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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비건 YES 설탕!

by 강작

NO 비건 YES 설탕!



25년이 되고부터 지금까지 아프지 않았던 때가 별로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병을 달고 살았습니다. 병원에 가면 의사에게 이 말부터 했죠. '지금까지 이 나이 되도록 살면서 이게 한 번도 아프지 않았는데요? 왜 이러죠?' 하면 의사는 제게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고 되물었습니다.


난생처음 침샘에 통증이 생겨서(여러분은 침샘이 어디에 어떻게 있는지 알고 있습니까?) 이비인후과를 갔더니 의사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모양이 좋지 않다고 합니다. 의뢰서를 받아 대학병원에 가서, 팔목에 뜨끈한 주사를 맞고 두경부 CT를 찍었습니다. 결과가 나오면 조직검사를 하자고 합니다. '결과가 언제쯤 나옵니까?' 물으니 '한 달 뒤인데, 환자가 많아 더 기다릴 수도 있어요.' 합니다. 한 달. 저에겐 피가 마르는 날들입니다.


침샘사건이 종양이 아니라 염증이라는 소견을 받고, 지옥에서 천당으로 승천합니다. 한 달 새 겨울이 된 몸에 아무리 삼계탕을 넣는다고 하더라도 꽃이 피지 않습니다. 한두 달 정도 숨을 돌렸을까, 위가 싹- 쓰려옵니다. 이건 빼박 위염이다 생각합니다. 그런데 심상치가 않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미간이 펴지지 않습니다. 의사는 두경부CT로 만족하지 못했는지 복부CT를 찍자고 합니다. 'CT를 이렇게 자주 찍어도 됩니까?' 했더니 암환자들은 한달 걸러 씩 찍는다며, 괜찮다고 합니다. 이번엔 주삿바늘이 제대로 꽂히지도 않았는지 너무 아픕니다. 훤히 보이는 장기 속에 위가 부어있습니다. 벌게 졌다고 합니다. 아침 양배추 점심 양배추 저녁 양배추로 올드보이처럼 살다가 겨우 정신을 차립니다.


'아, 너 정신 차렸구나?'하며 누군가 제게 또 하나의 질환을 툭 던집니다. 목옆에 몽울이 툭하고 올라옵니다. 난생처음 몸에 혹이 생겼는데(이때는 몸에 혹이 이것만 있는 줄 알았음) 그게 또 만져진다니 너무 놀랍고 두려울 따름입니다. 이비인후과에 갔더니 림프가 엄청나게 부었답니다. 초음파를 보고 몇 군데 사진을 찍습니다. 항생제를 3주 먹어본 뒤, 차도가 없으면 조직검사를 해보잡니다. 또 3주 친정집에 입원합니다. '엄마 나 왔어. 나 좀 아파.'


일주일 뒤 방문한 병원에서 이번엔 유방외과를 가보라고 합니다. 유방의 혹이 목에도 림프에도 연관이 있을 수 있다면서요. 가봤더니, 이건 또 무슨 일. 오른쪽 유방에 혹이 있는데 그게 모양이 좋지 않답니다. 바로 조직검사를 해봐야겠다면서 들어오랍니다. 팔을 올려보랍니다. 이게 들어갈 거랍니다(왜 굳이? 무지막지한 조직검사 주삿바늘을 보여주는 건가요?). 잘하고 있답니다. 차가운 수술방 침대에 발 뒤꿈치가 진동합니다. 간호사가 피를 닦아주는데 웁니다. '에구 무서우셨구나. 많이 아팠죠.' '아뇨. 안 좋은 걸까 봐. 무서워요.' 집에 돌아와 또 말합니다. '엄마 나 갔다 왔어. 나 조직검사했어.' 하고 웁니다. 두려움과 미안함, 원망들이 뒤섞입니다.


섬유선종이라는 얘길 듣고 상처 난 가슴을 바라봅니다. 아프고 아프고 아프다 이제는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며칠 안되어 턱 주변에 피부염이 일어납니다. 난생처음 지루성피부염이라는 것을 진단받습니다. '이것 낫지 않는 거예요.' '네?' '안타깝지만 나을 순 없어요. 100프로 재발합니다.'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그럴 때마다 피부염이 간지럽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동시다발적으로 이번엔 발바닥이 아픕니다. 이건 스무 살 때 12센티 힐을 신고 놀러 다녀온 후 생긴 족저근막염? 하고 가볍게 생각합니다. 한의원에 가서 난생처음 약침을 맞았는데 그게 주사인지 전혀 모르다가 바늘이 꽂히자 고개를 들어 알게 됩니다. 왜인지 저의 발에만(한의사가 말하길) 약침의 과민반응으로 물이 찹니다. 절룩거립니다. 절룩거립니다.


- 왜 우리 딸이 자꾸 아프지.

- 왜 우리 딸이 자꾸만 아프지.


엄마의 궁금증에 대한 답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의사에게 제가 왜 이러는지 물어보지만 사실 저는 알고 있습니다.

네, 바로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걸.


그간 몸에 안 좋다는 밀가루, 설탕, 붉은 고기 등을 멀리했습니다. 대신 건강한 식재료인 야채, 현미, 콩, 흰 고기 등을 섭취했습니다. 그래서 그나마 이 모양인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먹는 것은 어머님들 말씀대로 '다 잘 먹으면 된다'가 맞는 듯합니다. 정말 건강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되고, 받더라도 잘 해소해야겠지요.


NO 비건, YES 설탕!으로만 살겠다는 건 아닙니다. 설탕은 분명 몸에 해롭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제 건강악화에 주범으로 몰린 설탕의 죄를 풀어주려 합니다. 그녀는 주범이 아닙니다. 주범은 스트레스입니다. 사실 녀석을 기어코 개발하여 넣은 스트레스의 원인이 진짜 주범이겠죠.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다면 진짜 주범은 알 것이라 생각합니다.


- 여보, 오는 길에 빼빼로 하나만 사 와주라.

- 안돼. 초콜릿 먹으면 염증 일어나잖아.

- 여보. 사와.

- 안 된다니까?

- 염증을 일으키는 건, 빼빼로가 아닌데.

- 그럼 뭔데?

- (당신)

- 그럼 뭔데?

- 말해줘야 해?

- 사갈게!



NO 스트레스 YES 해피!


건강하게 오래 사는 방법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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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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