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은 못 참아!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차를 받은 거라서 차주의 처분대로 해 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탑차로 며칠간 다니면 된다면서 대차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잘 아는 사이라고 크게 봐준 것이다. 보험회사에 연락하고 장사를 해야 되니 매장으로 돌아왔다. 입구에서 담배를 피워 물고 있는 남편을 만났다.
“이 인간아! 귀신들은 뭐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오늘의 사고로 보험수가 올라갈 것을 생각하니 그야말로 피가 거꾸로 솟아 막말을 퍼붓고 있었다.
“사라져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지라고!”
화가 치밀어 올라 어떻게든 화풀이를 하고 싶었지만 마침 직원이 들어오고 있어서 더는 큰소리도 낼 수 없었다. 남편은 슬그머니 어딘가로 가버렸다. 막판에 팔았어야 할 물건들은 그대로 남았다. 생물로 유통하는 물건이라서 당일 날 팔지 않으면 폐기할 확률 60프로는 되는 물미역이 50박스나 남았다. 구색 맞춰 나가는 물파래, 톳도 잔뜩 남았다. 예상했던 마진보다도 물건이 더 남은 것이다. 젠장!
직원에게 모두 다 냉장고로 넣으라 하고 장부 정리를 했다. 평소보다 열 배는 이익이 될 거라고 신바람이 나있었던 하루가 평소 수입의 두배로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계산 앞에 나는 기운이 빠져버렸다. -내 팔자에 무슨 이름 있는 아파트야- 라는 생각과 함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장사를 마치고 보험회사 직원을 만나 상황을 설명했다. 두 번 세 번 재차 확인하는 보험사 직원의 태도가 불만스러웠지만 혹시라도 내가 짜증을 내면 더 많은 돈이 나가게될까 봐 참고 웃으며 대답하느라 입이 바짝바짝탔다. 아무리 인내심을 발휘하며 대응해 주었어도 해결해야하는 돈은 그다지 줄어든것 같지 않았다. 수리비 200만 원 이상이면 할증 보험료는 100프로 인상될 거라고 했다. 소태물을 마신 듯, 몸도 마음도 짰다. 평소보다 1시간이나 늦은 시간에 퇴근한 나는 절여진 몸에 시원한 생수 한병을 들이 부었다. 심호흡을 하고 있는데 남편이 있는 작은 방에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 상황에도 게임을 한다고? 저 인간이...- 두 눈이 화끈거리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작은방 문을 열었다. 깜짝 놀라 바라보는 남편에게 -차라리 나가 뒈져버려-라고 쌍소리를 하며 남편이 앉아있는 의자를 밀쳐버렸다. 그때 얼핏 컴퓨터 화면에 -교통사고...- 라는 글씨가 보였다.
“인간이 지가 뭔 짓을 했는지 알긴 하는가 베”
넘어질 뻔하다가 간신히 중심을 잡고 일어나는 남편은 술 냄새를 풍기며 얼척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평상시에 컴퓨터 앞에 앉으면 어김없이 게임이나 하니 누구라도 오해 할 만한 일이라고, 내가 지나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안방으로 왔다.
그날 사고로 망쳐 버린 장사와 할증보험료 때문에 나는 밥맛도 입맛도 다 사라졌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끓어오르는 속을 정리해 보려 했지만 그럴수록 더 메스꺼워 지는것 같았다. 그때, - 밥 안 먹어?- 하는 남편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속이 없는 건지, 이런 상황에 배가 고플 정도로 속이 편할 수 있는 남편을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