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아!
난 네가 할 일 없어 그냥 돌아다니는 줄 알았어
알고 보니 좋은 일 참 많이 하더라!
터질 듯 익어버린 씨앗들을 흔들어 흙속에 자리 잡게 하더니
민들레 씨앗을 태우고 어딘가로 바삐 가던데
황량한 어느 벌판에 푸른 들을 선물 하고 싶었던 거니?
호박씨를 심어놓고 노심초사하는 내게 와서는 말했지
걱정 마 얼른 가서 비를 데리고 올게
덕분에 호박씨들이 다투어 싹을 틔웠어
내가 심은 씨앗들이
싹 틔울 때, 열매 맺을 때, 익을 때를
네가, 부지런히 다니며 알려주고 있다는 걸 알았네
넌 가끔 꽃향기를 데려와 내게 머물게 하며
향기에 취해 행복해하는 내 머리를 살랑살랑 만져 주었지
그런 날은, 내 마음속 묵은 감정들이 어디로 가버리고 속이 시원해져
그런데 저번 날,
주렁주렁 열매 달고 있는 앵두나무랑 토마토 가지들은 왜 꺾었어?
아뿔싸! 풍성함에 젖어서 귀함을 잊을까 그랬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