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확실한 행복 with 자유지은, 노엘, 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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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가지 끝에 코를 가져다 댔다. 달콤했던 분홍의 여운이 따뜻하게 올라왔다. 오늘은 우리가 사랑하는 사월의 마지막 날이다. 지난 4월 1일 아날로그북클럽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 하루키의 에세이로 여행을 시작했다. 먼저 책 속의 나와 하루키는 '자유지은'님을 만나러 아름다운 섬, 제주로 날아갔다가, 제주의 향기를 담뿍 담고선 우릴 손꼽아 기다릴 '노엘'님에게 갔다. 그리고 마침내 어제, 책은 내게 와서- 깊은 감동을 한 아름 안겨주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바로 그것.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1997년 초판 발행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 (문학사상사/ 김진욱 옮김)은 '결혼식장도 일종의 공장인 까닭', '나는 맥주와 두부, 이사와 야구를 좋아한다', '책과 레코드와 볼펜 더미에 묻혀', '꿈도 야무진 쌍둥이 자매와의 데이트', '기분 좋은 봄, 냇가에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볼 때'라는 5개의 큰 목록 아래 여러 개의 재미있는 일상 에세이가 그의 재치 있는 문체로 쓰여 있다. 그리고 각각의 에세이에는 왠지 한번 길에서 마주쳤을 것같은(옳다쿠나!) 안자이 미즈마루 씨의 귀여운 삽화가 함께 들어있는데 상상력을 총동원하게 되는 매력이 있다. 책 겉표지에는 아주 당당하게 이렇게 써져 있다.
하루키는 맥주, 땅콩, 두부를 좋아하고 음반 모으기와 야구 응원을 즐긴다. 꿈이 있다면 쌍둥이 자매와 연애하는 것- 그 모든 것이 하루키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근원'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물음에 "에- 그냥 저는 맥주, 땅콩, 두부를 좋아하고 언젠가 한번 쌍둥이 자매와 연애를 해보고 싶은 것뿐입니다."라고 어리숙하게 말하는 책. 그래서 피식-하고 웃게 되는 책. 이 책은 바로 그런 책이다. 한 장 한 장 그의 하루를 함께하다 보면 저절로 그 답을 알 수 있게 된다.
p77 나는 맥주와 두부, 이사와 야구를 좋아한다. -하루키
(따라 해 볼까요?) 나는 생선구이와 고구마, 바다와 야구를 좋아한다. -자유지은
나는 맥주와 면요리를 펜과 기차를 좋아한다(버스도 좋아한다. 대신 지하철은 NO!). -noelle
나는 우유와 달걀말이, 그네와 재즈, 라일락을 좋아한다. -강작
p187 그런데 인간에게 꼬리가 달려 있다면, 지우개의 찌꺼기를 털어낼 때, 굉장히 편리할 거라고 생각지 않습니까?
꼬리가 참 쓸만해 =) -자유지은
p294 나의 인생관(인생이라곤 하지만 너무 비약해 내세울 것까진 없지만)의 꽤 많은 부분은 영일 사전의 예문으로 성립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리더스 영일사전》의 little항에 나와 있는 'Little things please little minds'라는 예문 같은 것은 "그래, 과연 그 말이 맞아" 하고 열 번도 더 혼자서 수긍해버리게 된다. 우리말로 이 뜻을 번역하면 '소인은 작은 일을 좋아한다'가 되지만 좀 더 알기 쉽게 풀이하면 '하찮은 인간은 하찮은 일에 신이 난다'는 식이 된다.
하찮은 일과 소소한 일. 이 두 가지를 구분 짓는 기분은 과연 무엇일까요? 소소한 일에 행복한 건, 하찮은 걸까요? -noelle
p295 이것은 어느 소설 가운데서 이미 써먹은 거라고 생각되지만- '어떤 면도질에도 그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다'는 말 역시 내가 매우 좋아하는 격언에 해당하는 예문 중의 하나이다. (중략) 요컨대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날마다 계속하고 있노라면 거기에 저절로 철학이 생겨난다'라는 뜻이다.
p191 무라카미 : 최근에 젊은 사람들이 보는 잡지를 보고 생각한 건데요, 요즘 젊은이들은 돈이 없으면 그다지 재미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렇지 않아요? 비교적 비싼 옷을 입고 자동차라도 없으면 잘 안 풀려나가는 것 같아요. 우리들이 젊었을 때에는 별로 돈이 없어도 무료하거나 하지 않았거든요. 창피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돈이 많은 쪽이 이상하다고나 할까요.
안자이 : 어땠든 둘이서 커피를 마실 돈이 있고, 이따금 영화라도 보러 갈 수 있으면 최고의 사치였지요. 굉장히 즐거웠어요. 그냥 길을 함께 걷고 있기만 해도 즐거웠으니까요.
돈이 없으면 무료해지는 사회라.. 물론 그렇게 변해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제 주머니는 가볍고, 저는 행복해요. 지금 같아야 할 텐데 -강작
저도 그래요~ 계속 지금처럼 행복해야 하는데 상황은 항상 바뀌니까요. 그래도 미리 걱정하고 불안해하지 않으려고요. 그래야 지금 행복하죠. -자유지은
p238 나는 언어라는 건 공기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곳의 고장에 가면 그곳의 공기가 있고, 그 공기에 맞는 말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좀처럼 거역할 수가 없다.
언어라는 것은 공기와 같다. 그곳에 가면 그곳의 공기가 있고, 좀처럼 거역할 수 없다. 어휘(이성), 악센트(감정) 제주 방언은 어떤가요? -강작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감 보난 영 합디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자유지은
가만히 보니까 이렇게 하더라~ -자유지은
p316 시내에서 책을 읽으려고 생각했을 때는 누가 뭐래도 레스토랑이 제일이다. 조용하고, 밝고, 비어 있고, 편안한 의자가 있는 레스토랑을 한 개쯤 확보해놓는다. (중략) 이런 종류의 조촐한 생활 요령은 특별히 누군가가 일부러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고, 정보지에 실려 있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 시행착오를 거듭해가면서 몸에 익혀나가지 않으면 안 되고, 그러한 의미에서는 도쿄에서 사는 것이나 그린랜드의 설원에서 사는 것이나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저 시대에, 저 장소에 있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그리고 1분 정도 지났을까 지금 있는 이 시대, 이 세상서도 시행착오만 겪으면 그 행복을 누릴 수 있겠구나 느꼈죠. 그래서 저는 도피성 여행은 좋아하지 않아요. 뭔가 현실, 지금 일상의 행복 찾는 일을 포기한 것만 같거든요. -강작
제가 근무하는 서촌에는 조용하고 고즈넉한 카페가 많아요. 심지어 독서를 하기 좋은 식당도 있죠. <공기식당>을 검색해보세요. 왠지 강작님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주방장 사장님 한 분께서 운영하시는 곳인데, 저는 손님들이 없는 조용한 시간대에 방문하여 맛있는 밥을 먹으며 책을 읽고 나온답니다. -noelle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신비한 마법에 걸린 것 같았다. 내가 하루키와 약간을 닮아 있는 것같았기 때문이다(절대 외면이라고 상상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언제나처럼 티셔츠와 리바이스 청바지를 입고, 지하철표를 자주 잊어버리는 것에 대해 연구하는, 끝내 도시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던 고양이 피터를 그리워하고, 뭐 아무렴 어떠냐! 하고 쿨하게 생각하고, 발렌타인데이 때 집에서 무말랭이 반찬을 묵묵히 먹고 있는- 그의 소박하고 귀여운 삶의 방식을 말이다.
"행복- 음, 행복이 뭐지? 우리 모두 행복해지기 위해 살고 있지만 글쎄. 그게 뭘까? 꼭 행복해야 할까? 꼭 그렇다면 어떻게?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지?" 이렇게 끝이 없는 고민을 하다가도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벌컥 마시고 나면 몽글몽글 기분이 좋아져요. 하, 이게 행복일까요? - noelle
많은 사람들이 '행복'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무겁게 생각한다. 나 또한 그래 왔다. '행복'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방법을 찾다가 결국 힘이 쭉 빠져서 '꼭 행복해야 하나요?'라고 간절한 어조로 말하기도 했다. 이 책에도 행복의 공식은 나와 있지 않다. 단지, 삶을 대하는 그의 긍정적이고 재미있는 사고방식을 소박하게 풀어주고 있는 것뿐이다.
하지만 (나이가 차면서부터) 이런 적이 드물었던 내가, 동글동글 잘 말린 달걀말이를 베어 물며 '나 이제 하루키의 두부처럼 널 많이 사랑하게 될 것 같다'라고 말하고, 멋진 카페 종업원을 보며 흥미진진한 상상(이것은 절대 비밀로 하겠습니다)으로 얼굴이 붉어지기도 하고, 단추를 잘 못 잠그고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고 하더라도 '뭐 아무렴 어떠냐!'하고 베시시 웃어넘기고, 꽃비를 맞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더 이상 스스로에게 행복이 무엇인지, 행복을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는지 묻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결코 그 공식을 모른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웃을 수 있을 것 같았다.
2016.04.30
당신의 벗.
강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