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침대

차라리 쓰레받기가 편하다고요!!......

by 강현숙

수면 환경은 너무 차거나 덥지 않고 바닥이 말랑하며 뽀송뽀송하면 가장 좋은 것 같다.

물론 내가 살고 있는 집 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아기들도 잠자리가 바뀌거나 환경이 변하면 쉽게 잠들지 못하고 칭얼대던 것을 아기 키운 엄마들은 모두 기억할 것이다. 물론 어른들도 예민하신 분들은 잠자리 바뀌면 못 주무신다는 이야기를 하신다.

나 역시 친정에만 가도 쉽게 잠들지 못해서 어느 때는 야밤에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것들이 사람들 사이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야생 속에서 거칠게 살아왔을 길고양이들도 바뀐 잠자리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엊그제는 좀 많은 비가 내렸다.

창문을 두 드릴 정도여서 현관 앞 테라스가 다 젖어 버렸다.

당연히 계단 아래쪽에 놓아둔 길고양이들의 거처도 젖었다.

6 식구의 고양이들이 깜깜해지도록 야옹거리며 돌아다니기에 집을 가보니 다 젖어 있었다. 그곳에 새끼들을 재울 수 없는 어미가 새끼들 재울 자리를 찾아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서둘러 젖은 박스를 치우고 새로운 스티로폼 박스로 비가 들이치지 않는 거실 창문 앞에 놓아주었다.

젖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 여기며 날름 들어와 잘 줄 았았다.

옥상으로 계단 아래로 잠잘 곳을 찾아다니는 길고양이 가족

잠시 후 길고양이들에게는 최선의 환경일 거라 만족스러워하며 내다보니 새로 만들어준 집에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가 새로운 집이야 애기들 불러다가 재워~"하며 여러 번 알려 주었는데 어미는 멀찌감치서 바라만 보더니 내 말을 무시했나 보다. 온 가족이 어딜 갔을까 궁금했지만 밤에 길고양이나 찾으러 다니는 것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어 그대로 잠이 들었다.


새벽에 일하러 갈 시간에(새벽 2시) 나가다 보니 에어컨 실외기 옆에 놓아둔 쓰레받기에 새끼들 다섯 마리가 들어가 자고 있고, 어미는 그 앞에 쭈그리고 자고 있었다. 순간 나도 놀랐지만 내 인기척에 놀라 잠이 깬 새끼 한 마리는 부리나케 달아나고 있었다. 캄캄한 마당으로....

저렇게 잘 차려준 집에 안 들어가고 쓰레받기에서 잠을 재우다니 기가 막혔다

새끼들을 재운 쓰레받기, 다섯 마리가 쏙 들어갔다.


사람들이 보이는 창문 앞은 고양이가 불편해하는 장소인가 싶어 오늘은 조금 떨어진 장소에 박스집을 옮겨 주었다. 혹시 모르니 이슬 맞지 말라고 우산도 펼쳐놓고 쓰레받기는 다른 장소로 치워 놓았다.

좀 전에 저녁을 먹은 고양이들은 자신들의 은신처인 옥상 계단 아래쪽에서 지금까지 놀고 있다.

어미가 한 번쯤 새집을 시찰 나올 때도 된 것 같은데 아직은 관심이 없다.

이왕이면 쓰레받기 같은 불편한 공간보다 조금은 쾌적한 스치 우산(스티로폼 바닥에 우산로 지붕을 삼은) 집으로 들어가 자면 내 맘도 편하겠다.

20200703_062014.jpg 숨어서 바라보는 새끼 고양이와, 편하게 졸고 있는 어미 고양이, 이러다가 끝내 안 가겠다고 하지는 않겠지 ㅠㅠ
새로 마련해준 고양이집 (스치 우산 집)이라 명명함, 아직 어린 새끼와 어미까지 6 식구가 들어가면 딱 맞을 것 같음


고집불통 길고양이 식구들이 우리 집에 와서 내손으로 주는 밥을 먹은 지도 벌써 2주일도 넘었는데 아직도 나랑 친해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내가 집안에 있을 때는 온 마당을 뛰어다니며 놀다가도 현관문 밖으로만 나가면 모두 계단 아래로 줄행랑이다.

그러면서도 내 움직임이 궁금한지 빠꼼히 내다보는 모습이 마냥 귀엽기만 하다.(202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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