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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서재 강현욱 Nov 29. 2023

그저 따라 걸었습니다.

제3장. 삶.


그저 부지런히 따라 걸었습니

당신을 따라 걷던 생경한 풍경들

서로의 자리를 넘나들던

두려움과 설레임들

이를 의식한 심장의 박동을 저는 기억합니다.


끄트머리가 누렇게 변한

목련꽃 넋이나가 돌아보니

도무지 우는 건지, 웃는 건지

 수 없는 얼굴의 비틀거리는 잔상이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맑은 땀조차 솟지 않는 오르막길에서

창백한 뒷 모습을 따라 그저 걸었습니다

하얀 도라지꽃의 무렵 떨어진

수줍은 결심들을 주워 담으며

주름진 당신의 손을 잡아보고도 싶었습니다.


능선을 올라 떠오른 둥근 달빛 하나

세상을 은빛으로 물들였으나

당신의 입술아득하기만 하였고

삶을 멀리 두고 바라보는

당신의 까만 눈 별빛이 수를 놓았습니다.


그저 당신을 따라 내려왔습니다

물기 가득한 들국화 삼키며

차오르는 문장도 목을 넘겼습니다

내려오다 멈추기를 반복해 보아도

땀인지 눈물인지가 흘렀습니다.


턱을 좀 더 길게 내밀어

너머에 시선을 두던 당신은

시절에 저의 약속이었습니다

하얀 눈꽃으로 흩어지는 당신은

시절에 저의 애착이었습니다.


함께하자는 고작 문장은

차마 말하지 못했으나

나즈막한 풀벌레의 입술에 눈을 맞추며

당신과 오른 그 길을 다시 오릅니다

우리는 그걸, 업보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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