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완도타워

코로나, 코로나, 코로나.

by 강현숙

좋은 일도, 좋은 말도 세 번이면 싫증 나고 듣기 싫다는 옛말이 있다. 이 말에 동감하시는 분들 적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사람을 황폐하게 하고 죽음에까지 몰고 가기도 하면서 전염속도와 전염의 강도가 빠른 코로나 19 사태가 벌써 수개월째이다. 게다가 가을이 되면서 재확산의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며 곳곳에서 한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제 누군가 사레가 들려서 기침만 해도 찜찜하고 모르는 사람들 옆에는 서 있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지난주 완도타워에 갔다. 해마다 수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아오던 곳이다. 이곳이 멈춘 지 벌써 몇 개월 되었다.

지난 4월에 왔을 때도 관람을 통제한다는 안내판이 붙어있었는데 여전히 같은 안내문이 붙어있다. 완도를 내려다보며 완도를 자랑스러워하던 완도타워가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관광객들은 아예 발길을 끊었다. 간간히 완도 군민들이 운동을 나오는 정도다.


지난 7월에는 완도 타워로 가는 지름길을 완전히 폐쇄하였다.

폐쇄하는 이유는 '수리 보수 중'이라고 했지만 그건 표면적인 이유이고 코로나 예방을 위한 사람들의 밀집을 제어하기 위한 것이 속사정인 것을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모처럼 지인과 함께 내려갔다가 완도 관광시켜준다고 모시고 갔던 길인데 타워가 바라다보이는 입구에서 돌아오기가 아쉬워서 살펴보니 길옆 산길로 돌아 올라갈 수 있는 샛길이 보였다. 지인은 그렇게 라도 올라가 보고 싶다고 하여 그쪽으로 길을 잡고 올라갔다. 한적한 오솔길이었다.

마치 야산을 등산하는 기분이었다. 이미 완도의 멋진 풍경을 보면서, 싱싱한 음식들을 먹으면서 하루를 지내고 기분이 좋아져 있던 지인분들은 완도타워로 가는 불편한 오솔길도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면서 즐겁게 올라가 주셔서 다행이었지만 그래도 좀 더 편안히 모시고 싶었던 내게는 죄송한 마음을 완전히 감출 수는 없었다.

그렇게 타워 앞까지 갔지만 안으로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이제는 시국이 시국이니까 아쉬운 표정을 하면서도 크게 불평하지는 않는다. 당연히 이곳저곳에서 통제하는 분위기를 그러려니 하면서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게 타워 앞에서 발길을 돌린 우리는 뒤쪽 봉화대로 올라갔다. 타워가 세워지기 전에는 완도에서 가장 높은 곳이었다. 봉화대에서 바라본 풍경 또한 완도타워 못지않았다.


타워에 올라가면 완도군 주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변에 둘러선 섬들 사이로 오가는 배들의 모습과 가두리로 양식하고 있는 넓은 전복 밭, 해조류를 기르기 위한 줄들을 띄워놓은 부표들이 마치 사진 속의 풍경처럼 펼쳐진다. 일조시간에 맞추어가면 섬 위로 떠오르는 일출광경도 눈을 부시게 한다. 한마디로 완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명소이다.




옛 봉화대에에서 완도를 마음에 담은 우리는 능선길로 하산을 하였다. 내려오는 길가에는 수국들이 한창 멋을 부리고 바라봐 달라고 뽐내고 있었다. 완도 타워가 멈추어 버리지 많았다면 이미 많은 사람들의 눈길 속에 지쳐버렸을 수국들이 어쩌다 지나가는 길손들이 반가워 힘껏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수국들의 향연 덕분에 올라온 보람을 느끼며 마음속에 행복이 스멀스멀 차올랐다.




이 멋진 곳이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기능을 몇 달간 멈추고 있는 것이 너무 아쉽다. 그래도 지금으로선 어찌할 수 있는 것들이 없으니 그저 견뎌야만 하는 것이 또 아쉽다.


어쩌다 운행하는 짚라인도 이용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주차장에서 타워 앞까지 운행하는 모노레일도 두세 사람 태운체 거의 빈차로 오르내리는 것 또한 마음을 찡하게 한다. 소수의 이용객들도 맘껏 즐거운 표정보다는 조금은 미안한 표정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에 자신들만 여행하고 즐겨도 되는지 싶은 갖지 않아도 되는 죄책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무언가에 규제받지 않고 마음이 가는 대로 하고 살았던 지난 시간들이 그립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코로나 이전의 삶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완전히 뒤돌릴 수는 없겠지만 코로나를 통제하지 못하고 잠깐의 방심으로도 당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상황보다는 훨씬 좋아질 것이다.


그날이 빨리 오기를, 저 멀리 우뚝 서 움직이지 못하고 멈추어 있는 완도타워가 힘차게 오르내리기를, 많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한 폭의 행복한 그림이 그려지기를, 바라는 마음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