 엔진 외에 160마력 i-VTEC 2.4L 엔진을 탑재했으며, 2005년에는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후기형이 출시되면서 한국시장에도 들어와 큰 인기를 누렸다.
2006년에 등장한 3세대는 아큐라 MDX와 플랫폼을 공유했고, 최고출력 166마력, 최대토크 22.2 Kg.m 4기통 2.4L 엔진을 탑재했다. 유럽과 아시아시장을 위해 2.2L i-CTDI 디젤 엔진이 탑재되었으나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2007~08년 북미시장에서 ‘베스트 셀링 모델 톱 10’에 올라간 3세대는 2009년에 파워트레인과 스타일을 부분 변경한 후기형이 선보였다.
2011년 등장한 4세대는 후면 디자인과 기술적 문제로 혹평을 들었다. 파워트레인은 3세대와 같은 5단 자동변속기에 최고출력 185마력 직렬 4기통 2.4L i-VTEC DOHC 엔진 조합이며, 인공지능 컨트롤 시스템 4WD 시스템을 탑재했다.
2015년형부터 파워트레인은 직분사 엔진과 9세대 어코드에 선보였던 CVT 조합이 탑재됐다. 2014년에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후기형은 한국시장에도 선보였으나, 3세대 모델처럼 기대 이하의 높은 가격과 디자인 이슈로 판매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5세대는 4세대 디자인 정체성은 고집스럽게 유지하면서 외부와 내부 디자인 변경, 실내공간 확대, 2.4L 가솔린 직분사 엔진 외에 최고출력 193마력 1.5L 가솔린 터보엔진을 탑재했다.
해외 시장에서 인정받는 상품성과 판매량에 비해 유독 국내에서는 고전중인 CR-V에 대해 온갖 듣기 좋은 미사어구로 포장을 해도 동급뿐만아니라 위로 아래로 경쟁 모델들이 많은 현재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2004년 4년 연속 베스트셀링카 ‘톱 3’와 2007년 수입 SUV 판매 1위와 같은 성적은 소비자 체감지수가 큰 가격 인하와 같은 파격적인 조치가 있기 전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다.
현대자동차 중대형 SUV 펠리세이드가 상품성 대비 현대자동차답지 않은 착한(?)가격으로 국산 및 수입 SUV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2019년 현재, 국적과 가격을 떠나 야무지게 만들어 크고 작은 고장없이 오래탈수 있는 좋은 차 CR-V를 위해 필요한 것은 셀 수도 없이 많은 국산 및 수입 SUV 중에 CR-V로 한번쯤 눈길을 끌만한 반전의 히든 카드이다.
한편, 레이더와 카메라를 통해 외부 상황 인지 및 사고 예방을 돕는 차세대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혼다 센싱과 최고출력 193마력, 최대토크 24.8kg.m의 파워트레인을 가진 2019년형 CR-V 터보의 국내 판매 가격은 2WD 3,690만원, 4WD EX-L과 Touring은 각각 3,930만원, 4,3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