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짠지 1

친정집에서

by 강현숙

엄마 집 마당가에 묶인 누렁이가 경계를 하며 짖어 댄다. 이제 날 알아볼 만도 한데 매번 올 때마다 이를 들어내고 짖는다. 서방한테 속 썩고 산다고 나를 무시하나 싶다.

“인마! 나보고 짖으면 안 된다고 했지? 내 말 한마디면 널 보내버릴 수도 있어!”

묶여 있는 누렁이에게 소심한 화풀이를 하면서도 그래도 밥값은 하네 싶었다. 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낯선 사람을 보고 짖어서 혹시 모를 불미스러운 일을 예방하라고 주인에게 알리는 의무를 충실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나 치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술이나 퍼마시는 사람과 비교하면 누렁이에게 화풀이를 할 것이 아니라 간식이라도 하나 주어야 할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잉! 너 솔이 어멈 아니냐?”

개 짖는 소리에 창문을 열고 바라보던 엄마가 반색을 한다. 곧바로 현관문이 활짝 열리고 슬리퍼를 짝짝이로 끌며 허리를 구부린 엄마가 두 손을 내밀며 다가온다.

“아이고 연락도 읎이 뭔 일이냐?”

“그냥~ ”

엄마의 부산스러움에 아버지도 현관 앞까지 나와 나를 쳐다본다. 언제나 그렇듯 당장 서울을 가도 손색없을 다림질한 바지와 셔츠에 조끼까지 갖춰 입었다.

“왔냐? 연락도 읎이 위쩐일이여?... 장사 안 했냐?”

갑자기 혼자 온 딸이 반가운 것인지, 걱정이 되는 것인지 애매한 표정이다.


“어디 가시게유?”

“아녀!”

나는 아버지의 그 차림새가 외출용 차림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모르는척 물었다. 젊어서 논이나 밭에 일하실 때조차도 아버지는 갖고 계신 옷 중에서 가장 좋은것을. 입었다. 아홉 식구 양식 떨어질까 한시도 쉴 틈 없던 엄마는 빨고 다려도 표시도 안나는 아버지의 입성 때문에 잠자는 시간을 더 줄이셔야 했다. 졸면서 다듬이질을 하고, 졸면서 광목에 싼 아버지의 옷을 꼭꼭 밟아 구김을 펴드렸다. 아버지의 옷에서 엄마의 고단함이 묻어났다.

엄마는 안으로 들어가자고 내 손을 끌면서 차 쪽을 흘끔 쳐다본다. 안 보이는 남편이 어디서라도 튀어나오길 기대하는 눈치다.

“그냥 엄마 보고 싶어서 온 거여~”

딸의 대답이 미심쩍은 듯, 딸의 얼굴에서 답을 찾으시려는 듯, 엄마는 딸의 얼굴을 살핀다.

엄마랑 마주 보면 눈물이 날 것 같아 나는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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