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사고 소동
제발 건강하게만 자라 다오!
요즘 우리 집 길냥이 들이 독립을 위한 훈련을 받는 것인지 자주 집을 비운다.
거실 창문 아래에 깔아놓은 스티로폼 뚜껑 위에서 지내면서 마당으로 옥상으로 부지런히 돌아 다니던 요 며칠은 식사가 끝나면 한참씩 보이 지를 않았다.
어차피 때 되면 보낼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어느 날 인사도 없이 나간다 해도 크게 서운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러니 한동안 보이지 않아도 '어디 더 좋은 곳을 찾아다니나 보다' 하며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제 아침, 손바닥을 다친 나는 오랜만에 남편의 잔소리도 듣지 않으며 편하게 늦잠을 자고 한 손으로 아침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새벽 6시에 잠시 들어온 남편은 고양이 밥을 주고 들어오더니 고양이들 밥 먹을 때 몇 마리인지 좀 보라고 하였다.
"왜?"
"응 저기 큰길에 새끼 한 마리가 차에 치여 죽어 있어서..."
"뭐라고? 어떻게 생겼는데? 우리 고양이 같아?"
라고 묻고는 걱정이 되었다.
나는 식사 준비를 멈추고 창밖으로 고양이들을 불렀다.
"아가야! 어미야! 야옹아!"
여러 차례 불러도 한 마리도 나타나지 않았다.
계단 밑을 들여다 보아도 보이지 않았다.
애들이 어딜 갔을까? 불안한 마음에 두런 거리며 그냥 들어왔다.
순간 20년 전의 악몽이 파노라마처럼 기억 속을 스쳐갔다.
20년 전에 서산에 잠시 있을 때 닭들을 길렀었다.
촌닭으로 방목하던 닭들이었다.
얘내들이 봄이 되면 알을 품어 병아리를 부화시키는데 기억 속의 그때도 어미닭이 20여 개의 알들을 품기 시작
하였을 때였다. 친정엄마가 오리알을 10개쯤 가지고 오셨다.
"아는 분인데 우리 닭이 알을 품기 시작했다니까 오리알 몇 개만 같이 좀 넣어달라고 하시네"
하면서 알을 품은 암탉의 배 밑으로 넣어 놓았다.
"오리알인데 닭이 부화를 시킬 수 있대요?"하고 물으니 가능하다고 하신다.
부화시기는 닭알은 21일, 오리알은 28일을 품어야 알을 깨고 나온다고 한다.
그렇게 오리알이 자기 알인 줄 알고 열심히 품은 암탉은 21일 만에 병아리 한 마리를 부화시켰다.
부화된 병아리가 '삐약삐약'하며 엄마 닭 주변을 돌아다니는데 어미는 아직 깨어나지 못한 알들 때문에 병아리를 챙기지 못하였다.
어미가 챙기지 않는 병아리는 나를 보더니 조르르 따라왔다.
안쓰러운 마음에 집안으로 데리고 와서 물을 먹이고 밥하려고 불려 놓은 쌀을 으깨서 먹도록 해 주었다. 열심히 주워 먹었다. 나를 따라다니며 보이는 대로 작은 것들을 주워 먹는 병아리가 귀여워서 나도 이것저것 챙겨 먹였다. 그리고 내가 앉아 있으면 내 허벅지 사이로 파고들어 잠을 자는 병아리와 그만 정이 들어버렸다.
세상에 나와서 처음 만난 나를 병아리는 어미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만 열심히 따라다녔다.
나 역시 나를 따르는 병아리를 잘 키워주고 싶었다.
하루는 파리를 잡았는데 파리채에 맞아떨어지는 것을 병아리는 얼른 쪼아 먹었다.
파리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나는 파리 사냥에 나섰다.
3일째 되던 날, 천장에 붙어있는 파리를 파리채로 껑충 뛰어 잡았는데 그 순간 병아리가 내 발밑으로 들어와 밟히고 말았다. 작은 병아리는 내 몸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그만 배가 터져서 죽어버렸다.
그 작은 병아리를 화단에 묻으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더구나 제 어미인 줄 알고 따르던 내발에 밟혀 죽었으니 내가 받은 상처는 오래갔다.
그때 다시는 절대로 동물을 키우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
그 후에 둘째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 강아지 한 마리만 사달라고 하는데도 나는 끝내 사주지 않았었다.
그랬던 내게 길고양이가 찾아왔다. 임신한 어미 고양이가 우리 집 모퉁이에서 출산을 한 것이다.
동물과는 정들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했기에 빨리 나가주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비실거리며 풀잎에 묻어있는 물방울을 핥아먹는 새끼 고양이를 보면서 안쓰러운 마음에 새끼들 독립할 때까지 밥만 챙겨주려고 했었다. 그렇게 시작된 길고양이와 그만 정이 들어 버린 것 같다.
보이면 안도하고 보이지 않으면 궁금했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다시 식사 준비를 하는데 작은방에 있던 남편이 '어디 가쪘쪄?' 하는 코맹맹이 소리가 들린다. 부리나케 쫒아 가 보니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창문을 들여다보며 야옹거렸다.
마치 '제 형제가 죽었어요.'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궁금한 마음에 나도 새끼 고양이가 알아듣기라도 하는 듯 "아가 다른 애들은 다 어딨어?" 하고 말을 걸었다. 그러나 새끼 고양이는 그냥 달아나 버렸다.
걱정스러운 마음을 애써 참으며 창밖을 바라보다가 그만 가슴이 철렁하고 말았다. 어미 고양이가 축 늘어진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물고 다니는 것이었다.
급하게 남편을 불렀다. "자기야! 어미가 죽은 새끼를 물고 다니나 봐, 자기가 보았다는 얼룩 고양이를 어미가 물고 와서 거실 창 앞에 내려놓았다가 내가 바라보니 다시 물고 가버렸어, 어떡하면 좋아, 불쌍해서"
라고 말하니 남편은 "설마 죽은 애를 물고 왔으려고? 새끼가 많이 다친 거 봤어? 그냥 늘어진 거면 옮기려고 물고 왔을 수도 있어, 새끼는 어미가 물면 늘어져 보이거든" 하고 말하였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아침을 먹고 큰길에 나가보기로 하였다. 만약에 우리 집 새끼라면 거두어다 묻어주기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잠시 후 식사를 마친 남편이 창밖을 내다보다가 "하나, 둘, 셋, 넷, 다섯, "하고 세더니 "다섯 마리 다 있네"하며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나도 얼른 뛰어와 확인했다. 정말 다섯 마리 모두 있었다.
얼마나 반갑던지 "애들아 어딜 갔었어? 걱정했잖아" 하니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나를 바라보는 건강한 고양이들이 참으로 고마웠다.
"애들아 아직은 큰길에 나가기에는 너무 위험해 그러니 큰길까지 가지 말고 여기서만 놀아라~"
모두 건강하게 밥때를 맞춰 돌아온 아기 길냥이들
우리 집은 작지만 나무가 심어져 있는 마당이 있다.
과실나무 사이로 잡풀들도 자라고 있어서 고양이들이 숨거나 놀기에 적당하다. 가끔씩은 나무 타기 연습도 하는 것인지 나무에 두발을 엊고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기도 한다.
풀사이에 변을 보아서 냄새가 난다고 구박을 하기도 했었다.
웬만큼 자랐으면 그만 나가줘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큰길에 이름 모를 고양이가 사고를 당해 죽어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직은 집 밖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마음을 열었다.
마당에 일을 보고 다녀서 냄새가 나도 괜찮으니 그냥 여기서 살아라. 완전히 성묘가 되어서 어떤 위험에도 맞설 준비가 될 때까지 여기 그냥 있어도 좋다. 더 이상 눈치 주지 않을 테니 제발 건강하게 이곳에서 편하게 지내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