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현숙 Mar 24. 2023

불편한 통화

한 끼 밥값에 빈정 상했던 일

며칠 전 오랫동안 참여하지 못했던 문인회 회장님으로부터 안부 전화가 왔다. 인사를 나누고 다들 뵙고 싶으니 번개모임 한번 하시지요? 했더니 좋다고, 그러마고 하셨다. 날짜가 잡히면 무조건 참여하리라 마음을 먹고 지내던 오늘 다시 전화가 왔다.


말일쯤으로 날짜를 잡으면 어떻겠냐는 전화였다. 괜찮다고 참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 다시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연락을 주신다면서 끊었다.


화를 끊고 정기모임에 제대로 참석도 못하고 계간으로 발행되는 문집에 올릴 원고도 제때 제출하지 못한 나를 그래도 챙겨주시는 회장님께 감사한 마음이 일었다. 어떻게 그 마음을 표현할까 생각하다가 이번 번개모임에 몇 분이나 오실지 모르지만 밥 한 끼 사는 것으로라도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몇 시간 후 다시 전화가 왔다. 시간과 장소가 정해졌나 보다 생각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머뭇거리며 물어오셨다. 그날 밥값을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순간 난 그걸 왜 물으시는지 잠시 멍했다. 정기모임이 아닐 경우에는 각자 자기밦값은 가지고 오는 것이 그동안의 관례였고 그날 어느 분이 '오늘은 내가 낼게' 하면 가지고 간 밥값을 내지 않아도 되는 형태로 모임을 하였었다. 모범답안을 앞에 두고 답을 물으시는 의중이 궁금했다. 네? 하고 의문을 표하니 문인 중 몇 분이 밥 사준다면 참석하고 그렇지 않으면 오지 않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대답을 안 하고 더 듣고 있었다. 마지막에는 "제가 살게요"라고 말할 참이었다. 그런데 변명처럼 말씀하시는 중에 내가 먼저 번개모임을 제안했으니 밥값을 모두 내게 부담시키라고 했다는 말에 갑자기 빈정이 상했다.


오랜만에 문인들 근황도 궁금하고, 활동을 안 하니 글쓰기에 열정도 식는 것 같아서 얼굴 한 번 뵙자고 좋은 마음으로 제안했는데 1인당 1만 원 정도의 밥값이 아깝다고 참석을 하니 안 하니 하면서 심지어 번개모임을 제안한 내게 밥값을 모두 책임지라고 했다는 말에 좋은 마음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분들에게 내가 자신들이 드실 한 끼 밥값을 지불하면서 까지 만날 대상이 아니라면 나 역시 나 좀 봐 달라고 그 모두에게 밥을 사면 안 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끝내 밥값 내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서로 어찌 지내는지 궁금하다거나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싶었다며 반갑게 만날 마음이 없으신 그분들에게 밥을 산다는 건  의미 없는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은 "정 그러시면 정기 모임 때 뵙는 것으로 하죠."라는 말이 되어 입 밖으로 튀어나와 버렸다.


전화기 신호를 타고 회장님의 난처한 표정이 보이는 듯했다. 나 또한 그렇게 마음을 다 드러내고 편할 리가  없었다. 그 모임에 몇 번이나 더 참석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참석할 때마다 얼마나 불편해질는지는 짐작이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