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점원의 태도

직원은 사장의 태도를 닳는다.

by 강현숙

생각해 보도록 만드는 상황을 만났다. 내가 장사꾼이어서가 아니라 누구라도 '저래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엊그제 새벽에 완도집에 가기 위해 대전에서 새벽 3시에 출발하여 고속도로를 달렸다. 한숨 푹 자고 완도집에 도착하면 주변 정리를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몰려온 시장기가 잠을 잘 수 없도록 만들었다.

"휴게소에서 뭐라도 먹고 갈까?" 말하니 남편도 동의하여 한 휴게소에 들렀다. 요즘은 고속도로 휴게소 식당도 야간의 관리와 인건비 감당이 안된다고 심야부터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새벽 4시, 휴게소에 들어가니 자동판매기들의 불빛만 환하고 먹을 것을 팔듯한 곳들은 모두 불이 꺼져 있었다. '우동 한 그릇 먹고 싶다' 생각하며 둘러보았지만 그런 행운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쩔까 하다가 편의점에서 컵라면이라도 먹으려고 들어갔다. 그곳엔 점원 한 명이 서 있었다. 매장을 둘러보니 마치 점포정리라도 하려는 듯 비어있는 매대가 많았고 음료냉장고도 없었고 컵라면 종류도 보이지 않았다. 듬성듬성 과자류 몇 가지와 두어 종류의 빵이 아무렇게나 진열되어 있었다.


점원은 우리가 들어갈 때부터 표정도 없이 쳐다보고는 우리가 먹을 것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는 동안도 한마디 말도 없이 먼산 보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한 바퀴를 돌고 결국은 식사 대용으로 먹을 것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점원은 대답대신 먼산을 바라보는 표정 그대로 고개만 가로저었다. 할 수 없이 빵 한 봉지를 고르고 계산대로 왔다. 우유는 물론 캔커피도 없는 상황이었다.


"가게를 정리하려나 봐요. 마실 것은 아무것도 없나요?" 그렇게 질문한 내 물음에도 보면 모르냐는 표정으로 고개만 저었다. 말을 못 하나 싶은 의문이 들어 일단 차에 있는 커피랑 먹자는 생각으로 계산대에 빵봉지를 올려 놓으니 스캐너를 들어 바코드를 찍고는 아주 건조한 말투로 4천 원입니다.라고 말했다. 순간'어 말을 하네'생각하니 마음이 안 좋았다. '조금만 친절하면 안 되나?' 카드리더기에서 카드를 뽑아 들고 차로 왔다. 남편에게 말하며 빵을 먹으려니 맛이 없었다. 마른 듯 건조한 듯 딱딱한 듯, 빵도 아닌 것이 과자도 아닌것이, 먹으려니 씁쓸했다. "장사 그만 할려나보지 대충 요기하고 한숨자" 남편의 말에 보온병에 타 가지고 온 따뜻하고 달달한 믹스커피를 따라 마시고 잠을 청했다.


비몽사몽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이어졌다. '장사를 그만하고 싶은 사람의 태도가 그런 모습이겠지? 그래도 고속도로 휴게소 편의점이면 매출이 적지 않았을 텐데 문 닫을 정도면 저 직원의 태도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어쩌면 저 사람이 주인일지도 몰라. 암튼 저런 모습을 보고는 무언가 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것이 분명해. 나만 까탈스러워서는 아닐 거야'

생각을 멈추지 못하고 결국 완도에 도착했다.


피곤한 몸으로 가방을 풀고 주방으로 가 먹을 것부터 찾았다. 일주일 만에 온 집에 금방 먹을 것이 있을 리 없었다. 냉동실에 넣어두었던 만두를 꺼내어 청양고추를 넣고 만둣국을 끓이고 역시 냉동실에 얼어있는 밥 한 덩이를 꺼내 전자레인지에 녹여서 만둣국에 말아 묵은 김치랑 먹었다. 따끈하고 칼칼한 만둣국도 오는 동안 머릿속에 맴돌던 생각들을 말끔히 지우지는 못했다.


완도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대전으로 돌아와 내 사업을 점검했다. 혹시라도 손님을 불편하게 했던 적은 없었는지, 나모르게 직원이 손님에게 불손한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는지 "어떤 경우라도 손님에게는 친절하게, 정 불편하게 하거나 감당 안 되는 손님이 있으면 직접 해결하려 하지 말고 나한테 말해"라는 당부를 했다. 다행히도 우리 직원은 지금까지 한 번도 손님과 직접 부딪힌 적은 없었다. 우리 직원에게 함부로 막말했던 손님을 내가 거래거절을 한 적은 있었다.




직원은 사장의 태도를 닮는다. 사장이 손님을 중요하지 않게 여기면 직원도 그렇게 한다. 반대로 사장이 손님을 왕으로 받들면 직원의 말투와 태도 또한 그렇게 된다. 함께하는 직원이 손님에게 웃으며 친절하게 대한다면 '아직 장사를 계속 할 운(運)이 남아 있구나' 라고 생각해도 좋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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