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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효숙 Apr 12. 2023

프롤로그: 만학, 서른네 번째 스무 살을 시작하며

21세기에 만학 이야기를 전하는 20세기 샐러던트

‘나는 비로소 서른네 살에 스무 살 청춘으로 되돌아갔다’     


나는 오늘에 만족하지 않고 뒤늦게라도 배움에 도전하는 사람이다. 내가 만학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과 공허감으로 내 부족함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자신이 바로 설 수 있는 위치에 서고 싶었다. 나는 늘 생각하고, 그것을 위해 꿈을 그리며 설계하고, 기회를 행동으로 옮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샐러던트의 개념도 없었지만, 그 당시 시대를 앞서서 가정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일하는 20세기 샐러던트였고, 집 짓는 일에 부업으로도 활동을 하고 있었다.     


남편과 세 자녀를 둔 만학도로서 현재를 살면서, 아이들에 미래의 멘토가 되어 도움이 되었으면 바람이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24시간을 최선을 다해 활용하며 기쁘게 살고,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미래를 위해 꿈을 그렸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졸업한 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그래서 종합학원을 일 년을 다녀야 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수업을 들으며 시험도 반복적으로 치러야 했다. 그 와중에 수학은 너무 어려웠다. 이른바 ‘수포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대학에 입학하기까지 많은 과목을 외우며 습득하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인내하며 감당했다. 게다가 30대 나이로 체력장과 예비고사까지 소화해야 했다. 가사 일과 학업의 병행으로 일상의 변화가 일어났고, 변화된 리듬을 타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막내를 일 년 미리 유치원에 보내기도 했다.      

대학을 선택할 때도 남편과 상의해서 결정했었다. 마치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격려해주고 도와주어서 그때 마음을 잊을 수가 없다. 대학교는 경영학과로 진로를 선택했다. 하지만 전공 서적엔 한자가 많아 읽기가 어려웠고, 옥편을 찾아가며 읽어 나갔다. 또한 생소한 단어와 리포트 때문에 새벽 3시까지 과제를 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치르는 과정도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그때 당시 지하철이 없던 때라 왕복 네 시간 걸려 대학 4년을 졸업했다.      


그리고 졸업하자마자 대학원에 들어갔다. 달리는 경주마와 같이 쉴 새 없는 배움의 여정이 이어졌다. 달리고 보니 허점도 많았고, 아이들에게 세심한 일들을 챙겨주지 못해 너무 미안했다. 남편에게도 고마움과 미안함이 늘 내 마음에 있었다. 몇 번이나 그만두고 싶었을 때가 많았었다. 집안에 문제가 있을 때도 좌절감에 빠져서 내가 무엇을 위해 다녀야 하는가를 고민했다. 마음이 시리고 포기하고 싶은 일들도 많았다.   

   

그렇지만 대학원에 다닐 때 자존감이 생기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높이가 달라졌다. 아이들에게도 지혜와 방향을 제시하고 하버드 대학 어학 연수를 보내고 배움에 힘을 실어주었다. 배움의 소중함이 절실했기 때문에 그 가치는 계산할 수 없었다. 나이가 들어 공부할 때는 더 많은 시간이 들고, 그만큼 희생해야 하는 일도 많았지만, 지혜의 바다가 깊어지고 지혜를 현실에서 사용하는 일이 생겼다. 


 나와 같이 배움에 목마름이 있는 이들을 위해 내가 겪은 10년 이상의 배움의 경험을 나누어 보고자 한다. 지금도 70대가 넘은 지금도 배움을 이어가고 있고, 대학원 이후에도 피아노를 비롯해 글쓰기 수업을 수강하고 있다.


 ‘나는 내일 운명을 다 할지라도 오늘에 만족하며 내일을 위해 사과 한그루를 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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