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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서재 강현욱 May 10. 2024

누군가의 이름을 내려다 보며.

제2장. 이별.


빛바랜 노트 위에 적힌

누군가의 이름을 내려다 보며

끝난 장례식을 다시 치르고

기 머금은 이별을 애도한다.


마른 울음은 발끝에서부터 차올라

금이 간 안구를 비집고 흘러나온다

종이번져가고 다시 건조되지만

흔적은 하릴없이 남는다.


바스락거리며 부서질 때까지

하얀 먼지 분말이 되어 떠다닐 때까지

끝내 더 이상 써 내려갈 수 없을 때까지

노트는 얼룩이 되고 얼룩으로 남는다.


 놓아 서러움을 말하다가

처참하게 떨어졌다는

누렇게 말라버린 책장 사이의 목련잎

그 자리에 결국 일어난 연듯빛들,


서로에게 내려앉던 마음이다.


빛바랜 노트가 세월을 덧쌓으며

자음과 모음들이 환부를 부드러이 덮을 때

울음은 비로소 그리운 추억이 된다

진정으로 연둣빛을 본 자의 이별은,


그래서 불가능한 언어이다.


덧. 단편소설을 퇴고하면서 기억과 감정의 흔적들이 남아있는 한, 진정으로 사랑한 것들과의 이별은 불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간의 무게로 그저 이별을 바라보는 마음의 밀도만이 변해가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얼마나 많은 이별을 하고 계신가요.

금빛 햇살이 눈부십니다. 작가님들, 독자님들 언제나 강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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