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를 다섯 마리나 키우던 어미 길고양이가 바람이 났다.
며칠 전부터 새까 많게 생긴 커다란 고양이 한 마리가 우리 집으로 드나들면서 우리 고양이들 먹으라고 준 사료를 먹으며 어미 고양이를 쫓아다니더니 엊그제는 아예 우리가 마련해준 고양이 집에서 잠까지 잤다. 혹시라도 새끼들에게 해를 끼칠까 두려운 마음에 열심히 쫒아 보았지만 그 고양이에게 마음을 열어버린 어미 때문에 보일 때마다 쫓아내는 것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새끼들이 독립하려면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할듯하여 틈틈이 수고양이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았더니 어미가 아예 가출을 한 것인지 어제부터는 보이지가 않는다.
새끼들이라도 때 되면 밥 먹으러 오기를 기다리며 밥그릇에 사료를 담아놓고 기다려 보아도 새끼들은 오지 않고 그 미운 수고양이가 살금살금 와서 먹고 간다. 어제 아침까지 밥 달라고 문 앞을 지키며 야옹야옹했었는데 무슨 일일까? 사료를 맛있게 먹던 새끼들 모습이 눈에 선하다.
어미가 딴살림을 차리려고 새끼들을 어디에 버리고 온 것은 아닌지 너무 궁금하여 계단 아래로, 옥상으로, 보일러실 앞으로 다 찾아도 보이지가 않는다. 새끼들이 독립을 했다 해도 그렇게 갑자기 한걸음에 발길을 뚝 끊어버리지는 않을 것 같은데 기분 좋은 느낌은 아니다.
주변에서 발정 난 큰 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마음을 심란하게 한다.
다큐멘터리 '동물의 세계'에서 새끼를 키우는 암사자와 교미를 시도하는 수사자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그곳에서 수사자는 암사자가 이미 출산한 다른 사자의 새끼를 물어 죽였다. 사자의 특성상 자신의 유전자를 받지 않은 새끼들은 모두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동물세계의 잔혹사? 혹시나 그런 상황이 아닌지 너무 걱정된다.
하늘이 정해준 고양이의 임신주기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새끼들은 키워야 하는 게 아닌가? 새로 새끼가 태어나기까지는 가능하지 않은 것이었나? 지금 키우고 있는 새끼도 제대로 키우지 못할 거면서 새로 태어나는 새끼들은 어쩌려고, 아무리 동물이지만 자식을 끝까지 책임지지 않는 못된 모습을 본 것 같아 너무 속이 상하다.
감당이 안된다면 그렇게 바로 임신을 하지 말든지, 임신기간 동안이라도 새끼들이 독립할 수 있도록 보살펴 주든지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새끼들의 독립시기는 태어나서 3~4개월이면 가능하다고 한다. 얼핏 계산해 보면 길고양이 가족이 우리 집에 온 지 3개월은 지난 것 같다. 그러니 늦어도 한 달 이내에는 무리 없이 독립 가능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시 주기가 되어서 불가피하게 임신한 기간 동안이라도 새끼들을 보살피면 새끼들이 안전하게 독립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얼마간의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새끼들에게 무슨 짓을 했다면 정말 용서가 안될 것 같다. 좋은 마음으로 잠시나마 거두었던 길고양이들이 내게 상처를 주는 것 같아 너무 마음이 아프다.
밥그릇에 사료를 담아 놓고 새끼들을 기다려 본다. 기다리는 내 마음을 약이라도 올리듯이 수고양이가 와서 먹고 간다. 오늘 까지만 기다려 보고 새끼들이 오지 않으면 고양이를 위해 마련했던 밥그릇도, 스티로폼 박스도, 모두 치워 버릴 예정이다. 보이지 않아야 내 마음도 빨리 정리가 될 테니까.
어미와 함께 했던 행복한 한때, 불과 이틀 전 모습이다.
밥때가 되면 이렇게 온 가족이 창문을 들여다보며 '야옹야옹' 했었다.
저 깊숙한 곳을 아지트로 삼아 길고양이 가족이 놀던 곳이다.
기다리는 새끼들은 오지 않고 미운 수고양이가 와서 뚝딱 한 그릇 하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