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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숙 Oct 09. 2020

바다 달팽이 요리

'군소'를 아시나요?

이사진들 한번 잘 보세요.

이런 거 보신 분 계시나요?

여름에 완도로 낚시 갔다가 건져 올린 건데요. 처음 보았을 때는 무서워서 몸에 소름이 돋았어요 그리고 가까이 가지도 못했지요. 근데 남편이 사진을 찍어서 친구한테 이게 뮈냐고 물어보더군요.

친구는 바로 답장을 주었는데, '군소'라고 부르는 바다달팽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검색을 했죠. 검색 결과는 나쁘지 않았어요. 바닷속 해조류가 자라는 곳에 살면서 잡식성 동물인데 맛도 나쁘지 않으며 몸에 염증을 잡아주는 약용 생물이라고 나오더라고요. 무서워서 가까이 가지도 못했던 제가 어떻게 했을까요?


군소 등 쪽 모습
군소 배 쪽으로 뒤집은 모습


징그럽죠?
딱 여기까지만 보면  무슨 우주생물이라도 나타난 듯한 두려움에 떨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그런데 이것이 염증을 잡아서 통증을 줄여준다는 말에 남편을 졸랐어요. 먹을 수 있게 손질해달라고요. 남편은 검색창에 뜬 손질법을 따라서 손질을 해주었어요. 근데 이것이요. 피? 가 보라색이에요. 생긴 것도 우주괴물처럼 생긴 것이 피까지 보라색이라니 완전히 지구의 생물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검색 결과 확실하게 먹으면 약이 된다고 하니 이왕 손댄 거 맛이라도 보자 하고 남편이 손질해준 이것을 삶았어요.


처음에 길이 20센티쯤 되던 것을 삶았는데 삶아지면서 쪼그라들더니 7~8 센티 정도로 푹 줄어버리더군요. 원래 살아있을 때 애내들 몸에는 수분이 대부분이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작아진 이것을 꺼내어 먹기 좋게 썰어놓으니 6조각이 되더군요. 초고추장에 찍어서 입안에 넣었더니요. 말랑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나쁘지 않았어요. 한 마리를 맛있게 먹고 많이 아쉽다는 생각을 했지요. 그리고 낚시할 때마다 '군소 좀 잡아줘 봐'라고 말하며 기대를 했었는데 그 후로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어요.


그렇게 군소의 존재를 잊어가던 어느 날  완도 거래처에 물건 때문에 가게 되었는데 식사 때가 되었다면서 같이 먹자고 하시더군요. 완도 가정집은 어떤 반찬을 드시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거절하지 않고 식탁에 앉았죠.  

전라도식 김치, 죽순나물, 갈치속젓, 그리고 군소 무침이 반찬으로 나왔어요. 간단한 듯 하지만 깔끔하고 맛깔스러운 상차림에 맛있게 먹었네요. 그중에도 군소 무침은 반찬으로는 처음 보는 것 인 데다 현지인의 솜씨로 제대로 무친 거라서 특별한 맛 이었어요. 맛있게 먹는 저를 보시고는 냉동실에 얼려 놓으셨다며 한 묶음을 싸 주시는 거예요. 수십 마리가 들어있는 그것을 받으며 어떻게 이렇게 많이 잡으셨냐고 하니까 군소가 많이 나오는 곳이 있대요. 해마다 봄쯤에 가면 많이 잡을 수 있다네요. 50 평생 살면서 처음 보는 그것이 바닷가에선 흔한 것이었나 봐요. 맛있게 먹고 한 보따리 선물까지 받아 왔으니 많이 행복했겠지요.


그렇게 기분 좋게 받아온 것을 집에 와서는 냉동실에 넣어두고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이번 냉동고 정리하기 전까지요. '냉동고 파먹기'를 하면서 군소의 존재를 기억했고, 군소도 먹어 치우기로 했죠. 제가 직접 무침을 해봤어요. 일단은 세척을 잘해야 돼요. 바닥을 기어 다니며 살던 애들이라 온 몸통에 모래가 스며들어 있는 것 같아요. 보이지 않아서 적당히 씻었더니 모래가 씹혀서 결국 양념한 채로 버렸어요. ㅠㅠ


이번엔 절대로 실패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조몰락조몰락 한참을 씻었어요. 그리고선 조금 떼어먹어보니 잘 씻은 것 같아요. 키친타월에 물기를 제거하고 먹기 좋게 썰고요.

양념으로 양파 1개, 다진 마늘 한 스푼, 꿀, 매실청, 고추장, 고춧가루, 식초, 참기름, 이렇게 넣고 조물조물 무치니 나름 먹을만했어요. 완도에서 먹던 맛은 아니었지만요.ㅎㅎ




군소, 이름도 생소하고 생긴 것도 정말 괴이한 생물, 게다가 손도 많이 가서 요리 해 먹기에는 본전 생각이 나기도 하는 그런 놈이네요. 위에 적은 대로 양파나 미나리 같은 거 넣어서 무쳐 드셔도 좋고요. 삶은 군소만 초장에 찍어서 소주 안주해도 그럴듯한 군소 요리, 처음엔 섬뜩했지만 맛도 있고요 건강에도 좋다는 데 있는 거 안 먹을 수는 없겠죠? 어때요? 한번 드셔보고 싶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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