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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숙 Aug 13. 2021

풀의 여왕이 될지도 몰라 ㅎㅎ

'병풀'의 존재를 알아내다.


완도 집 언덕 쪽으로 돌로 축대를 쌓아 흙이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며 경관도 살려 주는 곳이 있다. 그곳에 분재용 나무도 심고 꽃을 심어서 관리를 하는데 돌 틈에서 초여름부터 밉지 않은 풀들이 자라기 시작했다. 깔끔하게 직접 심은 것만 가꾸고 나머지는 다 뽑으려 생각했던 곳이라 잡풀이 자라는 게 조금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풀의 생김새가 밉지 않고 색깔도 파릇파릇한 데다, 담쟁이처럼 줄기로 길게 자라는 모습이 나쁘지 않아서 그냥 두고 보았다.


그런데, 얼마 전 구해다 심은 금전초의 존재를 알고 나서 이름 모를 그 풀이 금전초와 너무 닮았다는 생각에 아무래도 이름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을 들고 꽃 검색을 통해 알아보려니 꽃이 너무 작아서 제대로 알아낼 수가 없었다. 마침 산야초를 연구하는 온라인 모임에 가입하고 있어서 풀과 나무들에 많은 지식을 가진 분들이 계시다는 것을 알고는 그곳에 문의해보기로 했다.

금전초와 닮았는데, 금전초의 특유한 향도 없고 금전초보다는 잎이 두껍고 가장자리 톱니도 깊지 않은 이 풀의 이름은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하며 사진과 함께 올렸다.


우리 집에 자라는 병풀


답변은 곧 올라왔다. 첫 번째의 답은 '갓 메꽃'이라며 사진과 함께 올라왔는데 비슷하지만 같은 풀이 아니었다.

잎의 형태도 꽃도 달랐다. 잠시 후 다시 올라온 답이 '병풀'이었다. 역시 첨부된 사진도 우리 집 풀과 거의 동일하게 보여 이름으로 검색하여 확인하니 병풀이 맞았다.


갓 메꽃


병풀! 앞에 소개한 금전초의 정식 명칭이 '긴병꽃풀'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 둘이 생김새가 닮은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면 성분 또한 비슷할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정보를 훑어보았다. 그런데....

*병풀은 산형화목> 산형과> 병풀 속의 다년생 풀로 우리나라 남부 섬에 자란다.
*금전초는 꿀풀과> 긴병꽃풀 속 다년생 풀로 우리나라 중북부의 다습한 산지에서 자란다.

잎 모양새 말고는 꽃도, 향도, 사는 곳도 닮은 곳이 없는 서로 다른 풀이었다.




병풀의 이름은 '병을 치료하는 풀'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병풀의 전체를 약용으로 쓰며 한방에는 적설초(積雪草)라는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풀이 눈이 쌓이듯이 겹쳐 자라는 모양에서 붙여진 이름인 듯하다. 인도에서는 상처를 입은 호랑이가 병풀이 난 곳에서 뒹굴며 상처를 치료했다고 해서 '호랑이풀' 이라고도 불린다 하였다. (그리고 보니 인도나 중국에 갔을 때 사온 호랑이연고가 병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병풀의 효능은 상처치료. 두피 진정, 심신안정, 뇌세포 보호, 항알레르기, 유방암, 혈관 탄력성 강화, 해열, 이질, 설사, 해독의 효능이 있다고 한다. 지금 집집마다 상비약으로 갖추고 있는 상처치료제 마데카솔의 주원료가 바로 병풀이라 하고, 그 외에도 주름방지용 화장품, 클렌징크림, 염색약, 핸드크림을 만드는 재료로도 사용된다고 한다. 인터넷에는 병풀추출물이 들어있다는 기능성 화장품들이 여럿 올라와 있었다. 지금까지 공부한 중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는 풀이 바로 병풀이었다.


을 먹는 방법으로는 햇볕에 바짝 말려 병풀 차로 마시기도 하고, 생것으로 우유와 함께 갈아서 주스로 마시거나 샐러드나 볶음 요리로도 먹는다고 한다. 부작용은 과다 복용하지 않는 한 나타나지 않지만, 간질환 이력이 있는 사람과 임산부 에게는 권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좋은 것이 우리 집 주변에 소복소복 자라고 있는데 가만있을 내가 아니다. 그래서 병풀의 발효액은 어떻게 활용하는지 알아보다가 방송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건강프로그램에 오한진 박사가 말하는 병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효소(발효액)로 담가 차로 마시면 정맥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며 정맥벽의 탄력과 강도를 높여주고 항산화 효과도 있다'고 말하면서 특히 여성들의 하지정맥을 예방한다는 이야기였다.


이번 주에 내려가면 자신들의 존재를 모르던 내가 언제 뽑아 버릴지 몰라서 조마조마했을지도 모를 병풀들이 웃으며 날 반겨 줄 것 같다. 무언가 느낌이 있어 버리지 못하고 자라도록 두었던 풀이 그야말로 만병통치의 약으로 불러도 좋을 효능을 갖고 있다는 것에 가슴이 뛴다. 이래서야 집 주변의 이름 모를 잡초들을 정리하고 살 수가 있으려나? 어쩌면 주변의 모든 풀들이 우리 집으로 몰려와 나를 풀의 여왕으로 추대해 주지 않을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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