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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숙 Oct 11. 2021

도라지 도라지 약도라지~~

도라지 향기 따라 행복도 솔솔~~

뿌리 종류를 파는 거래처에서 약도라지를 엄청 싸게 샀다고 필요하면 가져가라고 하였다.

얼마나 싸길래? 하고 물으니 시세의 절반 가격밖에 안된다고 하였다. 물건이 빠지는 거 아니야? 하고 다시 물으니 한번 보라고 했다. 6년 산이고 상태는 아주 좋은 약도라지라고 하였다.


도라지 상태를 제대로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잘 모르는 내가 보아도 나쁘지 않았다.

건강원에 맡겨서 도라지 즙을 내리면 좋을 것 같았다.

직접 내리는 것은 처음이라 도라지만 한솥 내리면 될 것 같아서 20킬로짜리 한 자루를 가져왔다.

그리고는 기분 좋게 건강원을 찾아갔다.


"도라지 가져왔는데요. 즙 내려 주세요"

"왜 그렇게 많아 가져 왔어요?"

"즙 내리려고요"

"배는요?"

"네, 그냥 도라지만 내릴 건데요"

"에이, 안돼요. 도라지만 내리면 아려서 먹을 수가 없어요. 도라지 4킬로에 배 30킬로를 넣어야 해요."

"잉? 그럼 도라지즙이 아니고 배즙이 되는 거 아니에요?"

"도라지가 아려서 궁합이 맞는 배와 같이 내리는 거예요. 안 그러면 먹을 수가 없어요"


의기양양 도라지만 내리면 진한 약도라지즙이 더욱 효과가 있을 것 같다는 내 생각은 건강원 사장님의 말씀에 처참하게 깨지고 말았다. 도라지 4킬로에 배 30 킬로면 배를 150킬로를 사야 한다. 그리고 한솥에는 30킬로 정도만 들어가고 200잔(봉지) 정도가 나온다고 한다. 그러면 5 솥에 1000잔(봉지)이 넘을 것인데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몸에 좋아도 자주 먹다 보면 질릴 것이고 한번 질리게 되면 다시 먹기가 고통스럽다. 그래서 버린 것이 한두 번이 아닌데 이번에도 잔뜩 해놓고 혹시 못 먹어서 버려질 것이 두려웠다.


사장님과 함께 고민하다가 3 솥만 내리기로 했다.

도라지 12킬로, 배 90킬로(6박스), 생강 3킬로, 대추 조금, 이렇게만 비율을 정하고 계산을 하고 돌아와 야채동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도라지 즙 내린다는 이야기를 하니 "무좀 넣지" 한다. 순간 무와 배와 도라지가 서로 어울리고 무도 몸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얼른 건강원으로 전화를 했다. 건강원 사장님은 그래도 좋다시며 그러면 무를 사 가지고 오라고 하였다. 배는 한 박스 15킬로당 25000원씩 이었는데 무는 한 박스 20킬로가 7천원이라고 한다. 몸에도 좋고 가격도 싸니 갑자기 횡재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얼른 무 3박스를 사 가지고 가서 차액을 돌려받고는 돌아왔다. 배15킬로씩 빼고 대신 무를 20킬로를 넣기로 한것이다. 즙 내리는 것은 해결이 되었는데 남은 도라지 8킬로를 처분할 일이 고민이 되었다. 내게 도라지를 판 거래처에서는 환불해 줄 테니 걱정 말고 가져오라고 하였지만 이 좋은 도라지를 다음에는 이렇게 싼 가격에 구입할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반품하기가 아까웠다.


반품을 보류하고 무얼 해야 오래 두고 안전하게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며 도라지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 보니 도라지조청, 도라지정과, 도라지 술, 도라지 발효액, 등등 익숙한 몇 가지의 이름이 떠올랐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역시 발효액을 담그는 것이었다. 손질을 했다. 필요 없는 부분을 잘라내고 잔뿌리는 찢어가며 씻기까지 4시간이 걸렸다. 도라지만 하면 너무 강하여 먹기가 불편하다는 말에 도라지 발효액에도 무를 함께 넣기로 했다. 즙을 내릴 때는 도라지를 가장 적은 양으로 배합을 하였지만 이번에는 발효액이니까 도라지가 많이 들어가고 무가 보조적인 역할을 하도록 도라지 8킬로, 무 4킬로, 설탕 12킬로의 배합으로 발효액을 담그기로 했다.




잘 씻은 도라지와 무를 듬성듬성 잘랐다. 그리고 동량의 설탕과 켜켜이 담았다.

다음날 뒤집어 주면서 보니 도라지액도 넉넉하게 나와있고 맛도 아주 좋았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도라지 발효액 담그기는 탁월한 선택인듯하다. 잘 익으면 설탕이 필요한 음식에 사용해도 되고 물에 타 마셔도 된다. 건강해질 몸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다.




산삼보다도 좋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도라지의 효능은 긍정적이다. 도라지에는 사포닌, 이눌린, 트립토판, 아르기닌, 비타민C, 불포화지방산, 철, 칼슘, 인 등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사포닌과 이눌린 성분은 기관지 점막을 튼튼하게 하여 기침 가래 천식 등 기관지 질환을 예방하고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며 면역력 강화로 감기 등을 예방하고, 항암작용으로 암세포의 증식과 전이를 막아주며, 과산화지질을 분해하여 암세포의 발생과 증식을 막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도라지 속의 이눌린 성분은 천연 인슐린이라 불릴 만큼 혈당조절에 큰 역할을 하여 당뇨병에 효과적이다. 도라지 잔뿌리에 다량 함유된 이눌린 성분은 항염증에도 효과가 뛰어나 기관지에 나타는 염증을 완화하여 가래와 기침을 삭여주며, 특히 환절기나 추운 겨울에 도라지를 잘게 썰어 차로 끓여 따뜻하게 마시면 호흡기 질환 증상을 완화하는데 더욱 효과적이다. 

황사와 초미세먼지 등 오염물질로 인해 손상되기 쉬운 폐를 보호하고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는데 좋고, 노폐물과 독소를 제거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 고혈압, 동맥경화, 심근경색 등을 예방한다.

불포화 지방산은 혈액을 맑고 깨끗하게 해 주며 칼륨 성분은 우리 몸속의 나트륨과 노폐물의 배출을 도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혈관 건강에 많은 도움을 준다.

칼슘, 철분, 인 등의 미네랄 성분이 뼈를 튼튼하게 해 주며 골밀도를 강화하여 골다공증 등의 뼈 관련 질환을 예방하고, 빈혈에도 효과적이다.

비타민C 성분은 콜라겐의 생성을 촉진하여 피부를 검게 만드는 멜라닌의 피부 침착을 방지하여 깨끗한 피부를 유지하는 데 좋다. 피부와 모공에 축적된 오염물질을 배출하여 아토피 피부염이나 기미 제거에도 효과적이다.

도라지에 함유된 사포닌 성분은 기억력과 관련이 있는 아세틸콜린을 분해하는 효소를 억제하는 작용을 하여 학습능력 및 기억력을 높여주며 치매를 예방하고, 식이섬유와 각종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하며 단백질 칼슘 사포닌 등이 함유된 알칼리성 식품으로써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도라지는 면역력을 높여주어 감기나 바이러스 감염 및 각종 질병의 발생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특히 호흡기 질환에 노출되기 쉬운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인분들에게 도라지는 아주 좋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도라지에도 부작용이 있다.


비교적 안전한 식품이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소화불량이나, 구토, 발한과 같은 증상도 생길 수 있다고 하는데 하루 몇 잔의 도라지 차나 도라지 반찬으로 먹는 정도로는 나타나지 않고 생도라지로 한꺼번에 많이 먹었을 때 나타나는 정도라고 하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듯하다. 질병이 있어 약을 먹고 있다면 전문의와 상담 후 먹는 것이 안전하다고 한다.


무는 소화촉진, 감기 예방, 숙취해소, 변비해소, 노화방지, 해독작용, 성인병 예방, 다이어트, 항암효과,  뼈 건강 등의 효과를 가지고 있고, 배는 부종 개선, 항암효과, 대장암 예방, 혈관질환 예방, 소화촉진, 피로 해소, 간 건강, 면역력 강화, 기관지 건강 등에 효과가 있다.


배와 도라지, 무는 서로 궁합이 잘 맞아 함께 먹으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비교적 부작용이 거의 없는 무와 배를 4배 정도를 넣었으니 배도라지무즙을 먹으며 부작용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을 듯하다.




계획에 없던 약성이 뛰어나다는 국내산 약도라지를 만나 급하게 배도라지무즙을 3 솥을 내리니 무가 조금 더 들어가서 750잔이나 나왔다. 200개들이 박스로 3박스를 담고 50개들이 박스로 3박스를 담았다. 맛이 달지도 않고 순하니 목마를 때마다 한잔씩 마셔도 좋을 거라고 하여 하루에 3잔 정도씩을 남편과 함께 마시고 있다.


쌀쌀한 새벽 공기를 마시며 일을 해야 하는 나는 겨울마다 목감기에 자주 시달렸었다. 지금도 벌써 목이 반응을 보이려고 했었는데 배도라지무즙 며칠 마시고는 산뜻해진 기분이다. 이 정도면 올겨울 찬바람은 나를 좀 비켜가 주지 않을까?


겨울이 지나고 나면 도라지무 발효액이 잘 숙성되어 있을 것이다. 그때는 겨울을 무사히 지나온 내게 심술을 부리고 싶은 봄바람이 찾아왔다가 도라지무 발효액의 향기에 멀리 달아날 것을 생각하니 참으로 든든하다. 또한 넉넉하게 우러난 도라지무 발효액을 누구에게라도 따뜻하게 한잔씩 타 주고 싶은 마음에 보기만 해도 설렌다. 내 건강도 지키고 지인들께 건강차를 선물할 수 있는 환경, 이 정도면 나 너무 행복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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