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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서재 강현욱 Mar 13. 2023

정말 죄송합니다. 글을 내립니다.


'도대체, 저한테 왜이러시는 거죠?'

'서울국제도서전이요?'


출간일정을 변경하고 싶다는 출판사와의 미팅에서 제가 처음으로 꺼낸 말이었습니다.

두달 전, 멋진 글들과 좋은 작가님들이 참으로 많을텐저에게 출간 기획서를 보여주며, 집필을 의뢰출판사를 향해 어리둥절해진 눈을 하고서는, 말없는 입술만 뻐끔거렸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흘러, 출판사에서는 제가 발행한 브런치의 글들 중 일부를 포함하여, 책을 출간한 수 있겠다며, 당초 올해 9월 원고마감과 내년 4월을 출간 목표로 하였으나, 금년 4월초 원고마감과 6월 출간으로 일정을 변경하고 싶다하였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계약하게 되면 좋겠다는 출판사 측의 따듯한 말과 함께 어안이 벙벙해진 채로, 저는 태어나 처음으로 출간계약이라는 것에 서명하였습니다.



'전자출판 배타적발행권 및 출판권 설정계약서'라는 명칭의 계약서에는 책에 수록될 글들의 저작재산권자는 '저'이지만, 계약기간 동안 종이책과 전자책, 오디오북 등으로 저의 글을 발행 및 출간할 수 있는 권리는 전적으로 출판사에 있음을 알려주고 었습니다. 아울러 출간된 책으로 인한 2차적 수익에 대한 배분비율 등계약서에 상세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출판사에 원고투고 형식의 출판이나, 독립출판과는 달리, 출판사의 기획 의도에 맞추고, 마감기한을 지켜 글을 써야한다는 점, 그리고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출판사에게 귀속된다는 부분은 어쩌면 단점일 수도 있겠지만, 기획과 구성에서부터 디자인, 편집, 홍보, 판매에 이르기까지 거의 대부분의 과정을 출판사에서 진행하기에, 이런 부분은 장점이 될 수도 있는 듯 하였습니다. 출간의 방법들은 다양한 듯 하였고, 그들 각자만의 장.단점이 있는 듯 하였습니다. 6월 서울국제도서전에 맞추어 출간하는 것도,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들과 출판사를 함께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인 듯 하였습니다.

처음 해보는 출간계약이라 그저 성실하게 글만 쓰면 되는 일이라 생각하며 시작하였는데, 책에 수록될 글들을 제가 개인적이고도, 임의적으로 더이상 사용할 수 없음을 이제서야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참으로 어리버리한 듯 합니다.


'브런치에서가 아니면 글이 써지지가 않는데...

 저, 어떡하죠?'


에 수록될 글들을 가급적 공개하지 말아달라는 완곡한 출판사의 부탁에 제가 꺼낸 말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발행하는 일이 어느새 저의 일상이 되어 있었고, 구독자분들과 작가님들께 받게 되는 피드백인 '라이킷'과 '댓글' 등이 묵묵히 문장을 이어가는데 엄청난 동력이 었음을 다시한번 알게 되었습니다. 출판사의 요청에 덜컥 걱정부터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브런치에서 꾸준히 글을 써내려갈 것입니다. 이것 밖에는 제가 할 줄 아는게 없으니 말입니다.

브런치에서 발행하게 될 글들은 책에 수록되지 않을 동네책방들의 이야기와 저의 좌충우돌 시골서재 이야기,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삶에 대한 감정과 생각들로 이어질 것이고, 누군가의 시선에는 그 또한 한권의 책으로 보여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고 만들어 보았던 저의 브런치북과 출판사 측에서 바라보는 글들의 조합이 다름을 이번 일을 계기로 알게 되었고, 브런치북에 연연치 않고, 앞으로도 성실하게 글을 쓰고싶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습니다. 꾸준히 저만이야기들을 문장으로 건져올리며, 저를 치유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작은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구독자분들과 작가님들의 정성 가득한 마음이 담긴 라이킷과 댓글이 더해졌기에 반짝거릴수 있었던 저의 글들 중 일부를 부득이하게 브런치에서 내리게 되었습니다.

너무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 마음은 꼭 간직하고서, 시골서재의 고슬고슬한 흙에 뿌려 두겠습니다. 다시 나무와 꽃이 될 마음들이고, 제 삶의 일부를 지탱해  힘이기 때문입니다.


책을 출간하고, 저에게 발생하는 수익금은 전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기부되어 난치병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을 위해 사용할 계획입니다. 얼마되지 않는 금액이겠지만, 미약하게나마 제 자신이 조금이라도 더 평안을 얻을 수 있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재의 달은 비움과 채움을 반복하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서 깊은 시골의 까만 밤을 밀어내어 줍니다. 하얗게 번져가는 고운 달빛이 구독자분들과 작가님들께도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곧, 뵙겠습니다.


※ 이 글을 작성하고 어느덧 개월 정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저의 책을 기다려 주시는 분들께 깊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당초 6월 출간 예정이었으나, 출판사 일정으로 인해 다가오는 9월의 가을에 만날 수 있을 듯합니다. 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하지 못해 조금은 아쉽지만, 좀더 나은 책을 만들고자 하는 출판사를 응원하며, 저도 조용히 기다려봅니다. 함께 기다려 주셔서, 기다리는 일이 마냥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독자님. 그리고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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