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지금새벽이야 with 예슬, 유나, 강작 그리고 김신지 작가님
등록금을 벌겠다고 휴학했던 내가 학교에 돌아가지 않은 채 모은 돈으로 세계여행을 떠났을 때 사람들은 놀랐다. 앞으로 다가올 일들이 걱정되지 않았느냐고.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늘 같았다. 나를 떠나지 못하게 했던 건 부족한 통장 잔고도, 학업이나 취업에 대한 걱정도, 주위 사람들의 반대도 아닌 나 자신이었다고. -9p 프롤로그
강작 - 이 프롤로그를 외워버릴 정도였어요. 처음 이 책을 만났을 때, 같은 심정이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어쩜 이렇게 묘사를 잘 했는지. 언어의 마술사가 나타났다고 혼자 감탄했었죠. 여러분도 그랬나요? 다음 장은 넘겨보나 마나 무척 아름다울 거라고 말이에요.
예슬 - 작가 소개글 때부터.. 떠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니. 퇴근하면 학원, 회식, 또 그 외의 공부들에(가장 많은 딴짓까지) 그리고 계약직이란 이유로 드는 걱정 고민들에 책 받은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펼쳤는데, 피자마자 기대되는 여행길이에요. 아차.
유나 - 이미 읽어본 책임에도 두근두근 비밀노트를 펼쳐보는 것처럼 설레었어요. 아마도 마음 꼭 맞는 사람들과 같이 읽는다는 생각에 그런 것 같아요. 노트를 꺼내 뭔가를 한없이 긁적이면서 다시 책을 읽어볼래요.
그들은 오래 입은 낡은 옷을 부끄러워하는 법이 없고, 소박하고 간소한 옷장 안에서도 오늘 자신을 빛내줄 배합을 찾아낸다. 그들의 패션이 멋진 건 자신에게 무엇이 어울리는지 분명히 알고, 옷의 남루함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당당하게 걷기 때문일 것이다. -53p 쿠바 작은 혁명으로 삶을 채워가다
강작 - 역시 자신감! 우린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예슬 - 오늘 나오기 전에 30분 넘게 옷을 바꿔 입어 보다가 나왔어요. 좋아하는 티셔츠랑 편한 반바지를 입으려 했는데 입은 제 모습이 너무 초라해 보여서(그저께 머리를 아주 짧게 잘랐는데 원하던 바(세련 세련)와 다르게 촌스러워졌거든요...) 어떻게라도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발악하고 제 자신은 돌아보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나 - 유행이나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울 순 없겠지만 나름대로 타협을 이야기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 안에서 나만의 시선으로 슥슥 그려보는 레시피들. 소소한 매력들이면 충분할 것 같아요!
"문신은 왜 하려고?"
멋지잖아. 정도의 가벼운 대답을 기대했는데 청년의 입에서 나온 말은 좀 전의 부탁만큼 의외였다.
"내 삶에 혁명을 하려는 거야." -65p 쿠바 작은 혁명으로 삶을 채워가다
강작 - 저도 문신을 해야겠어요! 제 삶의 혁명의 깃발을 들었거든요!
예슬 - 전 2년 전에 몸 곳곳에 약하게 화상을 입은 일이 있었어요. 화상 입기 전까지 부모님의 낳아주신 귀한 몸에 문신으로 낙서를 하는 건 옳지 못한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몸 흉터를 보는 게 힘들어서 이쁜 그림들로 가리고 싶어 졌죠. 지금은 흉터가 연해졌지만 여전히 문신을 고민하고 있어요. 화상 입었던 사건이 저에겐 여러모로 큰 고통을 줬었는데 그때 고민한 문신은 작은 위로 중 하나였거든요. 여전히 마음에 있는 흉터들도 가릴 수 있었으면!
강작 - 예슬 씨 마음에 곧 혁명이 시작되겠네요. :)
유나 - 다음 주에 있을 첫 직장, 첫 출근도 일종의 작은 혁명인 거겠죠? 잘 해낼 수 있겠죠? 사실 좀 떨려요.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 남자의 어머니는 고아처럼 자란 사비나를 마뜩지 않아했고, 몇 번의 갈등 끝에 결국 사비나는 헤어짐을 택했다. 하지만 그의 행복을 위해 물러섰다는 위안과, 그를 쉬이 포기해버린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 매일같이 그녀를 괴롭히며 찾아왔다. 일방적인 이별 통보에 수십 번 사비나의 마음을 돌려보려 했던 그에게, 그녀의 갑작스러운 여행은 물가에 서서 끊긴 막배를 바라보는 것처럼 속수무책이었을 것이다. 헤어지기 전에도, 헤어지고 나서도 그녀는 아팠지만, 달라진 건 이제 아픈 그녀 곁에 그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중략) 폴은 그녀의 손을 잡아주는 대신 말했다. "생각해봐. 무얼 지키기 위해서 그렇게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지. 그게 그 정도로 가치가 있는 건지." "하지만 이게 제가 택한 길이에요. 옳다고 믿어요. 아니 옳아야 해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네가 세상에서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단 한 사람을 행복하게 하라는 거야." "그 사람을요?" "아니, 너 자신을." 사비나와 나는 둘 다 잠시 말을 멎고 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299p 오스트리아 잠 못 드는 빈의 밤, 혼자가 아님을
그러니 당신, 어느 날 문득 모든 걸 쓸어버릴 것 같은 회오리바람이 불어와도 놀라지 말아요. 놀라지 말고 그냥 눈을 감아요. 그건, 당신의 인생이 바뀐다는 신호니까. 당신은 아직 나를 공상가라고 생각하는군요. 하지만 한 번쯤 믿어볼 만하지 않나요.
믿는 순간, 이루어진다는 건 동화의 오랜 법칙이니까. 믿어 봐요. 바람이 데려다 줄 거예요. 당신을, 어디로든.
마리오가 그랬던 것처럼, 네루다가 칠레의 아름다움에 대해 마리오에게 이야기하려 했다면, 그는 이곳에서 어떤 소리를 담았을까. (중략) 1, 매일 아침 호스텔 창문 아래를 지나가는 할아버지의 자전거 바퀴 소리 2, 코르크 마개를 따는 순간, 와인의 숨소리 3, 늦은 밤 주방 전구의 필라멘트 소리 4, 해가 자리를 옮길 때마다 살금살금 발걸음을 옮기는 그림자 5, 고양이 루나의 수염이 바람에 가만가만 흔들리는 소리 6, 네루다의 집이 있는 이슬라 네그라의 파도 소리 7, 만년설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람 소리 8, 부치치 못한 엽서의 온도 -164p 칠레 오블라디 오블라다 삶이 즐겁다
강작 - 지금 당신이 그리워할 소리는 무엇인가요? 1. 엄마의 노곤한 잠 소리 2. 날 향해 걸어오던 네 발소리 3. 언니와 선풍기 앞에 앉아 아 소리를 내던 추억 그런 것들.
유나 - 1. 보글보글 찌개 끓는 소리(+ 앞치마를 두른 엄마의 웃음소리) 2.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날 보며 웃는 오빠의 웃음소리 2. 청량한 바람 그리고 파도 소리
짧은 오후 해는 금세 기울었고, 저녁 무렵 기차역으로 가기 위해 골목을 헤매고 나오던 길이었다. 모퉁이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예닐곱 살쯤 된 아이가 진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중략) 문득 아이의 저 강퍅한 고집이 낯익었다. 돈을 달라는 말이었다. 나는 이 상황이 조금 짜증이 나고, 아이의 어린 나이와 맨발에 마음이 불편하기 시작했으므로 진에게 그냥 가자고 말했다. 옷자락을 잡힌 진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주머니에 손을 넣어 무언가를 찾는 몸짓을 했다. 순간, 손 쓸 틈도 없이 불쾌함과 실망이 스쳤다. 그렇게 선심 쓰듯 돈을 꺼내 준다고 이 아이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중략) 그가 주머니에서 손을 꺼냈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펜이었다. 그는 배낭 옆 주머니에서 메모지 크기의 스프링노트를 찢더니 자신의 가슴을 손으로 짚으며 '진'이라고 말하고, 아이의 가슴에 손을 짚었다. 의아해하는 아이에게 한 번 더 같은 몸짓을 하자 아이는 알아차린 듯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중략) 아이는 고집과 욕심이 지워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종이를 바라보았다. (중략) 아이는 때 묻은 손으로 짝짝 박수를 쳤다. 순식간에 바뀐 상황에 놀란 것은 나였다. 아이는 글을 깨치지 못한 것 같았다. 대신, 진이 건네준 건네준 종이를 두 손으로 꼭 잡고 입으로 몇 번이나 진의 이름을 발음했다. 진이 슥슥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아이는 착한 식물처럼 고개를 숙였다 다시 하늘을 향해 들고는 웃었다. -365p 모로코 생애 처음 밟아보는 아프리카 땅
유나 - 이 페이지에서 늘 코끝이 찡해져요. 생각지도 못한 장면이 가슴을 파고들어서, 울컥하네요.
강작 - 가난이 만들어낸 상황 속에서 오해와 실망으로 떠나보낸 것들, 편견으로 떠나보낸 것들, 그 안에 들은 마음을 볼 수 있는 손짓.
좋은 옷이 구겨질까 봐 춤추지 못하고 상처받을까 봐 사랑하지 못하고 위험할까 봐 여행을 떠나지 못한다. 당신의 삶은 안전하다. 펼치지 않은 한 권의 책처럼. 하지만 음악에 온전히 몸을 맡겼을 때 땀방울이 떨어지는 희열을 알지 못하고, 사랑에 빠져 눈 뜨는 순간이 행복한 매일 아침을 알지 못하고, 세상 모든 하늘이 다른 색깔이라는 걸 알지 못한다. 새 신발을 한 번쯤 꺾어 신어도 좋다. 한 걸음을 내딛고 싶다면. 지금과 다른 세상이란 언제나 한 걸음 앞에 있으니까.
폴은 나만큼 젊었을 적에 10년 정도 세상을 떠돌았다고 한다. (중략) 폴은 한 나라에 머물면서 식당에서 접시를 닦거나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돈을 벌었고, 다시 떠날 수 있는 만큼 돈이 모이면 떠나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중략) 북적대는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그림처럼 홀로 평화로운 그는, 자기 안에 얼마나 많은 풍경을 담고 있을까. "여행을 다닌 곳 중에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 누군가 물어올 때마다 난감했던 질문을 그에게 되돌렸다. 곤란한 질문인 걸 알면서도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다. (중략) 어떤 대답이 나올까 기다리는 내게 폴이 말했다. "빈." 순간 조금 억울한 표정이 된 나를 보며 그가 미소 지었다. 그리고는 베개처럼 푹신한 음색으로 덧붙였다. "지금 있는 곳이 제일 좋은 곳이지." -301p 오스트리아 잠 못 드는 빈의 밤, 혼자가 아님을
여섯 번째 아날로그북클럽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함께한 가족들과 서울숲의 조용한 북카페에서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습니다. 책에 메모가 많았던 문장을 함께 읽고, 책에서 추천한 음악을 감상하며 따뜻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그동안 마지막으로 책이 저에게 와서 처음 책을 받아보신 분은 뒷 분들의 메모를 읽지 못했는데 이렇게 만나서 다시 완성된 책을 공유하니 좋더라고요. 책 속에 적어놓은 메모를 다시 읽는 건 무지 오글거렸지만, 이미 오글거리는 북여행을 함께해서 그런지 어느 정도 버틸 순 있더라고요. (하하) 앞으로도 원하신다면 오프라인 모임을 가져볼 생각입니다. 가면 갈수록 저의 낯가림은 심해질 테지만, 이번 만남이 다음 만남을 탐내게 만들어버렸거든요. 제가 돈이 많다면 어마어마한 스폰서를 주고 저자를 초대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서 아쉬울 따름이에요. 그래도 걱정 마세요. 제가 1인 2역을 준비하겠습니다. (사실이야?)
+ 아날로그북클럽 일곱 번째책은 마지막 원님께 살포시 도착해 여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도 함께해요. :)
아참
혹시나 궁금하실 분들이 있으실까 봐 말씀드리자면
아무도 연락 안주실 것 같았던 '아날로그 롤링 레터'는 무려 세분이나 함께 하시기로 하셨습니다.
이건 얼마나 대단하고 무서운 일이냐 하면은. 롤링페이퍼와 같은 편지이기 때문에 한 번 하시기로 하신 분은 절대 빠져나갈 수가 없어요. (여름이 다 갔지만 이런 룰을 만들어낸 제가 기특하기도 하고 등골이 서늘해지기도 하는 밤입니다)
2017.09.11
당신의 벗,
강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