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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숙 Mar 14. 2023

브런치 작가신청에 세번 떨어지고 쓴글

그때 그 간절했던 마음을 되새기며

글이 쓰고 싶었다.

그냥 내가 바라보는 세상과 생각을 쓰고 싶었다.

이왕이면 작가라는 명칭을 달고 싶었다.

그래서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했던 것인데..... 세 번이나 떨어졌다.


틈틈이 공부하며 시를 쓰고, 세상에 살면서 느낀 삶의 이야기와 추억들을 정리한 이야기들을 어딘가에 풀어놓고 싶었다. 내가 등단한 문단에서 책을 내어도 되었지만 좀 더 넓은 세상에서 사람들이 보아주고, 들어주고, 평가해 주길 바랐다. 그런 바람을 가지고 인터넷 서핑을 하던 중 우연히 알게 된 '브런치'는 매력의 공간으로 다가왔다. 작가의 꿈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글을쓰는 브런치!

이곳에서 나도 작가로 인증받기를 기대하며 작가 신청을 하였다.


어제, 세 번째 낙방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신청 후 3~5일 만에 돌아오는 브런치 팀의 결과를 기다리는 것은 마치 자격증 시험을 치르고 기다리는 마음과 다르지 않았다. 낙방 소식에 실망 또한 컸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작가로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라고 뜬 메일을 여는 순간, 처음에는 '그래 처음인데 다음에 합격하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넘어갔다.

두 번째는 작가 신청을 해 놓고 브런치에서 작가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검색하며 읽다가 브런치 팀의 요구에 상응하지 못했음을 느꼈다. 그래서 미리 낙방할 것을 예상하였으니 메일이 오기 전에 미리 포기하고 세 번째 작가 신청을 위해 미리 준비를 하였다. 생각대로 두번째 낙방, 그리고 세번째, 나름대로 꼼꼼하게 준비한 글로 신청을 하였다.


예전에 인터넷 카페에서 글과 사진을 올리고 '좋다'는  댓글을 받을 때의 글보다는 훨씬 잘 써진 글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번에는 될 것 같았다. 합격의 메일이 올것을 상상했다.

'띵동~~' 문자 알림 소리에 반사적으로 메일을 열었다.'ㅊ'으로 시작하는 글자가 보이기를 바라면서 한꺼번에 열지도 못하고 살그머니 마우스를 굴려 글자를 확인하려고 하였다. 기쁜 소식을 한 번에 확인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러나 메일의 첫 문구는 'ㅇ'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브런치팀에서 보내온 세 번째의 낙방 소식을 확인한 것이다.


며칠을 실망감과 자신에 대한 못난 생각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글쓰기 동호회에서는 이번에 간행될 책자에 올릴 글을 보내 달라는 문자가 왔다. 의미가 없었다.

내가 그동안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며 추켜주었던 글쓰기 모임의 시인과 작가들은 모두 눈도 생각도 없는 수준 낮은 사람들이었다는 말인가? 지금 나의 낙방은 함께 활동하는 그들을 낙방시킨 것과 같다는 생각에 그동안 습작해온 글들을 모두 버리고 싶었다. 내 수준 없는 글 때문에 동호회 선생님들을 욕보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며칠을 절필했다.

다시는 글이라는 걸 쓸 용기가 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다가 오기가 생겼다 브런치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해졌고 그곳에서 인정받은 작가들이 누구인지, 어떤 글을 쓰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브런치 홈에 노출되어 있는 몇몇 글을 통해서 작가의 프로필을 보게 되었는데 나처럼 학력도 없고 나이만 먹은, 게다가 자영업을 하는 하는 사람은 없는듯 보였다. 안 그래도 내게는 아킬레스건처럼 평생을 부족한 학력으로 인해서 주눅 든 일이 지금까지의 일상일 수도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 부족한 나의 조건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수없이 공부했고, 독서했고, 자격증 취득을 하였고, 이제 글로써 다시 한번 나의 극복기를 확인하고 싶었는데 '좋은 글을 쓸 것 같지가 않아서 모시지 못한다는' 이유로 낙방을 시켜 버리니 내게는 커다란 충격이 아닐 수가 없었다.

 이곳에서도 내세울 것 없는 내 학력이 선입견을 가지게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세상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

그러나 늦게라도 학력을 인정받고 실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는 부지런히 노력하면 얼마든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런 믿음이 있었기에 난 지금까지 좌절하지 않고 살아올 수 있었다. 그런 나를 브런치가 좌절하게 만들었다.


브런치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이미 실력과 학력, 현재의 멋진 직업까지 다 갖추고 글을 쓰는 능력까지 탁월하다면,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멋진 글들만 채우는 공간이 되기를 바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세상은 실력 있는 사람들만 사는 공간이 아니다. 실력 있는 사람들도 그보다 못한 사람이 있어야 자신이 잘난 줄을 알아서 더 분발하지 않을까 싶다.

못난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못난 것은 아니지 않은가?.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동세대들보다 좋은 학력을 취득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그들이 선호하지 않는 직업을 가지고 그들이 선호하지 않는 환경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것인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에서 까지 평가받고 선택의 가부를 결정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못내 슬프다.

브런치가 좀더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품고 개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생각들을 세상으로 내보내주는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을 세번째 평가에서 떨어져 씁쓸한 마음이가득찬 상황에서 적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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