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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숙 Aug 19. 2021

여주 이야기

키우고, 얻고, 발효액 담그고, 말리고, 바쁘다 바빠~

봄날 옆집에서 여주 한번 키워 보겠냐며 모종을 6포기 주셨다.

여주는 성인병에 좋다 하여 많이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특히 당뇨를 앓으시는 분들이 많이들 드시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생김새는 마치 오이에 물집이 잡힌듯한 모양이다. 처음 심는 거지만 넝쿨이 타고 오르도록 줄만 매어주면 잘 열릴 거라 하시기에 얼른 받아와 심었다.


주변의 풀들을 정리하고, 줄을 매어주고, 거름까지 주면서 잘 자라서 나의 건강하고 풍성한 발효액 재료가 되어달라고 기원했다. 몇 주는 나의 바람을 아는지 모르는지 별로 자랄 기미가 보이질 않더니 어느 날 작은 넝쿨손을 뻗어 매어준 줄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듯이 보였다. 억지로 끌어 갈 수는 없어서 가느다란 줄로 매어주고 대전에 왔다가 주말에 내려가 보니 용케도 제줄을 잡아 자라고 있었다. 다시 풀을 매어주고 위치를 이탈해 헤매고 있는 넝쿨들 까지 잡아 줄에 묶어주면서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그 정도면 될 줄 알았다. 이제 여주가 주렁주렁 열려서 기쁘게 수확하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비가 오락가락하던 6월 말쯤 이런저런 핑계로 밭을 들여다보지 못하다가 2주쯤 지나서 들여다본 밭은 그야말로 풀밭이 되어있었다. 여주들은 풀들과 싸운 흔적이 역력한 게 새로나와 줄에 감아 올라가야 할 넝쿨손들이 풀들을 부여잡고 아무리 떼려고 해도 놓지를 않았다. '싸움닭'이라고 모두들 피하는 아줌마가 생각났다. 결국은 넝쿨손에 잡힌 풀을 잘라 그대로 줄에 올려주면서 저래서 여주가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여 간간히 살펴보니 몇 개의 귀여운 여주가 열려있었다. 엄청 많이 열린다더니 저 몇 개를 가지고 무얼 할까 싶을 정도로 적은 숫자였다. 그래도 여주는 나름대로 자신의 열매를 키우기 위해 노력을 했던 모양이다. 첫 수확으로 시중에 나오는 오이 만한 여주 3개를 땄다. 노래지면 맛이 써지고 약성이 떨어진다 해서 급하게 딴것이다. 그러나 3개 가지고는 발효액을 담글양이 너무 적었다. 방법은 말리는 것뿐이었다. 얇게 저며서 햇볕에 내어놓으니 잘 말랐다. 마르고나니 딱 한 줌이었다. 습기가 들어가 상하게 할지도 몰라서 비닐에 꽁꽁 묶어 냉동실에 넣었다.


그런 이야기를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있는 평상에 앉아서 넋두리처럼 하게 되었는데, 다음 주 내려가니 옆집 아주머니가 여주를 한 바구니 들고 오셨다. "발효액을 담고 싶은데 부족하다며?" 하면서 두고 가셨다. 비료값이라도 받으시라고 했지만 그러면 다음엔 안 주신다는 말로 내 입을 막으셨다.


잘 담가서 숙성되면 그때 발효액으로 나누어 먹자는 생각을 하며 부지런히 손질하여 설탕에 재웠다. 토닥토닥, 잘 재워놓고 다음 주에 내려가니 진액이 만족스럽게 추출되어 있었다. 내가 도착한 것을 본 아주머니는 내가 올 때를 기다려 따셨다며 다시 한 바구니를 더 주셨다. 지난주 7킬로 받은 것과 거의 같은 양이었다. 여주 합이 14킬로, 설탕도 14킬로, 도합 28킬로의 여주와 설탕이 지금 서로 사이좋게 합방하여 지내고 있다. 얼마 후면 서로의 성분들이 시너지를 발휘하여 나쁜 적들을 물리치는 활동을 할 것이다.


옆집에서 주신 싱싱한 여주, 이렇게 두 번을 받았다.


발효액을 담기 위해 칼질, 과육이 연해서 칼질하는데 힘이 들지는 않았다. 사각사각 썰어지는 소리가 기분 좋다.
2주에 걸쳐 담근 발효액, 좀 더 큰 통을 사서 하나로 합칠 예정이다.


처음 내 밭에서 딴 여주 3개, 잘 마르라고 얇게 썰어서 많아보이지만 아쉽게도 마른 후에는 한 줌밖에 안되었다.


여주의 원산지는 정확하지는 않다. 다만 인도 동북부 또는 중국의 남서부의 아열대 지역일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는 아시아의 열대-아열대, 동아프리카, 남미 일대, 중미, 카리브해, 인도 등 열대 및 아열대 지역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다. 특히 중국, 인도,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에서 많이 심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농가의 일부에서는 몇 포기심어 열매를 수확하여 말려서 쓰기도 하고 발효액을 담가 사용하기도 한다. 일반주택이나 농가에서는 집 입구나 담장에 심어 그늘을 만드는 용도로도 키우는데, 늦여름에서 가을이 되면 오렌지색의 열매가 아름다워 관상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여주의 열매는 오이 모양으로 길쭉한, 기둥으로 치면 배흘림의 형태이다. 가끔씩 꼬부라지기도 하고 우둘투둘한 물집 같은 돌기가 돋아있다. 익은 열매는 쓴맛이 강하여 먹을 수 없어 파란 것을 식용이나 약용으로 쓴다. 열매와 잎의 쓴맛은 모모르 데신(momordicin)이라는 알칼로이드에 의한다. 이 성분은 열매가 성숙하면서 점진적으로 축적되므로 미성숙한 열매에서는 농도가 낮아 덜 쓰다. 여주의 쓴맛은 소금물에 담가 두면 제거되기도 한다. 생으로 먹는 경우는 없으며 다양하게 조리하여 먹는데, 특히 육류와 볶거나, 야채 피클 등을 담아 건강식으로 먹는다. 칼슘 , 철, 마그네슘, 인, 비타민C 등 각종 영양소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


부가 여주를 다량 복용할 경우 유산의 위험성이 있다고 한다. 잎을 짜서 낸 즙을 벌레 물린 데, 벌에 쏘인 데, 화상, 작은 상처, 피부 알레르기 등에 바르면 가려움증이 완화되고 상처가 남지 않는다고도 한다. 잎과 열매의 추출물은 위통, 해열, 관절염, 당뇨, 고혈압, 암, 전염병의 치료를 목적으로 복용한다. 특히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열매를 잘게 썰어 말리거나 액을 추출해 보관하여 위의 증상에 약재로 사용한다.   


여주 효과는 혈당강하 작용, 해독, 해열, 당뇨병에 대한 효능 면역기능을 높이는 작용, HIV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작용, 해열작용, 구충 작용, 이뇨작용, 인슐린 분비 촉진작용, 인슐린과 닮은 작용, 이질, 일사병, 위통, 치통, 정창종, 적백리, 기생충 구제, 소아 태독, 매독, 무좀, 습진, 눈의 붉으며 아픈 증상, 악창, 청서 및 열을 내리고 이외에도 다양한 효과를 보인다.


여주의 가장 좋은 효과를 보이는 성분은 당뇨병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식물인슐린(p-insulin)과 카란틴(charantin)이라는 성분이다. 원래 여주는 더위 때문에 식욕이 없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먹었다. 식욕이 없을 때 여주를 먹으면 쓴맛이 위를 자극해 소화액 분비를 촉진하고 식욕을 유발한다. 남동아시아의 전통 의학은 피부 질환, 야맹, 기생충, 류머티즘, 통 풍등에 사용하였다. 식물 인슐린은 여주의 열매와 씨앗에 많은 양이 함유되어 있고, 인체 인슐린과 비슷한 신체 내 작용을 하는 펩타이드의 한 유형이다.


또 여주에는 비타민C나 베타카로틴 등 항산화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어 당뇨병의 합병증인 망막증이나 심근경색, 뇌졸중, 등 혈관질환에 주의가 필요한 사람에게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주가 당뇨병에 미치는 효과는 다른 어떤 식품보다도 크다. 여주 열매는 인슐린을 먹는 데 너무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여주 씨앗은 혈액 속의 당을 강하하는데도 역할을 하며 부작용이 없다. 또한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여주 씨앗에 많은 공영 리놀산이 지방 연소를 촉진하는 성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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