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母之猫

수고양이를 데려오다

by 강현숙

大母之猫(대모지 묘)는 '대전 아줌마의 고양이'라는 뜻으로 새옹지마라는 故事를 떠올리며 만든 글자이다.

새옹지마(塞翁之馬)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옛날 중국 변방에 한 노인이 살았다. 노인은 말을 기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말이 멀리 달아나 버렸다. 마을 사람들은 노인을 위로한다. 노인은 오히려 복이 될지 누가 알겠냐고 한다. 몇 달이 지나고 달아난 말이 준마를 데리고 돌아온다. 마을 사람이 축하하는데 노인은 다시 이게 화가 될지 누가 알겠냐고 말한다. 그러던 어느 날 노인의 아들이 준마를 타고 놀다가 떨어져서 다리를 다치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이를 걱정하며 위로하지만, 노인은 또 이것이 복이 될지 누가 알겠냐며 태연하다. 그 후 어느 날 전쟁이 일어나고 마을 젊은이들은 모두 싸움터에 나가서 대부분 죽게 되는데, 노인의 아들은 말에서 떨어질 때 당한 부상으로 절름발이가 되었기 때문에 전쟁에 나가지 않아 죽음을 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우리 집 바람난 길고양이 어미가 새끼들까지 모두 데리고 잠적한 지 4일 만에 나타났다.

새끼들을 앞세우고 바짝 마른 얼굴로 눈이 '퀭'해져서 돌아온 어미 고양이는 현관 앞으로 새끼들을 보내 놓고 자기는 계단 아래서 눈치만 보고 있었다. 궁금했던 새끼들이 모두 안전하게 돌아온 것이 너무나 반가워서 일단 배를 채울 수 있도록 사료와 물을 챙겨 주니 난리도 아니다. 밥그릇 속에 파묻히기라도 할 듯이 얼굴을 파묻고 두 앞다리는 밥그릇 속에 집어넣고 허겁지겁 사료를 먹는다. "그러게 어딜 가서 밥도 못 먹고 굶다가 온 거야?" 하며 어미를 야단치려고 바라보니 핼쑥해진 얼굴로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 오히려 내 자비심만 자극하여 "이긍 너도 얼른 좀 먹어라" 하며 들어와 창문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다행히도 새끼들 다섯 마리는 조금 앙상해진 것 말고는 모두 건강하였다.

잠시 후 새끼들이 어느 정도 먹은 듯 하자 어미가 먹으려고 밥그릇 쪽으로 다가왔다. 그때 나무 아래 풀 속에서 새까만 움직임이 보였다. 수고양이임을 감지한 나는 얼른 나가서 쫒아버렸다. 저 녀석을 피해서 어미가 새끼들을 데리고 피난 갔다 온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끼들이 어느 정도 먹고 나면 자기도 사료를 먹던 어미가 사료를 먹지 않고 자꾸만 수고양이 쪽을 바라본다.

수고양이는 담을 넘어 길 쪽으로 달아나 담 밖에서 발정기 때 내는 특유의 소리를 내며 멀리 달아나지도 않고 내 신경을 거슬리고 있다. 어미는 새끼들이 먹다 남긴 사료를 먹으며 새끼들을 챙기고 있기에 별일 없겠지 하며 다른 일을 보고 있었다.

잠시 후 외출할 일이 있어 나가면서 보니 마르긴 했어도 많이 자란 새끼 고양이들이 전보다 더 활발하게 계단에서 옥상까지 뛰어다니며 놀고 있고 어미는 마당을 어슬렁 거리고 있었다. 오지랖 넓은 나는 어미에게 "수놈 오면 못 오게 하고 저 사료는 너랑 네 새끼들만 맛있게 먹어라" 하고 나가려는데 잎 넓은 머위대 아래 숨어있던 수놈이 또 보인다. 순간 "너 오지 말라니까 자꾸만 오지?" 하며 쫒는 시늉을 하니 수놈은 도망갈 준비를 하며 내 눈치만 보고 있고 나와 좀 더 가까이 있던 어미가 내게 이를 들어내며 위협을 한다. 참으로 어이없는 상황이라는 생각을 하며 남은 사료를 수놈이 먹지 못하게 박스로 덮어놓고 "너 알아서 해라" 하고는 외출을 했다.

두어 시간쯤 지난 후 집으로 돌아오니 참으로 생각지도 못한 광경이 벌어져 있었다. 새끼들은 흩어져 놀고 있고 그 새끼들이 보이는 담장 위에 어미와 수놈이 나란히 평화로운 모습으로 앉아있었다.

고양이에 대해서 내가 오해를 했던 것 같다. 사자들처럼 전남편의 새끼를 물어 죽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함께 보호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그 순간에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고사가 생각나서 웃음이 나왔다.

"니들 여섯 식구 밥값도 만만치 않구먼 집 나가서 수놈까지 데리고 왔냐?"


말은 비싼 값에 팔 수도 있고 집에 힘든 일을 거들게 할 수도 있어 변방의 노인에게는 휭재였지만 저 고양이들은 식구가 늘었으니 사료값만 더 들어가게 생겼다. 그래도 다시 돌아온 고양이 가족들을 보니 얼마나 반갑고 마음이 편안하지 모르겠다. '저 녀석들이 정말 내가 자기들 이야기를 글로 쓰는 것을 알고 이야깃거리들을 만들어 주려고 가출까지 한 건가?' 싶은 마음도 든다.


돌아온 지 이틀 정도 함께 어슬렁 거리던 수고양이는 다시 보이지 않는다.

어미와 새끼들이 안전한 것을 확인하고는 또 어딘가로 자기의 사랑 찾아 묘생을 찾아 떠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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