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고양이 노랑이 6

by 강현숙

걱정 반 설렘 반의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었다. 새벽부터 우리도 준비를 했다. 깜순이는 가는 동안 털이 날리면 남들이 웃을 거라며 보자기로 눈만 내놓고 묶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웃고 있을 때 주인아저씨가 불렀다. 벌써 가시려나? 이제 막 해가 떴는데, 아저씨께로 갔다.

“깜순이는 어딨냐? 같이 와봐”

나는 깜순이를 불렀다. 아저씨는 텅 빈 창고로 가셨다. -언제 이렇게 다 치우셨지? 내가 깜순이에게 정신이 빠져 있는 동안에 이 창고가 비어 지는 것을 못 보았구나-

노랑아 이제 짐 싣는 사람들이 올 건데 네가 짐에 다치기라도 할까 그러니 짐 다 싣는 동안 여기 좀 있어라. 여기 물이랑 멸치 있으니 깜순이랑 같이 조금만 있어”

분명히 우리가 다칠까 봐 걱정이 되어서 그러는 거라고 말씀하시는데 어쩐지 분위기는 이상했다. 알 수 없는 불안한 느낌을 이사하려면 힘드니까 지쳐서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야옹!, 그럴게요 아저씨, 짐 다 실리면 데리러 오세요.”


그리고는 깜순이랑 정신없이 놀았다. 다 치워진 창고가 둘이 뛰어놀기에 숨찰 정도로 넓었다. -나 잡아봐요, 노랑이님!- 하며 달아나는 깜순이를 잡는 척해 주느라고 짐 실은 차가 떠나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아니 우릴 두고 그렇게 갈 거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 한참 만에 아직도 이삿짐을 다 싣지 못했는지 궁금해졌다. 깜순이도 소변이 마렵다며 살짝 나가 소변만 보고 오자고 했다. 우리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문을 열고 나가 소변만 보고 올 참이었다. 그런데 문이 열리지 않았다. 밖으로 잠겨 있는 것 같았다. 귀를 기울였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야옹! 야옹!”

큰소리로 주인아저씨를 불러 보았다. 대답이 없었다. 한 번도 나를 이런 곳에 가두어 둔 적이 없던 주인아저씨였다. 그동안 문득문득 들었던 불안한 기운이 떠올라 안절부절못했다. 깜순이의 얼굴에서는 식은땀이 나고 있었다. 소변이 마려운 걸 참느라 바짝 웅크린 깜순이는 바닷가에 게들이 게걸대며 오르락내리락하던 검은 바위덩어리처럼 굳어있았다.

“야옹! 야옹!, 아저씨! 아저씨!”

목청을 더욱 높여 불러도 아무도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깜순이에게 내가 고개를 돌리고 있는 동안 저쪽 끝에 가서 소변을 보라고 했다. 도리질을 하며 칭얼 대다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던지 창고 끝으로 가서 한참 동안 소변을 보았다. 오줌 소리 대신 깜순이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야오 옹! 흑흑!”


도대체 저 밖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나는 힘껏 창문으로 올라가 보았다. 그곳도 잠겨 있었다. 저쪽도, 맞은편도, 문이란 문은 다 잠겨 있었다. 그제야 나는 그동안 나를 휘감던 정체 모를 불길한 예감의 실체를 보는 것 같았다.

-야옹! 야아 옹!-

한 달 동안 맛있는 것들로만 끼니를 챙겨주시고 깜순이를 데려온 날 내방을 넓고 화사하게 단장해 주시고, -여자친구가 생겨서 외롭지 않겠구나!- 하시던 말씀들이 아저씨가 나를 버리고 가려고 이미 마음을 먹은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일이다,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살아야 하지 혼자도 아니고 색시까지 딸린 나를 받아줄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 해도 일단은 이곳에서 나가야 한다. 아무리 궁리해도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누굴 불러서 도움을 청할 고양이도 없다. 가끔 왕래하던 친구들도 깜순이가 나를 선택해 주던 날부터 나를 질투하고 놀아주지도 않았다. 이런 상황이 그들의 귀에 들어가면 고소해할 것 같았다.

“야아 옹!”

깜순이를 끌어안았다. 깜순이를 토닥이면서, 앞으로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마음 단단히 먹자고 달래었다. 깜순이의 이쁜 눈에서 방울방울 진주 구슬들이 쏟아져 나왔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물이 먹고 싶지는 않았지만 목이 타는 걸 좀 진정시켜 보려고 아주 조금씩 물을 먹었다. 슬픔에 빠져 있는 깜순에게도 조금 먹였다. 어제 잠을 설치고 지금 신경을 써서 그런지 졸음이 몰려왔다. 하필 이럴 때 졸음이라니! 그래도 참을 수 없이 졸려서 나도 모르게 깜박 졸았다. 그때 밖에서 자동차 소리가 났다. -앗 어쩌면 아저씨가 우리를 데리러 오신 건지도 몰라-

“야옹! 야옹! 아저씨?”

조심스럽게 묘기척을 냈다. 밖은 갑자기 소란스러웠다. 여자 사람, 남자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무거운 짐도 옮기는지 하나, 둘, 기합 넣는 소리도 들렸다.

“야옹! 야옹!, 여기 고양이 있어요” 용기를 내어 다시 소리를 내었다.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겁먹은 깜순이는 내 뒤로 몸을 숨겼다. 철컥! 문이 열렸다.

“어머! 여보! 여기 고양이들 있어요.”

그 사람은 지난번 집이 너무 이쁘다며 그날 당장 종이에 빨간 동그라미를 찍던 펑퍼짐 아줌마였다.

“고양이?”

빼빼 아저씨 목소리다. 덜덜 떨고 있는 깜순이를 등 뒤에 숨기고 어찌해야 될지 몰라서 눈만 크게 뜨고 가만히 있었다. 저벅저벅, 아저씨가 걸어왔다.

“아! 전 주인이 두고 간 고양이구만, 당신 보고 키우라 하던데?”

네에! 싫어요~ 당신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고양이라는 거 알면서 그래요? 데려가라 했어야죠?”

“왜 안 했겠어? 그런데 그 집 손녀가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네, 게다가 한 마리도 아니고 저 깜순이도 있잖아?”

큰일 났다. 먼저 주인은 우리를 버리고 갔고, 새로운 주인은 고양이가 제일 싫다며 우리를 내보내라고 말한다. 깜순이까지 있어서 데려가지 못했다는 말이 가슴에 박혔다. 애써 얻은 사랑을 펼치기도 전에 가혹한 운명에 맞서야 될 듯싶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