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골서재 강현욱 May 03. 2024

그대 안에 내가 잠시 살았다.

제3장. 삶.


아스팔트 내리막 길에서

고개를 떨군 그녀를 만났

깊고 습한 한숨의 간극을 두고

나란히 걸었다.


달려오는 경멸 섞인 경적음

그녀는 파리한 손을 가슴에 얹었다

고단함이 잔뜩 묻은 손이었으나

연한 사과향이 흘렀다.


미간을 지푸린 얼굴로 지친 눈만 깜빡이며

서로를 건너다 보았다

내려가는 이유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도

서로에게 묻지 않았다.


붉게 금이 간 그녀의 눈동자에

나는 잠시 살았다

핏기없는 푸르스름한 입술의

옅은 온기를 느꼈다.


어둠을 일렁이는 불꽃은 찰나였으나

내 안의 그녀는 영원을 살았다

햇살이 가라앉는 어스름의 빛이었으나

우리는 그것을 함께 보았다.


내리막 길에서만 닿을 수 있다

희미하기 한 그 빛을.


다만, 우리는 함께 보았다.


덧.

삶의 내리막 길에서 서로에게 곁을 내어주는 이들에게서만 보이는 빛 같은 걸 떠올리며 써보았습니다. 곁을 내어주는 일이 곧 희망이고 힘이 되는 빛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연휴되셔요. 작가님들. 그리고 독자님들.

항상 강건하시길 바랍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