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로 이사 와서 배하나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우리는 작은 배를 한대 샀다. 집 앞 선착장에 배가 있으니 배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고 싶은 마음도 들게 마련이다. 아주 가까운 곳에만 몇 번 나갔다 오던 남편이 어느 날 좀 멀리 배를 몰고 가서 어망을 던져놓고 왔다.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어망을 건지러 가는데 다른 일을 하다가 썰물이 시작할 때 출발하게 되었다. 바닷물은 6시간 밀물이고 6시간 썰물이다. 물이 다 빠져버리면 집에 올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진 남편은 안 그래도 서툰 뱃일을 서두르다가 어망들이 엉켜서 일이 더 늦어졌다고 한다. 겨우 어망을 건지고 돌아오려 했지만 이미 물이 빠져버린 갯벌을 배가 올 수는 없었다. 집이 보이는 곳 저만치에서 모터가 뻘에 닿아 오도 가도 못하게 되었다. 잘못하면 6시간을 물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며 배에 갇혀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모터만 딸랑 달려있고 비나 태양을 피할 수 있는 지붕 같은 것도 없는 소형배에 잠깐 다녀온다며 물조차도 갖고 가지 않았었는데 작열하는 태양아래서 물 들어올 때까지 버티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도 지나가던 이웃마을의 배가 도와주어 집 건너편의 선착장에 배를 대면서 위험한 상황은 종료되었다. 그사이 어망 속에 있던 물고기들은 모두 죽어 버렸고 차를 가지고 남편을 데리러 가야 하는 불편함도 생겼다. 조금만 더 늦게 만났으면 위험했다면서 물때 맞추는걸 목숨처럼 여겨야 된다는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그 후 남편은 어떤 일이 있어도 썰물이 시작되면 배를 띄우지 않는다. 물들어올 때 배질한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 셈이다.
장사에도 밀물과 썰물이 있다. 바로 성수기와 비수기이다. 모든 장사가 성수기만 있는 것도 아니고 비수기만 있는 종목도 없다. 몇 개월 성수기이면 몇 개월은 비수기를 맞게 된다. 냉면과 콩국수가 한여름에 성수기이면 뜨거운 해장국 집이 겨울에 성수기를 맞게 될 것이다. 성수기에는 이만하면 먹고살만하다는 거드름을 피우다가 비수기가 되면 임대료와 공공요금내기도 버겁다고 아우성이다. 이러한 극과 극을 오가는 장사의 특성을 이용해 비수기 없이 돈을 벌려는 방법으로 전문으로 취급하는 종목을 계절별로 다르게 선택하기도 한다. 그 대가로 1년 내내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감수하면서 말이다. 인생의 목표가 오로지 돈 버는 것뿐이라면 그렇게 사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이런 방법은 어떨까? 성수기 때, 그러니까 물 들어올 때 모든 에너지를 써서 일을 한다. 작은 손님하나도 소홀히 대하지 않고 매출의 극대화를 이루어 최대한의 소득을 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비수기일 때는 물 빠졌을 때 그물 손질을 하며 다음 물때를 기다리듯이 다음장사를 준비하는 것이다. 체력도 보강해야 되고 해이해지지 않도록 멘털관리도 해야 하며 미리확보할 수 있는 물건들을 확보해 두는 것도 중요하다. 잘 손질된 그물에 많은 물고기가 걸리듯이 잘 준비된 상인에게 많은 매출이 발생할 것은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얼마 전 베네치아에 갔었다. 이미 7세기에 중개무역으로 부를 이루었던 유명한 곳이다. 그 후 수백 년간 조성된 유적들이 지금은 관광의 가치가 높아 전 세계에서 방문하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7세기에 선조들이 중개무역으로 이루었던 부가 지금은 그 후손들에게 엄청난 관광수입을 가져다준다. 그 영광을 지속해서 후손에게도 이어지기를 바라는 베네치아의 상인들은 관광객을 자신들이 딱 원하는 만큼만 받고 관리보전하기 위한 시간을 갖겠다고 이탈리아 정부에 동의해 달라고 요청했었다고 한다. 그러자마자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었고 관광객은 저절로 감소하여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거의 수입이 없는 상황을 맞이해야 했다. 그동안 베네치아 상인들은 시설보수와 시스템 점검을 하며 다시 밀려올 관광객을 수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한다. 우리가 갔을 때 베네치아는 관광객이 넘쳐 나고 있었지만 더없이 아름다웠고 질서 정연하여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 세계의 돈이 물처럼 물의 도시 베네치아로 밀려들어가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지혜롭게 보낸 코로나팬데믹, 3년의 시간이 다시 긴 시간 동안 그들에게 부와 명성을 안겨줄 것을 볼 수 있는 여행이었다.
인생은 영원히 좋은 일만 있거나 영원히 나쁜 일만 있지는 않다. 좋은 일에 자만하고 있을 때 슬그머니 찾아오는 것이 불행이다. 일희일비하며 살다가는 지속적인 평안이나 인생의 의미를 알지 못하고 삶을 마감해야 할지도 모른다. 물 들어올 때 배를 띄워 목표를 달성하고 물 빠졌을 때 준비하며 목표를 세우는 것 그것만 잘한다면 장사하는 사람들의 삶도 살아볼 만한 삶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