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스타그램 피드를 구경했다.
그림을 그려 올리던 때도 있고, 책 읽고 독서노트를 쓴 걸 올리던 때도 있다.
한창 햄스터 사진을 올리기도 했고, 집 정리를 한다고 버린 물건들을 사진 찍어 올리기도 했다. 학급 활동을 하고 뿌듯해서 활동 결과물을 찍은 사진도 있고,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는 풍경 사진도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책 읽기 도전을 시키려고 매일 읽은 책 인증을 하던 사진도 있다.
비중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은 역시 우리 딸들 사진이다.
지금은 제법 커서 아이들 얼굴이 나온 사진을 함부로 올리지 못하지만, 어린 시절의 아이들은 자기 사진이 인스타에 올라간 걸 좋아했다. 스크롤을 내릴수록 사진 속 아이들은 점점 어려졌다. 꼬물꼬물 한 발바닥으로 토끼처럼 뛰어다니던 아이들을 만났다. 제일 첫 줄까지 내려가니 둘째 아이는 유모차에 타고 있었다.
인스타그램을 그리 오래 했던가?
온라인에 박제시켜 버린 그 시절 아이들의 모습은 그대로였다. 표정은 다양하고 활기가 넘쳤으며 웃음소리까지 들리는 듯했다.
아이들은 공원을 뛰어다니고 있었고, 욕조에서 거품을 가득 내고 웃고 있었다. 작은 것에 입 크게 벌려 온몸으로 놀라고 기뻐하고 세상을 받아들였다. 나는 그런 아이들의 표정을 사랑한다. 순수함으로 마음껏 기뻐하는 아이들을, 이면의 것을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를 믿는 아이들을.
지금 우리 아이들은 입을 가린다. 마스크도 절대 벗지 않으려고 하고, 웃을 때도 입을 가린다. 교정기를 낀 모습을 부끄러워하기도 하고 외모에 관심이 커져서도 그렇다. 아이들은 가린 손으로 걸러서 받아들인다. 엄마가 주는 것들도 세상이 주는 것들도.
스크롤을 올려 최근 피드로 다시 올라올수록 아이들 사진은 줄어든다.
이제 엄마가 세상 전부였고, 아이들이 세상 전부였던 우리 삶의 교집합이 점점 줄어들어서 그렇겠지.
인스타그램에 쌓인 다른 사진들만큼, 우리는 더는 모든 걸 같이 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인스타 계정이 따로 있다.
그렇게 너희들은 나에게 속해 있다가 독립해서 자기만의 계정을 갖게 되었구나. 추억을 되돌아보다가 진짜 추억으로 끝나버린 것들을 아쉬워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의 인스타계정을 팔로우하며 자기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는 아이들의 추억을 나에게도 담는다. SNS가 인생의 낭비만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