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에 정답은 없다.
어느 상인의 삶을 바라보며
정말대단하다. 나는 저렇게는 안살고 싶다. 그럼에도 가끔씩은 저렇게 사는게 맞나 싶기도 하다. 우리 도매시장 수산물법인 관할하에 함께 장사하는 분이 계시다. 장사경력 35 년이고 재산은(소문에 의한) 100억 정도가 된다고 한다. 나이는 65세, 결혼한 딸 1명과 아직도 총각인 30대 후반의 아들 1명을 두고 있다. 나이도 있고, 일도 할 만큼 했고, 돈도 벌만큼 벌었고, 아들도 장성했으니 이제 좀 쉬어도 될 텐데라고 주변에서 기회가 될 때마다 쑥덕거림의 주인공이 되는 분이다. 나도 그 쑥덕거리는 무리에 속한 일인이지만 가끔은 돈이라는 것은 그분처럼 해야 벌어지는 거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은 그분의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그분은 지금도 새벽 6시 즈음에 출근하여 밤 8시에 퇴근하는 것이 보통이다. 주문이 밀린 날은 10시도 넘어서 퇴근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나와는 서로 출퇴근 시간대가 달라서 그분이 퇴근하는 것은 본적이 한 번도 없기에 퇴근시간을 확정해 말할 수가 없다. 암튼 하루 14시간 이상을 시장에서 산다. 낮에도 병원 가는 날 말고는 외출도 거의 하지 않는다. 휴일은 한 달에 두 번 일요일에 직원들에게 맡기고 쉬는데 그것도 오전에 쉬거나 볼일을 보고 오후가 되면 또 출근을 해서 그날 매출과 상황을 살핀다. 그리고 마감을 한 후에 퇴근을 한다. 그렇게 따지면 그분의 휴일은 아예 없는 것이다
식사는 하루 중 아침은 10시, 점심은 오후 3시에 단골로 배달되는 한식메뉴로 매일 해결한다. 식어터진 찌개를 데워 식어 딱딱해진 밥을 말아서 대충 먹는다. 옷은 하루도 갖춰 입은 걸 본 적이 없다. 일하기 편한 작업복에 방수 앞치마를 두른 것이 그분의 시장 패션이다. 그분의 일상과 패션, 식사등을 보면 누가 봐도 100 억 자산가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하는 그분에게 불경기는 항상 남들의 이야기가 된다. 대부분의 상인들이 장사가 안된다며 혹은 비수기라며 문을 닫고 쉴 때도 그분은 가게를 열고 팔물건들을 구색을 맞추어 구비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돈이라는 것은 열심히 하고 덜 먹고 안 쓰는 사람에게 모여진다는 확신이 든다. 쉬는 날이 많지 않으면 돈 쓸 일도 없을 것은 당연할 것이고, 1만 원 미만의 배달음식으로 하루 2끼의 식사를 해결하니 먹는 것에도 그리 많이 쓰이지는 않을 것이고, 매일 작업복만 입고 산다면 옷값도 별로 들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모여진 돈은 건물을 사거나 기타 돈이 될만한 곳에 투자를 한다. 당연히 시장에서 버는 돈에 투자한 곳에서 발생되는 수입까지 계속해서 수입이 늘어나는 것이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장사를 그만두고 투자수입금만 갖고도 여생을 넉넉히 먹고사는 일이 가능할 거라는 추측을 한다.
능력 없고 사람 좋고 성격이 만만디인 남편은 오래전에 이혼을 하고 다른 여자와 재혼했다. 나이 들어갈 곳이 없자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을 정도로 사람이 필요한 전 아내의 가게에서 월급을 받고 일한다. 그러면서도 자주 지금의 아내와 먹겠다고 전 아내에게서 받은 월급으로 비싼 생선회를 사서 보란 듯이 들고 간다. 또 한동안씩 안 보일 때도 있는데 얼마동안 받은 월급이 모아져 놀면서도 먹고살만할 때 라고 한다. 그리고 그 돈이 떨어지면 다시 와서 일한다.
그분의 아들은 모자부터 신발까지 명품이라 불리는 것들로 치장을 하고 일 년에 두 번씩 자동차를 바꾼다. 그것도 외제차로만, 그리고 가끔씩 한 달 이상 보이지 않을 때도 종종 있는데 살짝 물어보면 외국여행 중이라 한다. 과연 자산가의 아들다운 삶이라 생각된다. 좋게 생각했을 때는..., 부모 잘 만나 심한 고생 한번 하지 않고 하고 싶은 거, 갖고 싶은 거 절제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그 아들은 누리고 있다. 또 모든 돈 관리는 결혼한 딸이 하고 사위에게는 점포 하나를 떼어주어 운영하게 했다. 그러니까 돈을 벌기만 하지 그 돈으로 누릴 수 있는 것들은 아들과 딸 사위가 하는 셈이 된다. 벌어놓은 돈에 관련된 어떠한 누림도 없으면서 시장에서 한시도 맘 편히 벗어나지 못하는 그분을 주변에서는 부럽다는 표현대신 불쌍하다고 말한다. 소위 쥐뿔도 없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부러움을 표현하는 반어법인 것이다.
내가 60 평생을 살아오면서 깨달은 것이 평범한 사람도 돈을 벌고 모으고 싶다면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해도 안돼'라고 말하는 분들이 간혹 있는데 그런 분들을 자세히 보면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다. 조금 힘든 일은 하지 않으려 하면서 남들 하는 것 남들 가진 것은 다 갖고 싶어 한다. 돈은 그런 사람들에게 절대로 소속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죽을 만큼 일하고 남들보다 덜 먹고 쓸데없이 옷과 사치품을 사지 않고 한번 들어온 돈은 소중히 다루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따르는 것이 돈이다.
만약 어느 분이 돈을 기어이 벌고 싶은데 방법을 알려 달라고 한다면 난 망설이지 않고 말할 것이다. 장사에 관련된 모든 일을 스스로 다하고, 거의매일 식고 불어 터진 배달음식을 먹고, 작업복만입고, 휴일도 없이 남들보다 먼저 출근하고, 남들보다 늦게 퇴근하는 삶을 살면서 하다가 힘들다고 그만두지 않는다면 분명 돈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5년 전부터 매출이 집중된 겨울이 지나고 나면 겨울 동안 힘들었던 보상으로 휴식의 시간을 갖고 있다. 여행도 하고 취미생활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또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공부하며 교양 있게 늙어가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가을쯤 되었을 때 다시 겨울장사를 할 만반의 준비를 한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 원하는 지점에 가기 위해서다. 100년도 살까 말까 한 인생길에 삶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시간은 가져야 하니까.
어떤 삶이 잘 사는 것인지 정답이 없는 것처럼 어떤 장사가 잘하는 것 인지도 정답은 없다. 누구는 돈을 벌어 모아가며 살고 누구는 필요할 때만 일하면서 산다. 또 누구는 자기 장사를 하고 누구는 월급쟁이만 한다. 그걸 보고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는 판단을 할 수 없는 것이 삶이다. 다만 자신이 선택한 삶에 대해 후회하거나 남들이 가진 것들을 부러워하거나 또는 질투하거나 하지 않는다면 어떤 삶도 멋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