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진 친구에게, 진심을 조용히
로맨틱한 우정
멀어진 친구에게, 진심을 조용히
나는 어디든지 '로맨틱한'이라는 단어를 붙이길 좋아한다. 예를 들면 '이 커피는 꽤 로맨틱하군요', '오? 그 말씀은 꽤 로맨틱하게 들리네요', '이 색은 참 로맨틱한데요?'. Romantic이란 단어는 '낭만적', '연애' 정도의 뜻을 가지고 있는데 아마도 내가 그런 연애를 (은근히) 바라고 있어서 주문처럼 아무 데나 붙이는 것 같기도 하다. 딱히... 그렇지 않더라도 '로맨틱'이라고 발음할 때 그 어투 자체가 예뻐서란 이유도 있다.
그중 내가 이 단어를 가장 붙이기 좋아하는 것은 '우정'이다.
늘 안타까웠다. 학창 시절 일 순위였던 단짝 친구가 어느샌가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연애를 한다는 이유로/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이유로 멀어진다는 것이. 팔짱을 끼고 꼭 붙어서 '이 떡볶이 참 맛있다!'하며 굴러가는 돌을 보고도 꺄르르 웃었던 그때가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나는 요즘 멀어진 친구들에게 더 로맨틱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잘 지냈어? 아이는 어때?'라는 일상적인 안부보다 진심을 조용하게 건넬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로맨틱한 우정이라는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가끔 라디오를 듣다가 친구가 좋아할 음악이 나오면 '한 번 들어봐'하고 보내주는 것. 우연히 아름다운 그림 한 장, 예쁜 글 한 줄 만나면 선물처럼 살포시 공유하는 일. 여행을 하며 작은 풀잎, 새소리, 맑은 하늘을 만나면 발을 동동 구르던 우리를 상상하며 사진 한 장 건네주는 일. 진심으로 친구를 사랑하는 일. 그런 것을 나는 Romantic Point(로맨틱 포인트)라고 부른다. 이렇게 진심을 담은 서툰 애정을 간간히 보내 우정을 보살피다 보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어릴 적 그때, 그 감정이 우리 안에 숨 쉬고 있음을 느껴진다.
일상을 더 로맨틱하게 만드는 것은 로맨틱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 나는 그래서 사람들을 더 사랑하고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로맨틱한 하루를 선물할 수 있을까하고 고심하고 있다.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2018,
강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