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완도에 갔었다.
이제 어디를 가려면 고양이들 밥이 신경 쓰인다.
1박 2일을 다녀와야 하는 완도에 가기 위해서 토요일 아침 일찍 사료를 먹이고, 준비하고 하고 나가면서 다시 한 그릇을 더 주었다. 그리고 아껴먹으라고 신신당부를 하였다.
"애들아 우리가 완도에 가야 한단다. 이건 저녁 밥하고 내일 아침밥이야, 절대로 한꺼번에 다 먹으면 안 돼 아껴서 먹고 내일 저녁에 만나자~~"
그러면서 물도 한 그릇 다시 담아주고 출발을 하였다.
어쩌다가 길고양이 밥모가 되어서 어딜 가려해도 머뭇거리게 된다.
무슨 말을 해도 알아들을 리 없는 동물을 집에 두고 하룻밤을 자고 와야 하는 길이 편하지가 않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어서 다음날까지 아껴 먹으라고 듬뿍 담아주는 일밖에 할 것이 없다.
완도에 가서도 저녁이 되니 집에 있는 고양이들이 궁금했고 걱정이 되었다.
어릴 때 개에게 물린 이후로 동물을 싫어했던 나는 지금까지 집에 애완동물을 키우는 일이 없었다.
그래서 집에 남은 누군가를 걱정할 일이 없었는데, 그런데 하필이면 길고양이라니.....
차라리 애완용으로 선택해서 기르는 거라면 데리고 갈 수도 있고 옆집에 부탁할 수도 있었겠지만, 사람을 극도로 경계하는 길고양이 식구들을 누군가에게 부탁할 수도 없고 데리고 다니는 건 더더구나 불가한 상황이다.
할 수 없이 집을 비우고 1박 2일을 다녀오면서 남편이 밤낚시로 잡은 물고기들도 모두 챙겨 왔다. 회 떠먹고 남은 뼈도 고양이 생각에 버릴 수가 없었다.
생선을 먹는 것은 즐기지 않으면서 낚시질 자체만 즐기는 남편은 낚시를 마칠 때면 모두 놓아주거나 지나가는 사람들, 또는 옆자리의 모르는 낚시꾼들에게 나누어 주고 빈손으로 돌아올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리만 기다리며 쫄쫄 굶고 있을 고양이들이 생각나서 모두 챙겨 왔다.
완도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도착한 집에서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고양이들의 성대한 마중을 받았다.
문 앞에 자동차 세우는 소리를 듣고 새끼 고양이들이 모두 마중 나온 것이다.
대문 앞까지 마중 나온 새끼 고양이들, 배고파서 눈이 쑥 들어간것 같다.야옹! 야옹!(어디 가셨다 오세용?)
야옹! 야옹!(배고파용!)
야옹! 야옹!(밥, 밥, 밥부터 주세용!)
하루 만에 만난 우리에게 투정이라도 부리는 듯이 야옹거리며 현관까지 따라온다.
우리만 보면 앞에 있다가도 부리나케 달아나던 녀석들이었다. 하루를 굶고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우리 발걸음 소리에 대문 앞까지 마중을 나왔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바빠졌다.
물그릇에 물까지도 다 먹어 비어 있었다.
가방만 내려놓고 서둘러 사료를 주고 물을 주었다. 밥그릇을 헤치며 정신없이 먹는다.
잠시 후에 챙겨 온 물고기도 몇 조각으로 잘라서 "특식이야" 하면서 던져주니 생선을 보고 난리도 아니다.
새끼들이 먹을 수 있을까 걱정하던 내게 보란 듯이 먹어치운다.
미리 두 조각을 가져다 놓고 다른 놈을 경계하면서 혼자 다 먹겠다는 놈도 있다.
잘 먹으니 좋기는 하다.
생선 쟁탈전 버리는중
그 와중에도 어미 고양이는 으르렁대며 경계를 한다.
우리를 경계하며 위협하는 어미 고양이만 같으면 진작에 내보냈을 거다.
요즘 완전히 제집처럼 옥상과 마당을 활보하며 살고 있는 고양이 가족들을 보면서 얼마 후 이사 갈 일이 걱정이다. 미리 대비해야 할 것 같아 '길고양이 보호협회'에 문자를 남겨놓았는데 답변도 없다.
어찌 떼어놓고 가야 할지, 처음부터 모른 체했으면 안 해도 될 걱정을 지금 하고 있다.
석 달 남은 기간 안에 새끼들이 독립해서 길고양이 로서의 자유로운 삶을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