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서 얻은 '교훈 같은' 것
얼마 전에 스키를 처음 타봤다. 스키를 타본 적 없다는 사실은 나를 이상하게 주춤하게 만들었었다. 누군가 "지혜 씨는 스키 잘 타요?"라고 물으면 "타본 적 없는 데요."라고 말하기가 뻘쭘해서 "어릴 때 탔었는데 무서워서 못 타겠더라고요."하고 의도치 않은(?) 거짓말을 했다. 무엇 때문이었는지 스키를 타보지 않았다고 하면 뭐랄까... 세련되지 못하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스키가 꽤 돈이 많이 들어가는 스포츠라서 그랬나 보다. 이상한 곳에 허영심을 불어넣고 부끄러워했다니... 나도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다. 먹을 것에 쏟아부은 돈으로 스키를 탔다면 이런 변명 따윈 못할 것이다.
하여간 얼마 전에 스키를 처음 타본 소감을 적어보려고 한다. 나름의 교훈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겨우 걸음마를 떼고 경사진 곳으로 올라갔다. 속도가 더해지는 것이 온몸에 느껴지니 굉장히 겁이 났다. 몇 번 넘어진 후,
올라선 중급자 코스의 첫인상은 더 좋지 않았다. 슬로프는 나를 사정없이 아래로 내쳤다. 누군가 'A자를 만들어요!!!'하고 긴급하게 외치는 것 같았지만 내 다리는 굳은 체로 쏜살같이 아래로 질주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기겁하며 무서운 선수를 피했고 나는 다행히 중간에 구르며 넘어질 수 있었다. 마치 완벽한 착지인 것처럼.
하지만 문제는 여기부터 시작됐다. 경사가 가팔라서 다시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았고 주위를 보니 나를 도와주는 이도 없을 것 같았다. 찬란한 눈동자(?)를 보여주며 구원의 손길을 보냈다면 모를까 고글에 쌓인 얼굴은 나를 의도치 않게 쿨녀로 만들고 말았다. 등에선 식은땀이 뚝뚝 흘렀고 옆으론 고수들이 씽씽 달리고 있었다.
낑낑거리다가 잠시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설원 위에서 편안하게 그냥 있어보기로 했다. 도와줄 사람은 없어 보였고 위로 올라가는 건 어려웠기에, 스키를 벗고 걸어내려가든지 아니면 다시 넘어지더라도 일어나 보는 수밖에 없었다. 결정을 내려놓고는 나는 마치 스키장 한가운데로 소풍이라도 온 사람처럼 온화한 미소로 편안하게 몇 분을 쉬었다. 생각해보면 굉장히 위험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그 순간 내게 필요했던 건 '일어나는 기술'이 아니라 '자신감과 용기'였다.
한숨 돌린 후 '해보자, 할 수 있어!'라고 마인드 컨트롤을 한 나는 다리와 배에 힘을 주고 번뜩 일어나는 데 성공했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아빠에게 자전거를 처음 배울 어릴 적이 생각났다. 뒤를 잡고 있을 거라고 굳게 믿었던 아빠는 이미 손을 뗀 상태였고 나는 그것도 모른 체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한 바퀴 돌아 배시시 웃고 있는 아빠를 봤을 때야 비로소 '쾅'하고 넘어져 버렸다. 하지만 '혼자서도 할 수 있네!'라는 마음이 들어선 다음, 다시 자전거를 일으켜 페달을 밟았을 때 나는 혼자 힘으로 달리고 있었다. 그렇게 용기와 자신감을 배웠다.
어른이라고 용기와 자신감이 모두 충족되어 있을까. 어른이라도 여전히 처음인 것이 많고, 더 큰 도전들을 해나가야 할 일이 많다. 자전거와 스키가 아니라, 인생에 다가올 그 어떤 경사에서 용감하게 일어서기 위해서 말이다. 인생의 경사가 너무 가파르다고 생각이 들 때, 잠시 온화한 미소로 편안하게 쉬어보는 것이 어떨까. '할 수 있어!'라고 늘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넣으면서. 어른은 그렇게 계속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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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준 모든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오랜 기간 스스로를 이겨내며 용기와 자신감을 키웠고 본선에서 실수를 했든 안 했든 자신을 일으켜 세웠기 때문이다. 결과가 어떻든 나는 그것만으로 우리의 인생이, 우리의 승부가 금메달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2018. 마지막 눈이 오려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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