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글쓰기를 업처럼 제대로 써보자고 생각한 지 2년이 넘어가고 있다.
과연 그렇게 썼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no. 그러지 못했습니다.
다만 글쓰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북토크를 처음으로 가보게 되고
독립서점이란 곳을 가서 독립출판물을 접하게 되고
몇 회짜리지만 글쓰기 수업을 듣게 되고
짧은 글이지만 써보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놀랍게도 나는 책을 낼 수 있었다.
그저 하나의 로망으로 남았던 일을 '한 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더니
나는 그 길에 설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도전하고 싶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어떤 글을 잘 쓰는가?
물론 그만큼 이제는 책을 낸다는 자체는 쉬워진 시대가 오긴 했다.
나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인연이 되어 내 글을 좋게 봐주는 출판사 사장님께서 책을 내주셨 (어쨌든 책을 내긴 냈는데 본격적 책은 아직 안 나옴...???)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글쓰기를 꿈꿔왔지만 이전까지 내가 했던 글쓰기는 내 마음을 토로하고 스스로 생각을 정돈하고 나만의 결론을 짓는 그런 과정이었지. 어떤 작품이나 결과물을 내는 글은 아니었다.
나는 어떤 글을 잘 쓸 수 있는 사람인지 스스로도 잘 몰랐기 때문에
소설에도 에세이에도 도전해 보았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소설을 출판하게 된 것이다.
나는 그럼 과연 소설, 허구 이야기를 잘 쓸 수 있는가?
아니면 내 진심을 담고, 많은 생각들을 정리하는 에세이를 잘 쓸 수 있는가?
그건 아직도 모르겠다. 소설은 첫 작품이기도 하고 아직 '이런 책을 내도 되는가?'라는 의문이 있고
에세이는 몇 편은 써보고 마음에 들기도 했지만 얼마나 내 안에서 다양한 글을 끄집어낼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이다. 그걸 정리하기 위해서 글을 써야만 했다.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 글은 에세이에 어울린다. 그래서 글을 써도 에세이를 쓰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요즘 생각이 너무 없다. 돌고 도는 생각 길이 예전처럼 쌩쌩 돌아가지 않는다. 어떤 의미에서는 좋고(덜 우울하고, 덜 괴로우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나쁘다(왠지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고 멍청해진 것 같아서).
이렇다 보니, 둘 중에 어떤 것을 잘 쓸 수 있을지 아직 잘 모르겠다.
그리고 둘 중에 어느 것이 읽힐 만한 글이 될지도 여전히 모르는 상태다.
그럼 예전의 나라면 잘하는 것을 하려고 할 텐데, 현재의 나는 그냥 한다.
그래서 결론은 소설이든 에세이든 그 외의 무엇이든 많이 써보고 그리고 천천히 생각하기로 했다.
무엇이든 많이 써보고 그리고 천천히 생각하자.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개념이 있다. 어떤 일을 했을 때 거듭된 실패가 무기력을 학습하고 '어차피 난 안 돼'라는 결론으로 이끌어 시도나 노력을 덜 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게 나에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내 처지에, 내 주제에, 내 능력에 무슨... 이런 생각으로 시도를 안 하고 있는 것들이 상당히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나는 안다. '해보니까 이게 되네?'라는 경험이 내게 온 것을.
그리고 이런 작은 성공의 경험이 무기력을 이겨내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그래서 '그럼 한 번 더 해보지 뭐'라는 마음으로 다음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지금 내가 뭘 잘할 수 있는지, 어떤 게 맞는지 고민하기보다 그냥 다 해보자.
오~ 조금 마음가짐이 여유로워진 나
작은 성공에 행복해하는 나
글쓰기를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을 가진 나
오랫동안 미뤄뒀던 것을 할 수 있는 나를 발견하는 오늘이었습니다.