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그지, 13

복순 씨의 선택

by 강현숙

지난번 광철과 방문을 닫고 이야기를 하고서 집에도 안 들리고 대전으로 갔던 주호가 개학을 앞둔 주말에 집으로 왔다. 복순 씨가 병원에 있을 때도 오지 않던 주호를 보며 반갑기도 했지만 두렵기도 했다. 점심을 차려주려 했으나 자장면 한 그릇 먹고 왔다고 차리지 말라고 했다. 대신 작은집 식당으로 가자고 했다. 점심장사가 끝나고 한가할 테니 그 시간이 좋을 것 같다며 앉지도 않고 서성였다. 식당은 조용했다. 시동생부부와 넷이 앉았다.


주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작은아버지 개학하면 못 올 것 같아 결정을 하고 가려고 왔어요."

"그래, 주호 네 생각은 어떠냐?"

"엄마가 어떤 경우에도 그 아저씨한테로 가실 건지 그것부터 물어봐야 돼요. 아들을 포기하고라도 정말 가실 건지요? 저는 엄마가 그 아저씨와 결혼하면 다시는 안 볼 거거든요."


복순 씨는 짧은 시간 많은 생각을 했다. 아들과 함께 봉수 씨에게로 가는 것이 가장 좋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아들은 이미 제 생각을 할 만큼 컸고 또 시동생 부부가 아들처럼 챙겨주니 자신은 사랑하는 사람하고 한번 살아보고 싶었다. 복순 씨를 쳐다보는 주호눈을 바로보지 못하고 먼 산을 바라보며 말했다.

"엄마는 너만 바라보고 살려고 했어, 그런데 엄마의 생각과 마음이 엄마 맘대로 안돼, 아저씨는 너랑 그 집 두 아이들이랑 한집에 살고 싶대, 엄마도 그러고 싶어, 주호야 우리 그렇게 하면 안 되겠니?"


주호는 엄마의 젖은 눈을 외면하며 말했다.

"싫어요. 난 엄마 마음속에 아버지 아닌 다른 아저씨가 있는 게 싫어요. 엄마 마음속에서 밀려나고 있는 아버지의 아들로 남아 있을 거예요. 엄마랑 저를 위해서 마지막까지 모든 것을 다 주고 가신 아버지를 가슴에 품고 살 거라고요. 아버지가 남긴 것들도 제가 지킬 거예요. 그러니 정 가시려거든 아빠가 남긴 것들 다 두고 가세요."

진숙과 광철은 주호의 말에 박수를 치고 싶었다. 자신들이 하려던 말을 주호가 다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호가 아빠를 가슴에 품고 살겠다는 말이 왜 엄마는 그러지 않는 거냐고 책망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럼에도 봉수 씨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처럼 느껴졌다. 시동생이 다시 말했다.

"주호야 그 아저씨는 엄마가 가진 집과 재산 때문에 엄마에게 접근한 게 아니야, 엄마를 진심으로 아끼는 걸 알 수 있어, 그 아저씨 재산이 엄마보다 몇 배는 더 많아, 엄마는 아버지가 이루어놓은 재산과 목숨값으로 받은 돈이랑 모두 너에게 주고 가실 거야, 너는 내 형의 아들이니 내 아들이나 다름없어, 작은 아빠가 다 지켜줄게"

시동생은 목숨값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며 주호와 복순 씨를 위하는듯한 말로 복순 씨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내놓아야 된다고 희유하고 있었다. 복순 씨는 정말 시동생이 자기 모자를 위해 좋은 방법을 제안하는 거라고 믿었다.

"그래 집과 포클레인, 그리고 아빠보상금으로 받은 4억과 이자로 받아 적금 넣어 불어난 돈까지 모두 네 앞으로 돌려줄게, 네가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작은 아빠께 관리해 달라고 했다가 졸업하고 네가 본격적으로 포클레인 사업도 하고 결혼도 해, 엄마는 네가 도와달라고 할 때까지 참견하지 않을게"

복순 씨는 살면서 처음으로 자기 가슴을 떨리게 하는 남자와의 행복을 꿈꾸며 아들대신 봉수 씨를 선택하기로 결정을 해버렸다. 그것도 모자라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때는 그 결정이 가장 좋은, 자신도 아들도 봉수 씨도 행복해지는 선택이었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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