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현숙 Sep 03. 2021

박하 냉차가 빛을 발하던 날

건강차들이 익어가고 있다

6월, 박하잎이 흐드러지게 자랐다.

창고 옆 작은 밭을 울타리를 이루며 풍성하게 자라난 박하를 맛있고 유용한 건강차로 만들기로 했다. 커다란 바구니 위 부분만 꺾어서 담았다. 작은 솜털이 송송난 박하잎은 특유의 향기를 뿜으며 바구니를 채웠다.


박하는 시원한 멘톨의 성분으로 입안을 개운하게 하고 머리를 맑게 하며 기관지의 답답함을 풀어 준다. 심신을 안정시키고 불면증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박하사탕을 입안에 넣었을 때 온몸으로 퍼지는듯한 그 시원함을 주는 것이 바로 박하의 성분인 멘톨이다.


보통은 박하잎을 말려서 차로 우려 마시는데 사실 크게  맛있는 차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무성하게 자라는 박하를 보고서도 선뜻 박하차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그러다 다른 풀들을 발효액으로 담그면서 박하도 그렇게 하면 어떨지 찾아보게 되었다. 이미 많은 분들이 박하 발효액을 담그고 있었다.


그 맛이 궁금해서 따라 해 보기로 했다.


잘 씻어서 물기를 빼고 설탕과 1대 1로 버무려 숙성시키면 되는  어렵지 않은 과정이었다. 그렇게 담근 지 2달이 지났을 즈음 뚜껑을 열으니 달콤한 박하향이 집안을 채웠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생각만큼 액이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눌러도 눌러도 위로 솟아오르는 액은 거의 없었다. 일단은 조금 떠와서 한잔은 뜨거운 물에, 한잔은 찬물과 얼음까지 넣은 냉차로 탔다.


맛은 기대 이상었다.

따뜻한 것은 김을 타고 항기가 솔솔 올라오는 것이 좋았고. 냉차는 달달한 박하맛이 가슴까지 시원하게 해 주는 것이 좋았다. 말린 박하잎 우려 마시던 것보다 훨씬 맛있었다.


마침 방문하신 지인들도 냉차로 대접하니 너무 맛있어하셨다. 이렇게 맛있는 차를 액보다 건더기가 훨씬 많다는 것이 아쉬 설탕과 물을 1대 1로 팔팔 끓여 식힌 후 박하잎이 잠기도록 부었다. 그리고 일주일 후, 다시 맛을 보았다. 지난주에 마신 박하맛과 향이 전혀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날 점심, 동네 어른들이 회관에 모같이 점심을 먹기로 했다며 꼭 오라 하셨다. 맨손으로 갈 수가 없어서 무얼 챙길까 고민하다가 박하 냉차를 타기로 했다. 피티병에 1대 5 비율로 타서 맛을 보니  괜찮았다. 기분 좋게 박하 냉차를 들고 회관으로 갔다.


회관에는 점심상이 거나하게 차려져 있었다. 이름 있는 날도 아니었는데  어디 놀러도 못 다니는 시국에 마을 사람들 얼굴 잊겠다고 한분이 주선하여 점심을 준비한 것이라 한다. 시골인심이 듬뿍 들어간 음식들은 과식을 유도했다.


 더부룩한 배들을 감당하기 위한 가장 편한 자세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을 때 박하차를 한잔씩  따라 드렸다. 어른들은 너무 맛있다며, 속이 시원하다며, 서로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우리는 있어도 몰라서 못해먹었는데 역시 젊은 도시 사람이 오니까 이렇게 맛있는 것도 먹어보네, 너무 이것저것 알려주지 마 노인네들 오래 살면 안 돼"라는 농담도 하셔서 다 같이 웃기도 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도한 박하 발효액 담기는 대성공인 듯하다. 담기도 어렵지 않고, 잔잎이 없어서 거르기도 용이하며, 보관도 간편하고, 오래 두고 먹어도 상할 염려가 없다. 게다가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 하니 그야말로 금상첨화.


하나둘, 봄부터 담가 둔 야생의 풀들이 각각의 맛으로 익어가고 있다. 한주는 박하, 한주는 쇠비름, 한주는 괭이밥, 당귀, 방풍, 앵두...  돌아가며 맛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별할 것 없는 시골에서 특별함을 느끼게 해주는 나만의 건강음료들이다.


박하 냉차의 비쥬얼은 더 좋았는데 사진을 못남겼다.ㅠ                         이건 쇠비름 원액^^
이건 앵두 차, 빛깔이 정말 예쁘다.



매거진의 이전글 바다 달팽이 요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