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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지수 May 08. 2021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현실편), 채사장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현실편)


채사장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의 현실편이다.


2019년과 작년에 개정된 버전이 나왔지만 옛날판을 이미 소장 중이라 굳이 새로 사지 않았다.

개정증보판은 디자인도 예뻐지고 지대넓얕 '0(제로)' 편도 나와 궁금했는데, 함께 소장하고 싶어진다.




책은 ‘역사-경제-정치-사회-윤리’ 파트로 나누어져 있고, 역사부터 윤리까지 다섯 가지의 파트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순서대로 읽기를 작가 또한 권장하고 있다.


단어만 들어도 쉽지 않은 영역들이 책을 읽으며 머릿속에 꽤 깔끔히 정리되는 것을 느꼈고 내가 약한 부분들이 케어되는 기분이었다.


‘넓고 얕은’ 지식인 만큼 다양한 내용을 맛보기처럼 다루고 있는데, 강의를 듣는 것처럼 어렵지 않게 좋은 예시를 들어 설명해주는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며 읽었다.





첫 번째, 역사 파트에서는 먼저 '시간' 에 대해 알아본다.


시간을 하나의 방향을 가지고 전진한다는 직선적 시간관과 순환하여 되돌아오길 반복한다는 원형적 시간관으로 구분해 그 관점의 차이를 다룬다. 각각의 입장은 동, 서양 문화와 종교의 밑바탕으로 작용한다는 것, 역사관에 대한 차이로 이어진다는 것도 재미있었고 역사와 이후 파트를 시작하는 내용으로 흥미로웠다.


이 책은 직선적 시간관이 낳은 진보적 역사관으로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그에 따라 역사를 원시 공산사회, 고대 노예제사회, 중세 봉건제사회, 근대 자본주의, 현대 총 다섯 단계로 구분한다. 원시부터 근대까지는 '생산수단' 을 중심으로, 근대부터 현대까지는 자본주의의 특성인 '공급과잉' 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역사를 다루고 있다.




두 번째, 경제 파트에서는 네 가지 경제체제를 구분하고 있다.

'정부의 시장 개입 정도' 를 기준으로 초기 자본주의, 후기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공산주의가 그것이다.


개인적으로 경제 파트는 조금 어려워서 다이어리에 나름대로 정리를 해가며 읽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이라 하면 ‘세금’ 을 의미하는데, 시장의 자유가 확대되면 정부의 개입 곧 세금이 줄어드는 것을 말한다. 반면 시장의 자유가 줄어드는 것은 정부의 개입이 확대, 세금이 늘어나는 것을 말한다. 세금이 줄어들면 그만큼 복지도 줄어들고, 반대로 세금이 늘어나면 복지 또한 좋아진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사회 문제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핵심 개념이 ‘세금’ 과 ‘복지’ 라고 설명하며, 이에 대한 다양한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의 시장 개입, 즉 세금과 복지의 정도에 따라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설명하고 있는데

자본주의는 초기 자본주의, 후기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로 구분지어 알아본다.


1. 초기 자본주의: 시장의 자유만이 존재

2. 후기 자본주의: 초기의 문제점 극복하며 등장, 정부개입up 시장자유down

3. 신자유주의: 후기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등장, 정부개입down 시장자유up

4. 공산주의: 시장자유 인정x only 정부개입


애덤 스미스가 정립한 초기 자본주의 시기에는 공급과잉과 소비위축의 문제로 경제 대공황이 발생했다. 사회 전체적으로 노동자의 임금이 줄어들어 경기가 침체돼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소비 능력을 상실한 것이다.

이로 인해 경제 대공황이 발생하는데, 이로 인한 극복 사례 또한 알아보자.


미국은 뉴딜 정책을 시도했고, 독일은 전쟁을 준비해 제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으며

러시아(소련)은 자본주의를 버리고 공산주의를 시도한다.

케인스 제이의 후기 자본주의(수정 자본주의)는 초기의 문제점을 극복하며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라는 주장으로 등장한다.


신자유주의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체제로, 정부의 시장 개입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등장했다. 이러한 모습은 초기 자본주의와 비슷하다. 동일한 문제점으로 자본에 의한 독점 현상, 누군가는 계속 승리하고 누군가는 계속 희생하며 힘들어야 하는 빈부격차가 발생한다.

노동자만 희생되는 이 억울한 사회의 문제점을 돌아보게 하는 경제체제가 바로 공산주의라는 것이다.


경제 파트를 읽으면서 공산주의에 대해 잘못 가지고 있었던 생각을 바꿀 수 있었다. 민주주의의 반대가 공산주의라고 생각했고, 민주주의는 정치체제, 공산주의는 경제체제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또한 이 파트를 읽으며 얼핏 희미하게 기억속에만 남아있는 마르크스주의와 헤겔의 변증법에 대해서도 머릿속에 정리할 수 있었다.




세 번째, 정치 파트에서는 당연스레 우리가 잘 알듯 보수진보에 대해 다룬다.


경제 파트를 읽으며 힘을 많이 쏟고 꽤나 집중한 덕분에 정치 부분부터는 좀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정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제체제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감했다.


경제 파트에서 다룬 초기 자본주의와 후기 자본주의, 신자유주의는 보수 쪽에 속하며 사회민주주의,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진보 쪽에 속한다.

그에 따른 우리나라 정당과 언론사, 방송사, 종교 또한 세세하게 알아보며 다루는 파트여서 아주 흥미로웠다.


무엇이 무조건 좋고 무엇이 무조건 나쁘다 하는,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는게 정치란 생각이 들었다. 늘 뉴스를 보면 싸우기만 하고 참 복잡하고 어지럽지만 말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선거 때가 되면 부모님이 지지하는 정당에 투표하곤 해왔었다.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싸우는 정치가 지긋지긋하고 싫어 부끄럽지만 잘 알려고 하지도 않았었다. 그런 내 모습을 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는 파트였다.


이러한 부분에서 작가의 말에 동의한다. 조금 인용하자면,


"우린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고 이 사회의 주인으로서 선거를 통해 보수와 진보를 선택할 권한을 가졌다. 우린 책임감을 가지고 ‘잘’ 선택해야 한다." 라는 대목이다.


모든 책임은 우리 국민에게 있다. 모든 정치는 썩었다면서 정치적 무관심을 정당화하는 사람에게, 정치적 무관심은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당신이 바로 그 사람이어야 한다. - 지대넓얕(현실편) '정치' 파트 중에서.




네 번째, 사회 파트에서는 경제 체제와 정치 체제에서 이어지는 우리 사회의 모습, 그리고 그 사회 속에 놓인 개인에 대해서 알아본다.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개인’ 과 ‘사회’ 는 끊임없이 갈등 상태에 놓이는데, 여기에서 개인주의와 집단주의가 나타난다. 개인은 사회 없이 존재할 수 없고, 사회 역시 개인들의 집합이다. 여기에서 개인주의는 개인의 총합이 사회와 같다고 여기는 견해이고, 집단주의는 개인의 총합 이상이라 여기는 견해이다. 주로 서구에서 지지되어 온 개인주의는 국가나 사회보다 개인이 우선, 동양에서 지지되어 온 집단주의는 개인보다 국가나 사회가 우선시된다는 견해라 볼 수 있다.


개인주의가 극단화되어 생기는 것이 이기주의, 집단주의가 극단화되어 생기는 것이 전체주의이다.

여기서 생기는 문제점에 대해 인류가 찾아낸 방법이 프랑스 대혁명 당시의 인권선언에서 시작된 ‘자연권’ 이라고 말하고 있다.


개인과 사회가 갈등하는 이 세계에서 우리는 어떤 가치를 우선시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더 나은 가치를 찾기 위해, 정치 파트에서 논했듯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또한 그러기 위해 우리가 사회에서 분별해야 할 것은 바로 ‘미디어’의 말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이 부분에서도 굉장히 공감하며 흥미롭게 읽었다.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미디어의 영향을 아주 크게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어린 나이에서부터 미디어의 노출을 받으며 살다 보니 그것에 익숙해져 어느새 머리가 컸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주관은 없어지고 미디어에서 판단하는 잣대에 맞추어 사회를 바라보고 있진 않았나 돌이켜보게 된다. 스무 살 성인이 되고부터 바쁘고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은 세상이 돌아가는 것에 뚜렷한 견해와 주관을 갖고 살아가기에 너무나도 육체와 정신이 벅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각자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이 기준을 정하기 위해 이 책이 탐구하는 마지막 주제가 바로 윤리이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삶만큼 주체적인 삶은 없다. - 지대넓얕(현실편) ‘사회’ 파트 중에서.




마지막 다섯 번째 파트인 윤리 에서는 사람이 따라야 할 도리를 당위명제에 대한 탐구로 다룬다.


윤리는 의무론과 목적론으로 나뉜다. 의무론은 윤리가 의무와 도덕 법칙을 준수하는 것, 목적론은 행위의 결과가 이익과 행복을 창출하는 것이 윤리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에서 의무론적 윤리를 대표하는 칸트의 의무론, 목적론적 윤리를 대표하는 공리주의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윤리 안의 의무론과 목적론에 대해 이해하며, 또한 벤담의 양적 공리주의와 밀의 질적 공리주의를 이해하며 내가 변화시키고 싶은 사회의 방향은 어느 쪽인지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정의로운 사회라는게 실현될 수 있을까?

나의 윤리관에 대해, 사회의 경제와 정치에서의 수많은 결정을 놓고 나라면 윤리적으로 어떻게 행동할지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책을 다 읽고...



쓰다보니 거의 책을 요약을 해버렸다. 그만큼 꼼꼼히 읽었고 읽으면서 생각한 것도 많아서인지 리뷰를 쓸 때 이 책만큼은 유난스럽게 한번 더 정리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정치적, 종교적 등의 색깔과 견해가 무엇이든지간에 나에겐 아주 재미있게 ‘현실 세계’ 를 맛보고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사회 과목 중에서도 유난히 역사와 경제, 정치 부분은 어려워하고 지리 과목만 좋아했는데,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정리될 수 있다니 참 고마운 책이다.


나의 뚜렷한 주관을 위해서는 어떤 분야에서든 많이 알아야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많이 알기 위해서는 그만큼 관심도 필요하다. 어렵다, 싸우기 싫다, 어느 한쪽도 절대적인 선과 악은 없기 때문에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하겠다, 선택하지 않는 편이 낫겠다 생각했던 지난 날들의 내 모습과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이젠 지속적으로 이 세계와 사회에 관심을 가지며

계속 공부하고 더 알기 위해 노력하기로 다짐하면서..


현실 너머 편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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