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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굿즈 Aug 05. 2022

밤, 우도에서 느낀 고립감

밤에 본 성산일출봉

우도의 밤은 매우 조용해요. 밤에는 배도 끊기고 정말 섬 중의 섬이 됩니다. 요즘은 밤에도 배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 예전에는 6시면 배가 끊겼습니다. 완전한 고립의 시간이지요. 저녁때 무엇을 하며 지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루는 밤의 우도가 궁금해서 서쪽 해안가로 혼자 나와봤습니다. 달이 밝게 뜬 날이었는데 어머나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것이 아니겠어요? 달빛을 받은 성산일출봉의 동쪽 모습은 아름다웠지만 우도에 있는 저는 더 심한 고립감을 느꼈습니다. 보이는데 갈 수가 없잖아요. 바다를 건너가야 갈 수 있는 제주라는 섬이 뭍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날 달은 보름달 도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밝던지 우도 앞바다는 에머럴드 색처럼 보였습니다.


사실 우도에서 머물면서 불안감을 높게 체험했습니다. 예를 들면 제주시에서 볼일이 있다면 일을 보고 6시까지는 성산항에 도착해야 마지막 배를 타고 우도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6시 배를 놓치면 집에 못 돌아가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었습니다. 한 번은 6시 배를 타기 위해 미친 듯이 자전거를 타고 성산항으로 달렸던 적이 있었죠. 배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제가 아슬아슬하게 배를 탄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태풍이나 풍랑이 오는 날이면 며칠 동안 우도에만 발이 묶여있기도 했습니다. 제주에 볼일이 있다면 날씨에 의해 당연히 나가지를 못합니다. 그래서 나갈 일이 있을 때는 항상 긴장을 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오랫동안 머문 것도 아니고 떠나온 지도 오래되었는데도 그날 밤은 섬에 고립되었다는 점을 선명하게 느꼈던 밤이라 잊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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