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작 Feb 17. 2018

왜 즐기지 않느냐고

인생이 내게 물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천상병의 <귀천>이란 시를 좋아한다. 인생을 소풍이라고 여긴 귀여운 발상때문이다. 나도 언젠가부터 '인생은 여행이고, 만나는 사람들은 여행의 동반자'라고 생각하려 노력하고 있다. 도전에 실패하고, 사회의 압력을 받고, 만나는 사람에게 상처를 받을 때마다 나의 인생은 조금씩 무거워졌다. 침대에 앉아 소리 없이 울어봐도 후련한 건 그때뿐이었고 다시 점점 용기를 잃었다. 하지만 인생을 '멋진 여행'이라고 생각하면서부터 무거운 인생을 조금은 '쿨'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 것같다.


중요한 심사 프레젠테이션에서 '그래, 해보는 거야!'하고 힘을 낼 수 있는 것은 낯선 나라로 여행을 가서 첫 스킨스쿠버에 도전할 때 출렁이는 바다에 몸을 던져보았기 때문이었다. 숨을 참고 '그래, 해보는 거야!'하고 들어간 바다가 내게 제3의 멋진 세계를 보여 준 것처럼, 심사위원들에게 한 발짝 나선 내 모습은 나에게 또 다른 멋진 나를 만나게 해주었다. 


결혼을 위한 사랑이 아니라 사랑을 위한 결혼을 선택하자고, 그러니 무언의 사회의 압력에 자유로워지자고 결심했을 때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었다. 마치 비가 억수같이 오던 한라산 중턱에 서서 미련때문에 내려오지 못하는 친구 손을 잡고 '내려가서 더 좋은 여행을 하자'하고 내려와 따듯한 시간을 보내며 '우리 다운 여행'을 한 것에 기뻐한 때와 같았다. 


일상은 여행과, 여행은 일상과 맞닿아 하나가 된다. 생각해보면 지나온 인생을(지나온 여행을) 그동안 얼마나 진지하게 살아왔나 하고 놀라곤 한다. 여행의 목적은 '즐기는 것뿐인데' 왜 그토록 한숨을 쉬고, 밤새 울고, 아등바등 살아왔는지. 이제 우리에게 남은 인생 여행은 3/2.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인생이 묻는다.


왜 즐거운 여행을 하지 않느냐고.

왜 즐겁게 살지 않느냐고.


매 순간 즐거운 인생을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흘러가는 사람들을 즐거이 보내주고/ 새로운 인연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누군가의 길을 축복하며/ 타인의 시선에 관계없이 즐거운 도전을 하면서/ 내 인생을 채울 따듯한 여행 동반자와 함께 가겠다고. 함께 내가 쓰는 글이 누군가의 미소로 기록된다면... 참 좋을 일이다.





2018. 

강작

글이 늦어질 지도 몰라요. 저와 소통을 원하시는 분들은 1006cho@naver.com로 주소를 보내주세요. 전 편지 쓰기를 좋아하는 미혼여성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로맨틱한 우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