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절 인연

by 강작


시절 인연



잘 모르겠다. 내가 그 사람을 놓은 것인지, 그 사람이 나의 손을 놓은 것인지. 어느새 연락을 주고받지 않는 사이가 된다. 한때는 같이 걷고 먹고 웃었는데, 이제는 죽기 전까지 못 볼 가능성이 99%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다. 정든 마음 때문에 흘러간 인연이 애석하다.


문득 그 사람이 생각 나 카카오톡 대화창을 찾아보면 맨 아래- 몇 개월 더는 몇 년이 흘러있다. 휴대폰이 업데이트되면서, 내게 묻지도 않고(아니, 물었을지 모르지만) 그 사람과 한 전 대화들은 모두 사라져 있다. 함께 여행 계획을 짜고 이모티콘을 나누며 농담을 주고받았던 시간들은 벌써 멀리 흘러갔다.


'내가 부족한 사람인 걸까.'


빈자리엔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이 흩어져있다. 내가 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던가. 그러다가 대화의 기회조차 없이 버려진 것 같아 그 사람에게 원망스럽기도 하다. 내가 사람에게 마음을 너무 주었나, 하고 후회가 들기도 한다.


오래된 연인의 이름이 가물해지듯 그러다가 순간 파노라마처럼 떠오르는 날이 있듯- 그렇게 그 사람도 내게 머물겠지 싶다. 보고 싶어도 살려내지 못하는 추억의 시간 속에서 나는 과거가 아니라 지금을 살아야 한다. 어린애처럼 더 이상 모든 그리운 것들을 끌어안고 있어서는 안 된다.


한 때 청년마을에서 일하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사람과 헤어지는 이의 얼굴에 슬픔이 짓게 드리워진 것을 보고- 나는, 놀라곤 했다. 하지만 늦게나마 이해한다. 나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던 표정에 더 이상 서운해하지 않는다. 아프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의 시집을 여러 번 읽는다. 상처에도 불구하고, 인연에게 마음을 주지 않으면 나는 당신을 만날 수 없다. 끝까지 우리 작은 손 안에서 서로를 비벼 깎여 고운 모래가 돼, 같이 맑은 바다로 나아갈 당신을 만날 수 없다.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는 시절 인연을 흘려보내야 한다.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씩씩하게 다시 사랑해야 한다.



_

2025.03.08

작지만 확실한 반항일지


글 강작 insta. @anyway.kkjj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