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고양이 노랑이 5

버림받은 노랑이

by 강현숙


다음날 주인아저씨는 비싼 민어를 잡아다 주셨다. 평소에는 횟집에 갔다 주면 다른 무엇보다 돈을 더 많이 준다면서 내게는 한 번도 주지 않던 민어였다. 사람들도 먹으면 기운이 난다고 비싸게 사 먹는 민어를 내게 주신 것이다. 나도 기운을 내야 했지만 민어는 좀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분한 대접에는 이유가 있다는 말을 전에 아저씨가 하신 적이 있어서 마음한쪽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고양이가 생선을 마다할 수는 없지 않은가? 천천히 한 마리를 다 먹었다. 입을 닦고 있는데 주인아저씨가 말했다.

노랑아! 아저씨가 멀리 이사를 가면 너한테 싸구려 생선도 잡아주지 못할 거야, 여기 있는 동안 맛있는 거 잡으면 줄 테니까 잘 먹고 건강해라~”

아저씨 딸내미집은 산과 들판이 펼쳐져 바다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 곳이다. 바다가 없어서 고기를 못 잡을 것이니 여기 있는 동안 많이 먹으라는 말로 이해하려 했지만 개운한 기분은 아니었다.


다음날부터 나는 깜순이와 결혼을 위한 준비를 서둘렀다. 얼룩이나 다른 이웃 고양이들에게도 인사를 해야 했다. 무엇보다 급한 일이 결혼이라는 생각에 결혼부터 마무리하기로 했다. 깜순이 부모를 만나 인사를 드리고 부득이하게 주인 따라 멀리 이사가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했다. 깜순이는 울었고 깜순이 부모도 펄쩍 뛰었다.

“야옹!, 난 깜순이 없이는 못 사네, 자네가 건너 마을 부잣집 주인들에게 사랑받고 살기에 허락을 했던 것인데 그리 멀리 떠나야 한다니? 안되네, 다시 생각해 보아야겠네”

깜순이 어머니는 냉정하고 단호했다.

“야옹! 야옹!, 흑흑!”

깜순이의 슬픈 울음소리가 가슴을 저미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며 깜순이 어머니는 나를 밀어냈다. -깜순 씨 사랑해요, 야옹!- 밀려 나오면서 깜순을 보고 눈으로 말했다. -야옹!- 깜순은 흑진주 같은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나는 다음날도 깜순이 부모를 만나 사정했다. -결혼시켜 주세요.- 깜순이는 여전히 울기만 했고 깜순이 엄마는 냉정했다. -어머니 약속 드릴게요 깜순이 고생 안 시킬 거예요.- 아무리 사정해도 끄떡도 안 하는 깜순이 엄마였다. -안되네, 절대 안 되네 어떻게 키운 깜순인데 그렇게 멀리 시집을 보내나? 내 눈에 흙이 들어와도 절대로 안되네- 깜순이와 눈이 마주쳤다. 눈으로 말했다. -깜순아! 사랑해!- 깜순이도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사랑해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깜순이의 마음을 읽은 나는 용기가 났다. -깜순이 마음만 진심이라면 사랑을 이룰 수 있어!- 다음날 깜순이가 엄마 몰래 집을 나왔다. 우리는 처음 데이트하던 곳으로 갔다.

“나 집에 안 갈 거예요. 그냥 이대로 노랑이님 따라갈 거예요.”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부모보다 나를 택해준 깜순이를 위해 무엇이라도 할 것 같았다.

“그래 내가 평생 고생 시키지 않을게”

나는 깜순의 손을 잡고 우리 집으로 왔다. 이쁜 깜순이를 얼른 주인아저씨께 보여 드리고 싶었다. 깜순이 부모에게는 나중에 용서를 빌기로 했다. 주인아저씨는 집안에서 낮잠을 주무시고 계셨다. 주인아주머니가 우리를 먼저 보았다.

“응 노랑아! 너 여자친구 생겼구나! 이쁘기도 해라.”

역시 주인아주머니도 깜순이의 미모를 알아보았다.

“야옹! 아주머니 우리 결혼할 거예요.”

집안에 있던 주인아저씨가 현관문을 열고 나오며 말씀하셨다.

노랑아! 여자친구 데려왔냐?”

“야옹!”

“잘됐구나, 이제는 외롭지 않겠다.”

주인아저씨는 내방을 분홍색 이불로 다시 꾸며 주었다.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방을 들어갔다. 혼자가 아니고 깜순이랑 같이 있는 내방이 그렇게 아늑할 수가 없었다. 깜순이와 장난을 치며 웃고 있을 때 아저씨가 불렀다.

노랑아! 나와봐라”

깜순이를 데리고 주인아저씨께로 갔다. 주인아저씨는 어제 보다 큰 민어를 저녁으로 주셨다. 요즘 진수성찬을 차려 주시는 아저씨가 이상하다. 하지만 우리 집 분위기를 모르는 깜순이는 그저 맛있다고 반 마리를 다 먹었다. 다 먹고 나서야 새색시가 체면 없이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수줍게 고개를 돌리고 입을 닦았다. 깜순이가 먹고 남긴 민어 반 마리는 내가 먹었다. 맛있게 먹으면서도 이상하게 목이 메었다. 이 불안한 기분은 무엇일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깜순이를 바라보면 웃음이 나왔다. 닥쳐올 운명이 어떤 것이든 지금은 그저 행복하기만 했다. 식사를 마치고 깜순이와 산책을 나왔다. 전에는 아저씨와 함께 산책하던 길을 이사준비로 바쁜 아저씨를 조를 수가 없어서 그냥 우리끼리 나왔다. 동네를 한 바퀴 돌아올 참이었다. 담장 위, 지붕 위, 풀숲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다. 깜순이를 연모했던 수고양이들과 나를 보며 수줍어하던 이 동네 처녀 고양이들 일 것이다. 나는 어깨를 쭉 펴고 깜순이를 앞세워 바닷가로 숲으로 다니며 동네 소개를 해 주었다. 머지않아 이사를 가게 되겠지만 아직 달포쯤 남은 시간 동안 내가 살던 고향이 얼마나 편안하고 아름다운지 모두 보여주고 싶었다. 으쓱하며 마을 끝까지 왔을 때 우리는 깜짝 놀랐다. 깜순의 아버지가 그곳에서 노려보고 있었다.

“네 이놈들! 부모의 허락도 받지 않고 제멋대로인 네놈들을 자식으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는 집에 올 생각 말아라! 야옹!!”

근엄한 깜순 아버지의 호령에 우리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뒤돌아서 빠른 걸음으로 가시는 아버님께 한참 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마음속에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죄송한 마음을 꼭 잘 살아서 용서를 받으리라 다짐할 뿐이었다.

아저씨는 다음 날 아침은 닭다리를 삶아 주셨고, 그다음 날은 짱둥어를 잡아다 주셨다. 색시가 된 깜순에게 내 기를 세워주시려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고맙기만 했다. 깜순이랑 함께 먹는 식사는 무엇이든 맛있었다. 깜순이도 풍족한 음식과 공기 좋은 환경에 반하여 부모님 생각을 잊은 듯했다. 시간은 흘러 이사하기로 한 날짜가 하루 남았다. 내일 이사를 가면 언제 뵈러 올지 모르니 깜순이에게 부모님을 뵙게 하는 게 맞는 것 같았다. 깜순이를 이쁘게 단장시켜서 장인 장모님을 뵈러 갔다. 깜순이를 본 장모님은 눈물 바람이 났다. 이제 가면 내 딸 얼굴 언제 보나 하면서 깜순이를 붙들고 목 놓아 울었다. 장인은 등을 돌리고 앉아 -자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했으니 자네를 보고 싶지 않네, 말했던 대로 다시는 우리 집에 올 생각 말게, 야옹!- 냉정한 아버지의 태도에 울기만 하는 하는 깜순이를 달래어 –정말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야옹!- 씩씩하게 인사를 하고 나왔다.

주인아저씨는 나를 찾은 기색이 역력했다. 우리 방 앞에 구운 지 오래되어 거죽이 쭈그러진 장어 한 마리가 놓여 있는 것을 보니 초저녁부터 저 장어를 우리에게 주려고 계속 기다리셨던 것 같다. “아저씨도 참 내일 멀리 가서 생선을 못 주실까 봐 마지막까지 장어를 잡아 주셨구나. 이사 준비하시기도 바쁘셨을 텐데... ” 생각하니 아저씨의 사랑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깜순이를 끌어안고 잠을 설쳤다. 이 집을 떠나기가 서운하기도 했지만 깜순이가 옆에 있고 나를 저리도 아껴 주시는 주인아저씨도 계시니 이사 간 곳의 삶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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