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짠지 2

음주사고

by 강현숙

밤사이 주문 문자가 30여 건이나 와 있었다. 평소보다 두 배도 넘는 건수에 수량도 많았다. 이 정도면 수입도 두 배 이상이라는 기대감에 부푼 마음으로 서둘러 출근을 하여 넉넉하게 팔 물량들을 확보했다. 예감은 적중했다. 주문 없이 오는 분들도 사가는 물량이 많았다. 하루 분량의 배터리가 다 소모될 정도로 휴대폰이 울어댔다. 무슨 전화가 계속 통화중이냐며 찾아온 손님들도 이어졌다. 준비한 물량이 부족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손님들이 찾는 물량이 많았다. 내가 남의 집 일을 한다면 반달이상 일해야 받는 금액보다 더 많이 벌어질 것 같았다. 새벽 내내 머릿속의 계산기를 돌리며 신이 나서 일을 하다가 남편이 보이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직원하고 둘이 해내기엔 일이 벅찼다. 매점으로 달려갔다. 남편은 -올 줄 알았어- 중얼거리며 소주잔을 기울였다.

마지막이라며 들고 있는 소주잔 아래로 빈병이 보였다. 이미 한 병을 다 마신 상태였다. 저 정도면 운전면허 취소기준을 넘어설 것이다.

남편은 음주단속없는 시장 안에서만 운전한다고 매점을 들락거리며 새벽내내 술을 마신다. 일하는 시간만 아니면 얼마든 마셔도 좋으니 새벽 몇 시간만 참아 달라고 얼러도 보고 사정도 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다. 작은 차량을 이용해 시장 곳곳의 손님 차량까지 운반해 실어주어야 하는 일인데도 정신을 안 차린다. 술 냄새나는 남편이 운전하는 것이 걱정되어서 차라리 내가 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오늘따라 열 배씩 늘어난 물량을 내가 해낼 수 없어서 매점에서 돌아온 남편을 보냈다. 오늘처럼만 장사가 되면 나도 마음 놓고 번듯한 이름 있는 아파트에서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기야 100번 앞에 서는 논산 차 알지? 천천히! 조심해서 다녀와~”

알었어, 알었어

잔소리하지 말라는 듯 짜증이 묻어나는 대답을 들으며 ㅡ정신차리고 들어! 건성으로듣고 실수하지 말고ㅡ소리라도 질러주고 싶었지만 밀린일을 앞에 두고 참을수 밖에 없어 큰숨을 한번 쉬고는 물건을 챙겨 보냈다. 10분쯤 지났을 때였다. 이어진 손님과 흥정을 하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발신자는 남편이었다. 발신자표시를 보는순간 머리가 갑자기 뜨거워 졌다.

“여보, 여기 1번 문 앞인데 빨리 좀 와봐”

“거긴 왜? 차를 못 찾은겨? 100번 앞에 있다니까 1번 문에서 헤매면 어떡해?”

내 목소리는 낮지만 단호했다.

“저기~, 봉고차 뒷문이 열려있는 걸 못 보고....”


더 들을 것도 없었다. 음주운전이라는 생각에 그대로 뛰어 나갔다. 술 냄새 풍기며 사고처리를 하다가는 더 큰일이 생길 것 같아 장사고 뭐고 겨를 없이 뛰어갔다. 얼마나 세게 받았는지 봉고차 뒷문이 며칠 굶은 아귀 입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남편은 그 앞에 작은 먹이처럼 서 있었다. 차주에게 전화를 걸면서 남편에게는 어디든 얼른 가버리라고 했다. 술 냄새 풍기는 남편 대신 내가 뒤집어써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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